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이 2021년 연초부터 사망사고와 노사갈등, 실적 악화로 뒤숭숭한 상황을 맞고 있다. /뉴시스
현대중공업그룹이 2021년 연초부터 사망사고와 노사갈등, 실적 악화로 뒤숭숭한 상황을 맞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현대중공업그룹이 연초부터 연이은 악재에 휩싸이고 있다. 또 다시 사망사고가 발생했고, 노사갈등을 매듭짓는 데에는 실패했다. 지난해 실적에 있어서도 아쉬움이 크다. 정기선 부사장 체제 확립 등 굵직한 당면과제가 산적한 가운데, 먹구름이 잔뜩 낀 모습이다.

◇ 3,000억 투입 약속하고 사장까지 교체했는데… ‘또’ 사망사고

지난 5일,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는 또 다시 안타까운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용접업무를 하던 40대 근로자가 구조물에서 흘러내린 철판에 끼어 숨진 것이다.

이로써 현대중공업은 또 다시 사망사고 잔혹사를 반복하게 됐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2월 추락 사망사고가 발생했고, 4월엔 일주일 새 2명의 근로자가 끼임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이로 인해 고용노동부로부터 특별감독을 받았지만 5월에 또 다시 질식 사망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이에 현대중공업은 권오갑 회장이 직접 사과의 뜻을 밝혔을 뿐 아니라, 향후 3년간 3,000억원을 추가 투입하는 내용의 안전관리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또한 하수 전 부사장은 잇단 사고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아울러 조선사업대표를 사장으로 격상시켜 생산 및 안전을 총괄하도록 하는 한편, 이상균 사장을 새로 선임했다. 이 같은 대대적인 조치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또 다시 사망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안전강화라는 중책을 안고 취임했음에도 1년도 채 되지 않아 사망사고를 마주하게 된 이상균 사장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실의에 잠겨 있을 유가족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면서 “안전 최우선 경영에 모든 노력을 다하는 중 불의의 사고가 발생해 참담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이번 사고의 정확한 원인을 밝히고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8일 울산조선소의 모든 공장 및 야드 가동을 중단한 채 안전대토론회, 노사 합동 안전점검, 노사 임시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등을 진행 중이다.

◇ 적자로 돌아선 실적… 산적한 현안 속 ‘뒤숭숭’

현대중공업그룹은 올해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대우조선해양 인수, 현대중공업 상장 등 굵직한 현안이 산적해있다. 정기선 부사장 체제 확립 역시 중대 당면과제 중 하나다. /뉴시스
현대중공업그룹은 올해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대우조선해양 인수, 현대중공업 상장 등 굵직한 현안이 산적해있다. 정기선 부사장 체제 확립 역시 중대 당면과제 중 하나다. /뉴시스

이처럼 또 다시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날, 현대중공업은 밀린 임단협에 마침표를 찍는 데에도 실패했다. 2019년·2020년 임단협을 모두 해결하지 못한 상태인 현대중공업 노사는 최근 2년 치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마련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5일 실시된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부결되며 마지막 관문을 넘지 못했다.

어렵게 마련된 잠정합의안이 무산되면서 현대중공업의 노사관계는 다시 안갯속에 놓이게 됐다. 특히 이번 잠정합의안 부결을 통해 2년 전 기업분할 과정에서 남은 앙금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향후 노사관계 및 임단협 해결이 또 다시 난항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뿐만 아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최근 발표한 지난해 잠정 실적에서도 여러모로 아쉬움을 남겼다. 

지주사인 현대중공업지주는 매출액이 전년 대비 29% 감소한 18조9,109원에 그쳤고, 5,97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현대오일뱅크가 실적 악화의 주범으로 꼽히지만, 주력인 조선사업부문도 실적에 아쉬움이 남기는 마찬가지였다. 조선부문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전년 대비 74.4% 감소한 744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고, 8,35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올해 굵직한 현안이 산적해있다. 최근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본계약을 체결했고, 대우조선해양 인수도 연내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현대중공업의 상장 추진도 공식 발표한 상태다.

오너일가 3세 정기선 부사장 체제 확립 역시 최대 당면과제 중 하나로 꼽힌다. 다만, 현재까지는 다소 더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에도 정기선 부사장의 승진이 유력하게 점쳐졌지만, 명단엔 그의 이름이 없었다. 

이런 가운데, 사망사고와 노사갈등, 실적 악화 등 악재가 이어지면서 갈 길 바쁜 현대중공업그룹이 연초부터 험로를 마주하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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