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지난 4일, 헌정사상 최초로 국회에서 판사 탄핵 소추안이 가결됐다. 국회는 이전에도 법관 탄핵을 두 번 상정했다. 1985년에는 2차 사법파동과 관련해서 유태흥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발의됐지만 본회의에서 부결다. 또 2009년 광우병 촛불집회 재판개입 사실이 드러난 신영철 대법관에 대한 탄핵안이 상정됐으나 72시간 동안 표결이 이뤄지지 않아 자동 폐기된 바 있었다.

임성근 판사 탄핵 소추안이 가결되자 일각에서는 ‘입법부의 독주’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삼권분립’을 위협하는 사태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입맛에 맞지 않는 판결을 내리는 사법부를 ‘길들이기’ 위해서 탄핵 소추안을 통과시켰다는 것이다. 

헌정사상 최초로 판사 탄핵이 이뤄진 시점에 우리는 위에서 등장한 ‘삼권분립’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는 학교에서 입법부·행정부·사법부가 권력을 나눠서 행사하고, 독주하지 않도록 서로 견제하는 것이 ‘삼권분립’의 원칙이라고 배웠다. 즉, 삼권분립은 분산된 국가권력을 견제하기 위해 마련된 최소한의 장치다. 이제 우리는 이러한 견제가 작동되고 있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행정부는 오랜 기간 동안 비대한 권력을 휘둘러왔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두 차례 통과됐고, 한 명의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에서 파면을 당했으니 적어도 행정부에 대한 견제는 어느 정도 작동됐다고 볼 수 있다. 입법부는 대의민주주의를 대표하는 곳이기 때문에 최소한 4년에 한 번씩 국민의 심판을 받음으로써 견제를 받는다.

하지만 사법부는 그간 어떤 견제를 받아왔을까.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과 입법부의 구성원인 국회의원은 국민들이 선출한 권력이다. 하지만 사법부는 국민이 선출하지도 않았고,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 해임을 당한 일도 없다. 최근 불합리한 판결에 대해 재판부를 비판하는 의견이 개진되고 있지만, 이들은 이를 ‘사법부 권위에 대한 불복종’으로 간주한다. 

결국 이번 법관 탄핵은 사법부 권력이 ‘어떠한 견제도 용납하지 않았던’ 시대의 종결로 볼 수 있다. ‘사법농단 게이트’가 발생했을 때 국민들은 ‘재판부의 판결’에 대해 신뢰를 잃었다. 하지만 법원은 ‘부적절하지만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다’라는 법리 해석을 적용하고 있다. 

부적절한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법원이 견제받지 않는다면, 삼권분립이라는 최소한의 장치는 무의미한 게 아닐까. 국회에서 처음으로 법관 탄핵 소추안이 통과되면서, 우리는 사법부도 견제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운 셈이다. 

2016년 시작된 민주주의에 대한 대국민 학습은 이제 사법부를 교재로 삼아 진행되고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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