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전국 특산물 지역상생 거점공간인 상생상회에서 시장바구니를 들고 농산물을 구매하며 관계자와 대화하고 있다. 민주당 경선 레이스가 뜨거워지고 있는 가운데 박 전 장관이 ‘금태섭 포용론’을 꺼내든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뉴시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전국 특산물 지역상생 거점공간인 상생상회에서 시장바구니를 들고 농산물을 구매하며 관계자와 대화하고 있다. 민주당 경선 레이스가 뜨거워지고 있는 가운데 박 전 장관이 ‘금태섭 포용론’을 꺼내든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메시지’가 갑자기 변화 양상을 보이면서 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은 ‘권리당원 투표 50%, 일반국민 여론조사 50%’ 룰로 치러진다. 민주당 내에서는 친문 당원의 표심을 잡아야 본선에 진출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박 전 장관과 경쟁자인 우상호 의원은 경선 레이스 초반부터 ‘친문 구애’ 메시지를 던지며 경쟁을 벌여왔다.

박 전 장관은 지난달 24일에는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생일을 축하한다는 글과 함께 “대한민국은 문재인 보유국”이라며 “벌써 대통령님과 국무회의에서 정책을 논하던 그 시간이 그립다”라고 친문에 구애를 보냈다. 박 전 장관은 지난달 28일 시사타파TV 인터뷰에서는 “제가 원조 친문”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던 박 전 장관이 갑자기 ‘금태섭 포용론’을 꺼내들고 나섰다. 박 전 장관은 지난 3일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노래 소리가 듣기 싫다고 해서 새를 죽이는 것은 옳지 않다. 이것은 세종대왕이 한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금태섭 후보가 그동안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게 했던 이야기는 도를 지나쳤다고 생각한다. 때때로는 감정에 치우쳐 상처가 되는 말도 많이 했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우리가 민주당 출신 후보와 대화는 하고 가야 하는 거 아니냐”고 주장했다.

박 전 장관은 지난 2일 라디오 방송에서도 “(금태섭 전 의원이) 당에서 공격도 많이 받았지만 그런 것을 보듬고 가는 품이 넓은 민주당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 본선 염두 중도층 공략?… ‘전략적 실책’이라는 분석도

금태섭 전 의원은 친문이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금 전 의원은 20대 국회 활동 당시 본회의에서 당론인 공수처 설치법안에 기권하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게 비판 발언을 하는 등 여당 주류와는 다른 기조의 언행을 하면서 친문의 표적이 됐다.

친문과 갈등을 겪던 금 전 의원은 지난해 10월 민주당을 탈당한 후 무소속으로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했고, 현재 제3지대에서 야권 후보단일화를 추진하고 있다. 금 전 의원은 탈당한 이후에도 문재인 정부와 여당에 대한 비판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우상호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박 전 장관의 ‘금태섭 포용론’에 대해 “3자 단일화에 참여한다는 것은 이른바 ‘반문재인 연대’에 참여해 대통령을 흔들겠다는 것인데, 이런 후보를 끌어안는 것이 민주당의 ‘품 넓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생각에 동의하기 어렵다”면서 “박영선 후보가 이 발언을 거두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친문의 표심을 잡아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해야 하는 박영선 전 장관이 왜 친문의 역린과도 같은 ‘금태섭 포용론’을 꺼내든 것일까. 민주당 일각에서는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박 전 장관이 경선 통과를 자신하고, 본선을 겨냥해 중도층 공략을 위한 통합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4일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박영선 전 장관이 본선을 염두에 두고 중도층 표심 확보를 위해 금태섭 전 의원 얘기를 꺼낸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박 전 장관이 ‘금태섭 포용론’을 꺼내든 것은 전략적 ‘실책’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박 전 장관이 친문 구애 메시지를 던지다가 친문이 싫어하는 금태섭 전 의원도 보듬고 가야 한다고 상반된 얘기를 한 것은 선거 콘셉트 일관성 면에서 상당히 갈팡질팡하고 있는 것”이라며 “박 전 장관이 우위를 보이고 있는 여론조사 결과대로 경선이 전개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메시지는 경선에서 이기고 난 후 본선에 가서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인데 너무 일찍 던졌다. 전략적 실책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내 경선이기 때문에 네거티브를 어느 정도 할 수밖에 없다. 우상호 의원은 좋은 먹잇감을 발견한 것이다. 우 의원은 금태섭 전 의원을 품어야 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감정적 호소를 할 것”이라며 “박 전 장관으로서는 당내 경선에서 불리한 메시지를 던졌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