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4.7 보궐 선거 서울시장 예비후보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4.7 보궐 선거 서울시장 예비후보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두달 앞두고 범야권 단일화 논의가 급진전되는 모양새다. 3일 국민의힘과 제3지대의 투트랙 경선으로 단일화 방정식이 일단 매듭을 지어졌기 때문이다.

국민의힘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금태섭 전 의원 등 ‘제3지대’가 각각 자체 경선을 1차적으로 진행하고, 각 진영에서 선출된 후보가 2차 경선을 통해 최종 단일후보가 되는 토너먼트 방식이다.

현재 예비경선을 진행 중인 국민의힘은 당내 경선이 끝나는 3월 4일부터 단일화 논의에 들어가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본경선 진출자 4명은 오는 5일 가려진다.

◇ 안철수-금태섭 ‘제3지대 경선’ 확정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3일 금태섭 전 의원의 ‘제3지대 경선’ 제안을 전격 수용했다. 안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금태섭 후보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고 정권 교체에 동의하는 모든 범야권 후보들이 함께 모여 1차 단일화를 이룰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앞서 금 전 의원은 지난달(1월) 31일 출마 선언식에서 안 대표에게 ‘단일후보 선출을 위한 제3지대 경선’을 제안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각기 경선을 진행하는 동안 제3지대 후보들도 경선판을 만들어 시민들의 선택을 받자는 취지다.

안 대표는 “저희가 범야권 후보 단일화 예비경선 A조라면 국민의힘은 예비경선 B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자신이 야권 여론조사 선두를 달리고 있는 만큼 안 대표가 속한 ‘제3지대’가 ‘A리그’라는 것이다. 다만 안 대표는 “범야권 경선을 국민의힘이 관리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단일화에 참여한 예비후보들은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고 단일화된 후보의 지지를 공개 선언해야 한다”고 했다. 경선 참여 조건으로는 △‘문재인 정권 심판’ 단일화 취지 동의 △경선서 네거티브·인신공격성 발언 일체 금지 등을 제시했다.

국민의힘은 야권 단일화 윤곽이 구체화되면서 환영하는 분위기다. 정진석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은 이날 국회 중진회동 이후 브리핑에서 “제1야당 국민의힘이 진행 중인 후보 선출 과정을 완료한 후에 국민의힘 후보와 제3지대 최종 후보와의 단일화를 3월 초에 반드시 이뤄낸다는 데 완벽한 의견 일치를 봤다”고 말했다. 이어 “안철수 후보가 금태섭 후보 제안을 수용해 아주 복잡하게만 여겨졌던 야권 단일화 방정식이 훨씬 단순하고 명료해졌다”고 했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들도 기대감을 내비쳤다.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야권 단일화 성공의 서막이 보이는 듯하다”며 “단일화를 둘러싼 국민의 불안과 불신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는 반가운 소식”이라고 말했다.

조은희 서초구청장도 “안철수, 금태섭 후보의 결정을 환영한다”며 “범야권 저변을 넓히고 야권승리를 위한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두 후보에게 박수를 보낸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설 연휴 밥상민심을 안철수·금태섭 단일화 이벤트에 넘겨줄 수 없다”며 “최소한 설 연휴 전에 1:1 토론회를 개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민의힘 본경선 1:1 토론회·다자토론회는 모두 설 연휴 이후로 예정됐다. 제3지대 경선에 주도권을 넘겨줄 수 없다는 취지다.

정진석 국민의힘 4.7 재보궐선거 공천관리위원장이 지난 1월 29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서울시장 후보 비전스토리텔링PT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정진석 국민의힘 4.7 재보궐선거 공천관리위원장이 지난 1월 29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서울시장 후보 비전스토리텔링PT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 매끄러운 단일화가 관건

안 대표는 내일(4일) 금 전 의원과 만나 제3지대 경선 관련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세부적인 경선 규칙과 방식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합의가 된 이상 하루라도 빨리 만나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며 “적어도 설 전에 만나 서울시민 앞에 치열하게 토론하는 기회를 가지길 바란다”고 했다. 금 전 의원은 출마선언식에서도 “3월 초까지 매주 주제를 정해 토론해도 4~5회 할 수 있다”고 제안한 바 있다.

국민의힘은 오는 5일 본경선 진출자 4명을 발표한다. 예비경선에 참가 중인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선동·나경원·오신환·이종구 전 의원, 조은희 서초구청장, 김근식 경남대 교수, 이승현 한국외국기업협회 명예회장 등 8명이다.

이날부터 4일까지 진행되는 예비경선은 책임당원 투표(20%)와 일반시민 여론조사(80%)를 합산하는 방식이다. 나 전 의원과 조 서초구청장은 여성가산점 20%, 이 명예회장은 신인가산점 20%를 받는다.

대선주자급 인지도와 화려한 정치경력을 가진 오 전 시장과 나 전 의원의 본경선 진출이 유력하게 점쳐지는 가운데, 나머지 후보들이 본경선 티켓 두 장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설 명절 이후부터는 후보간 토론회가 잇달아 예정돼 있다. 토론회를 통해 타 후보들이 역전극을 펼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결국 여권 후보들에 견줄 폭넓은 인지도와 정치력을 가진 후보들의 각축전이 되지 않겠느냐는 시각도 적지 않다.

야권 관계자는 “새로운 얼굴이 나오는 것도 좋지만 현재로선 비전이나 정책에 큰 차별점이 보이지 않는다. 역량도 중요하지만 결국 인지도 싸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토론회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건 매끄러운 단일화”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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