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5일 오후 설 연휴 임시개통 예정인 전남 신안군 임자2대교에서 열린 세계 최대 해상풍력단지 48조원 투자협약식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에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신뢰를 보냈다. 여당 일각에서 홍 부총리 사퇴 주장까지 나오는 상황이었다. 사진은 문 대통령이 지난 5일 설 연휴 임시개통 예정인 전남 신안군 임자2대교에서 열린 세계 최대 해상풍력단지 48조원 투자협약식에 참석하는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한 번 앉히면 바꾸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 원칙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이같이 요약할 수 있다.

이전 정권에서는 통상적으로 국면 전환이나 여론의 압박에 못 이겨 청와대 참모나 장관을 교체했지만, 문 대통령 재임 중에는 그런 경우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의 이같은 인사 원칙은 이번에 여당에서 흘러나온 ‘홍남기 사퇴론’ 대처에서도 드러났다. 

◇ 홍남기 또다시 ‘신뢰’ 표명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필두로 여당이 4차 재난지원금의 ‘보편+선별’ 지급을 주장하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공개적으로 “정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난색을 표했다. 그러자 민주당 일각에서는 홍 부총리가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지난 8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지난해 경제성장률 등 경제지표 ‘선방’에 대해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비상경제체제를 가동하며 전례 없는 정책적 수단으로 경제 위기에 적극적이고 효과적으로 대처한 결과로 평가한다”며 홍 부총리에 대해 신뢰를 표했다.

문 대통령이 홍 부총리를 향해 신임을 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개각을 앞두고 ‘경제 라인’ 교체설이 나오자 홍 부총리에게 “내년에도 잘해 주기 바란다”며 재신임했다. 홍 부총리는 지난해 11월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주주 기준을 놓고 민주당과 벌인 신경전으로 인해 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한 바 있다. 

청와대는 홍 부총리 취임 이후 전반적으로 경제 지표가 좋아졌다고 평가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 등도 최근 한국 경제 상황을 주요국 중 최상위 수준으로 보고 있다. 이에 ‘실적을 낸 경제부총리를 교체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청와대 내부의 분위기다.

◇ 강경화·김현미·김상조 ‘끝까지 믿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실질적 이유’ 외에도 문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 연이은 재신임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국면 전환’을 위해 인사를 단행하지는 않는다는 게 정치권의 전반적인 평가다. 즉, ‘필요하다고 판단된 사람을 필요한 자리에 쓰고, 끝까지 믿는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인 셈이다. 

홍 부총리 외에도 이런 사례는 더 찾아볼 수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원년 취임 장관인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은 재임기간이 3년 8개월이었다. 최근 교체되기 직전까지만 해도 강 장관이 문 대통령 임기 5년을 함께할 것이라는 예상도 농담 삼아 나오기도 했다.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비판 여론으로 인해 경질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심심찮게 나왔지만, 문 대통령은 김 전 장관과 3년 5개월을 함께 했다. 또 문 대통령은 지난해 말 사의를 표명했던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도 유임한 바 있다.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 역시 행정관으로 재임하다 떠났지만, 다시 돌아온 경우다.

이같은 문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은 장관 및 참모들이 여론에 휩쓸리지 않고 정책을 꾸준히 추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번 기용하면 끝까지 신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책적 부작용을 정책 혼선으로만 여기고 본래 인사 원칙만을 고집한다면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책이 잘못된 방향으로 향하고 있음에도 장관을 교체하지 않는다면 후에 더 큰 부작용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의미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