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이 코로나19 사태의 여파 속에 최악의 실적을 면치 못하면서 김이배 사장의 어깨가 한층 무거워지게 됐다.
제주항공이 코로나19 사태의 여파 속에 최악의 실적을 면치 못하면서 김이배 사장의 어깨가 한층 무거워지게 됐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제주항공이 씁쓸한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액은 1조원이 증발했고, 영업손실은 10배 늘어났다. 여기에 항공업계 재편 움직임으로 ‘LCC 1위’ 입지마저 흔들리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새롭게 취임한 김이배 사장의 어깨가 무겁기만 하다.

◇ 매출액 1조 증발… 초대형 LCC 경쟁사 출범 예고

제주항공은 지난 15일 지난해 연결기준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제주항공의 실적은 참혹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72.8% 감소한 3,769억원에 그쳤다. 무려 1조원의 매출이 사라진 것이다. 또한 328억원이었던 영업손실은 3,358억원으로 10배 증가했다. 

제주항공은 2019년 경쟁 심화, 한일관계 악화 등 여러 악재가 뒤엉키면서 적자전환 했지만, LCC 업계 1위 자리를 지키며 매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왔다. 2009년 1,000억원을 밑돌던 매출액이 10년 만인 2019년 1조3,000억원을 넘겼을 정도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하늘길이 사실상 꽉 막히면서 실적 또한 손쓸 틈 없이 무너졌다. 제주항공의 지난해 매출액은 201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이며, 영업손실은 역대 최대 규모다.

제주항공을 뒤덮은 먹구름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실적 악화에 그치지 않는다. 최근 국내 항공업계에서 나타나고 있는 대대적인 개편 움직임 또한 제주항공의 입지를 위협하는 요인이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작업을 진행 중인 가운데, 두 항공사가 산하에 두고 있던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등은 통합LCC로 출범할 전망이다. 이 경우 제주항공은 ‘LCC 1위’ 타이틀을 빼앗기게 될 뿐 아니라, 업계 내 경쟁력이 약화될 소지가 상당하다.

이에 일각에서는 제주항공을 중심으로 한 항공업계 추가 개편 가능성도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제주항공은 앞서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뛰어들었다가 고배를 마셨고, 이스타항공 인수 역시 무산된 바 있다. 향후 출범할 거대 LCC에 맞서 덩치를 키우는 것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이 같은 실적 및 상황은 지난해 취임한 김이배 사장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만드는 요인이다. 

김이배 사장은 애경그룹 지주사인 AK홀딩스 대표로 자리를 옮긴 이석주 전 사장의 뒤를 이어 지난해 6월 취임했다. 하지만 취임 직후 이스타항공 인수가 무산되고,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이 본격화됐으며, 최악의 연간 실적을 마주하는 등 험로가 이어지고 있다. 

김이배 사장은 지난달 창립기념식 기념사를 통해 “2021년은 제주항공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하며 위기 대응을 위한 적극적인 변화를 강조한 바 있다. 올해도 코로나19 사태의 지속, 항공업계 재편 등으로 어려움이 예상되는 가운데 난세의 영웅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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