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3상도 못 마쳐, FDA 승인 지연… 부작용 정보 늑장보고, 불신↑
EMA, 연령 무관 승인… EU 일부 국가, 65세 미만에 한해 접종 권고
국내 자문단 조건부 허가, “진행 중인 임상 최종결과·美 임상 중간결과 제출해야”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 아스트라제네카 홈페이지 갈무리
스위스 보건당국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사용허가를 불허했다.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 아스트라제네카 홈페이지 갈무리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아스트라제네카와 영국 옥스퍼드대학교가 공동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AZD1222’에 대해 스위스 정부에서 승인을 거부했다. 미국 보건당국이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의 ‘고무줄 효과’와 ‘부작용 관련 정보 늑장보고’ 등을 지적하며 사용허가를 미룬 것에 이은 두 번째 승인불발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이러한 논란에 대한 국내 보건당국의 결정에 관심이 쏠린다.

스위스의 의약품 규제당국인 스위스메딕은 3일(현지시각),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임상 시험 자료가 부족하다며 사용 승인을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스위스메딕이 추후 입장을 바꾸기 전에는 스위스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하는 것은 물론 도입도 불가능하다.

일부 유럽연합(EU) 회원국들 사이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해 조건부 허가 승인을 내리는 것과는 완전히 상반된 결정이다. 스위스가 독단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이유는 EU 회원국이 아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유럽의약품청(EMA)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의미다.

스위스메딕은 “현재까지 확인 가능하고 평가를 마친 자료로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승인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며 “해당 백신이 안전성, 효능, 품질에 대한 추가적인 데이터를 얻으려면 새로운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스위스메딕의 이 같은 설명은 기존 임상 시험 자료를 단순히 보완하는 정도로는 승인이 불가능하며, 새로운 추가 임상 결과가 제시돼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번 스위스메딕의 결정은 지난해 1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효능을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자료가 필요하다는 입장과 닮은 구석이 존재한다.

/ AP뉴시스
미국 FDA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해 추가 임상을 요구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FDA의 제안을 수긍하고 현재 미국에서 추가 임상을 진행 중이다. / AP·뉴시스

미 FDA가 당시 이러한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존재했다. 먼저 지난해 9월 임상시험 진행 과정에서 부작용 관련 주요 정보를 늑장 보고해 불신이 커졌다. 여기에 일반적이지 않은 접종 방식에 대해 의문을 표한 것이다.

아스트라제네카 측의 백신 임상3상 중간 분석 결과에 따르면 백신 전체 용량을 2회 접종했을 경우 예방률은 62.1%에 그쳤지만, 1회차에 하프 도즈(백신 용량의 절반) 접종 후 2회차에 전체 용량을 투여했을 때 예방률이 90.0%까지 향상됐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의문이 제기됐으며, 추가 연구를 진행했으나 ‘하프 도즈+풀 도즈’ 투여 시 효능이 더 좋게 나타난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 채 해당 연구는 중단됐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 FDA는 이러한 문제와 아직 임상3상도 마무리 짓지 못한 점 등을 지적하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효능을 제대로 평가하려면 더 많은 자료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혼선을 빚은 투여방식에 대해서는 유럽의약품청(EMA)도 더 살펴보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FDA는 의문점을 해소하고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아스트라제네카 측에 백신 임상3상 발표 이후 대규모 추가 임상시험을 요구하는 한편, 임상시험 설계와 안전 매개 변수 등과 관련해 많은 데이터를 요구했다. 이에 아스트라제네카 측은 백신 효능과 직접 관련 없는 계속 자료를 요구한다고 불만을 표출하면서도 FDA 측의 제안에 응해 현재 미국에서 추가 임상이 진행 중인 상황이다.

미국에서는 임상3상이 마무리된 후에야 FDA 사용승인 심사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공급 및 접종 개시는 상당히 늦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EMA 측에서도 지난해 12월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효능과 안전성에 대해 의구심을 떨치지 못했다. 이에 아스트라제네카는 추가 임상시험을 영국과 유럽에서 진행했고, 최근 영국과 EU 회원국 사이에서 속속 긴급사용 허가를 받아내고 있다. 다만 이 역시 조건부 허가다.

EMA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사용을 연령대와 무관하게 승인했으나, EU 회원국들 사이에서는 고령자들에 대해서는 접종을 권고하지 않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독일·프랑스·이탈리아·스웨덴·폴란드는 이 백신의 사용을 승인하면서 65세 이상의 고령자 등에 대해 접종을 권고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붙였다. 65세 미만의 성인에 대해서만 조건부 사용을 허가한 것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해 65세 이상에서는 ‘거의 효과가 없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EU 회원국들이 고령자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권하지 않는 이유로는 아스트라제네카 측이 백신 임상을 진행할 때 65세 이상의 고령자 비중이 10%에 미치지 못해 효능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새로운 식품유형으로 간편조리세트(밀키트)와 식단형 식사관리식품 등을 신설하는 내용의 '식품의 기준 및 규격'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 했다. / 뉴시스
식품의약품안전처를 비롯한 한국 보건당국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해 긍정적인 검토를 진행 중이다. / 뉴시스

이러한 상황 속에 한국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긴급사용 허가에 긍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김상봉 식품의약품안전처 바이오생약국장은 지난 1일 오후 질병관리청에서 열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검증 자문단 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검증 자문단은 의견을 종합해 현재 진행 중인 임상시험에 대한 최종 결과보고서와 미국에서 진행 중인 임상시험에 대한 중간 분석자료를 허가 후 제출하는 것을 조건으로 허가할 수 있다고 자문했다”고 밝혔다.

자문단은 영국 2건, 브라질 1건, 남아프리카공화국 1건 등 총 4건의 임상시험 자료 결과내용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이번 결과를 도출했다.

또한 최근 각 국에서 논란이 된 65세 이상 고령자에게 투여가 가능하다는 다수 의견을 제시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65세 이상을 포함해 임상이 진행됐으며, 임상대상자 중 고령자 수가 적다는 이유만으로 고령자에 대한 투여를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다만, 임신부에게는 투여하지 않을 것을 권장했다. 또한 수유 중인 산모에게도 백신이 모유로 분비되는지는 알 수 없다는 내용을 사용상 주의사항에 기술할 것을 제안했다.

일부 국가에서 논란이 일고 있으나, 국내 자문단들 사이에서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이번 검증 자문단 회의는 백신 허가를 위한 자문 절차 3단계 중 첫 단계다. 이번 의견과 향후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최종점검위원회 자문을 거쳐 허가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4일 현재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의 심사가 진행 중이며, 결과는 당일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보관조건이 2∼8℃로, 초저온 시스템 없이 기존 유통체계로도 수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 백신은 현재 국내 기업인 SK바이오사이언스가 위탁생산을 맡아 사용허가가 내려진다면 다른 백신들에 비해 수급이 원활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는 아스트라제네카와 1,000만명분의 백신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정부는 이달 중으로 접종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