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증권가 리포트들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직접 지배를 위한 SK그룹의 전략은 SK텔레콤의 ‘인적 분할’이 유력한 상태다. 하나금융투자 김홍식 연구원은 이에 대한 배경으로 “SK하이닉스를 SK그룹이 직접 지배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시스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SK그룹이 SK텔레콤을 중간지주사로 전환하는 분할 추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통신업계와 투자자들의 눈길이 집중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SK그룹의 SK하이닉스에 대한 직접 지배권 확보 및 사업 규제 우회 등이 이번 지배구조 개편 배경으로 보고 있다.

◇ 업계 “SKT 인적분할 배경, 하이닉스의 사업 규제 등이 영향”

현재 증권가에서는 SK텔레콤을 중간지주로 전환하기 위해 ‘인적분할’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SK텔레콤을 투자회사 ‘SKT 홀딩스’와 MNO(이동통신) 사업회사 ‘SKT통신회사’로 나눈 후 투자회사인 SKT 홀딩스를 중간지주사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의 인적분할 추진 배경에 대해 증권가에서는 SK그룹의 지배구조로 인해 발생하는 SK하이닉스에 대한 사업 규제가 주 원인인 것으로 분석한다.

현재 SK그룹의 지배구조는 SK(지주사)→SK텔레콤(자회사)→SK하이닉스(손자회사)로 이어진다. 그러데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손자회사인 SK하이닉스가 타 회사를 인수·합병하는 등의 신규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선 해당 회사의 피인수 기업지분을 100% 확보해야 한다. 때문에 현재의 SK하이닉스로서는 신규 사업 진행을 위한 부담이 큰 상황이다. 

하지만 SK텔레콤에서 분할된 투자회사 SKT홀딩스가 SK하이닉스의 중간지주사가 된다면 SK하이닉스의 지위는 손자회사가 아닌 ‘자회사’가 돼 인수·합병 등의 사업 추진 시 손자회사에 대한 규제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SK그룹이 SK하이닉스에 대한 직접 지배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것도 인적분할을 추진하는 요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나금융투자 김홍식 연구원은 8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SK하이닉스를 SK그룹이 직접 지배하려는 것”이라며 “이는 오너인 최태원 회장에게도 절대적으로 유리한데, 하이닉스 이익이 급증하는 양상이고 배당금도 크게 증가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SK그룹, 공정거래법 유예 기간 내 SKT 인적분할 서두를 듯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SK텔레콤의 인적분할에 무게를 싣는 이유에 대해 ‘독점규제 거리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 개정안)’ 유예기간을 꼽았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15일 국회를 통과한 법안으로, 중간지주사는 자회사 지분을 최소 30% 보유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전자공시에 따르면 SK텔레콤이 가지고 있는 SK하이닉스의 지분은 20.07%다. 만약 SKT홀딩스가 내년 SK하이닉스의 중간지주사가 된다면 약 10%(현재 주가기준 9조원 규모) 상당의 지분이 필요한 실정이다. 

SK텔레콤이 가지고 있는 현금성 자산은 2조원 수준이다. 올해를 넘기게 된다면 SK하이닉스의 중간지주사가 되는 인적분할 전략은 막대한 자금이 필요해 난항을 겪을 수 있다. 하지만 공정거래법 개정안 적용이 내년 1월까지 유예가 된 만큼 SK그룹에게는 SK텔레콤을 인적 분할할 1년여 남짓한 시간이 생긴 셈이다. 

그런데 만약 SK그룹이 기존 회사를 나누는 인적분할 대신 새로운 자회사를 신설해야 하는 물적분할을 진행한다면 통신사업자 재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방송통신위원회·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 관계 부처를 통해 통신사업자 재허가를 받아야 한다. 때문에 SK그룹 입장에서는 올해 안에 SK텔레콤의 인적분할을 마무리 할 가능성이 낮아져 위험부담이 있다. 

김홍식 연구원은 “지난해만해도 SK텔레콤이 인적분할을 할 가능성은 높지 않았다. 하지만 공정거래법 개정의 ‘상장 기업 30% 보유 룰’에 대해 올해까지 유예 기간이 부여된 것이 물적분할에서 인적분할로 변경된 결정적 계기가 됐다”며 “통신사인 SK텔레콤이 중간지주사로 형태가 바뀔 경우 정부와 국회의 검토를 받는 부담이 있었으나, 이는 인적분할 후 잔존 법인을 중간지주사가 아닌 SK텔레콤(통신부문)으로 하면서 부담이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설지주사의 상장 법인 30% 이상 보유 룰은 올해 기업분할작업을 완료하면 예외로 적용됨에 따라 공정거래법상 하이닉스 지분 30%를 취득하지 않아도 되는 면죄부를 적용 받았다”며 “결국 SK텔레콤이 인적분할 쪽으로 방향을 틀게 될 배경은 충분히 마련된 셈”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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