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예비경선을 통과한 오신환-오세훈-나경원-조은희(왼쪽부터) 후보가 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서울시장 선거 본경선 미디어데이에 참석해, 경선 후보자 기호 추첨을 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예비경선을 통과한 오신환-오세훈-나경원-조은희(왼쪽부터) 후보가 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서울시장 선거 본경선 미디어데이에 참석해 경선 후보자 기호 추첨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두 달 앞두고 범야권이 본격적인 경선 일정에 돌입한 가운데, 후보들간 신경전도 달아오르는 모습이다. 지난 5일부터 본경선에 들어간 국민의힘은 후보간 ‘아픈 곳’을 찌르는 거친 언사가 오가는 동시에 제3지대에서 별도 경선 중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향한 견제도 서슴지 않고 있다.

3월 초 범야권 최종 단일화 협상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경선 시작부터 후보·진영을 넘나드는 네거티브 공세가 쏟아지면서 자칫 국민적 반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나경영’ ‘10년 쉰 분’… 집안싸움 과열

범야권 서울시장 경선 대진표 및 향후 단일화 일정은 사실상 확정된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오신환 전 의원·오세훈 전 서울시장·나경원 전 의원·조은희 서초구청장 등 4명이 본경선에 진출해 수 차례 토론을 앞두고 있다. 3월 4일 최종 후보가 선출된다.

별도로 경선을 치르는 ‘제3지대’의 경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토론 등의 방식을 통해 3월 1일까지 단일후보를 결정하기로 합의했다.

국민의힘 예비후보들은 본경선 막이 오르자마자 상대 후보 기선제압에 나섰다.

나 전 의원은 전날(7일) 언론 인터뷰에서 “10년을 쉰 분”이라며 지난 2011년 서울시장직을 사퇴한 오 전 시장의 공백기를 거론했다. 공백기를 가진 오 전 시장보다 지난해까지 의정활동을 이어온 자신의 경쟁력이 높다는 취지다.

앞서 오 전 시장은 이번 보궐선거 임기가 1년 2개월에 불과하다는 점과 자신의 재선 서울시장 경력을 강조하며 “인턴시장·초보시장은 안 된다”는 취지로 타 후보들을 비판해온 바 있다.

오 전 시장도 반격에 나섰다. 그는 같은 날 나 전 의원의 ‘청년 신혼부부 1억원 보조금’ 공약에 대해 “불명확하다”며 “현금을 주겠다는 것인지 이자를 지원하겠다는 것인지 보조금으로 표현했기에 불명확한 부분이 있다”고 역공에 나섰다.

오신환 전 의원도 나 전 의원의 해당 공약을 겨냥해 ‘나경영(나경원+허경영)’이라고 비판했다. 나 전 의원의 공약이 허경영 국가혁명당 대표 공약 만큼 현실성이 없다는 취지다.

오 전 의원은 지난 6일 페이스북에서 “재산세, 종부세, 양도세를 감세하겠다면서 동시에 결혼하고 첫 아이를 낳는 신혼부부에게 1억여 원을 지원하겠다고 한다”며 “저출산 대책도 좋지만 앞뒤가 맞는 현실성 있는 주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금은 깎으면서 지출을 늘리는 공약은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나 전 의원은 즉각 입장문을 내고 “공격을 위한 공격에만 매몰돼 공약의 구체적인 내용조차 살펴보지 않고 프레임을 씌우려는 정치공세로는 게임은 바뀌지 않는다”며 “많은 전문가와 함께 진지하게 고민하고 만든 구체화된 현장형 공약”이라고 반박했다.

조 구청장은 본경선에서 부여되는 10% 여성가산점을 놓고 나 전 의원을 정조준한 바 있다. 조 구청장은 나 전 의원에게 여성가산점 포기를 권유하며 압박에 나섰고 나 전 의원이 “후배 여성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반박하면서 대립했다.

당장 반(反)정부여당 공세나 정책 경쟁보다 ‘집안싸움’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감지된다. 하지만 일단 내부 경선에서 살아남아야 선거 완주도 가능하다. 타 후보 대비 경쟁력을 강조하다보면 과격한 언사가 불가피하다는 현실론도 만만치 않다.

당 관계자는 “국민 관심을 끌고 경쟁력을 홍보하려면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겠지만 상대 후보에 대한 과격한 표현은 피해야 한다”면서도 “아직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한번의 실수가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니 늘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 국민의힘, 안철수 견제 가속

국민의힘 차원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견제도 만만치 않다. 안 대표는 국민의힘과는 다른 트랙으로 경선을 진행 중이다. 국민의힘 경선이 마무리되면 결국 범야권 단일화 과정에서 마주쳐야 할 상대라는 전략적 판단으로 보인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6일 KBS 1TV ‘심야토론’에 출연해 “(안 대표는) 국민의힘 간판으로는 본인이 당선될 수 없기 때문에 국민의힘에 들어올 수 없다고 나한테 솔직히 이야기했다”고 했다. 또 “안 대표는 세상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인식이 잘 안 되는 것 같다”며 “당 전체가 (안 대표의 원샷 경선 제안에) 빨려들어갈 수 없다”고도 했다.

내부 ‘2강’인 나경원 전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이날 김명수 대법원장 임명에 안 대표가 기여했다며 협공을 펼쳤다. 김 대법원장은 최근 ‘법관 탄핵’ 사건 관련, 거짓말 논란으로 야권의 자진사퇴 요구에 직면하는 등 홍역을 치르고 있다.

오 전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2017년 의석수 40석 옛 국민의당이 김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에 찬성표를 던졌고 당시 대표였던 안 후보는 ‘우리 의원들이 사법부 독립, 개혁을 위한 결단을 내렸다’고 평가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대법원장 탄생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단연코 안 후보”라고 비판했다.

나 전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김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가결 당시 결정적 역할은 안 후보의 국민의당”이라고 비판했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즉각 페이스북에 입장문을 내고 “김 대법원장이 사법부 독립을 지키지 못한 것은 김 대법원장의 자질과 문재인 정부의 사법부 길들이기의 결과”라며 오 전 시장과 나 전 의원을 비판했다. 이어 “두 후보는 비합리적인 남탓으로 돌려까기를 잘하는 후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합리적이고 상식적으로 문제와 해결방법에 접근하시라”고 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다가오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예전과 달라지지 않은 네거티브로 일관하면 민심도 멀어질 수밖에 없다. 이제라도 일치단결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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