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갈민 기자
충북도 충주시 수안보면에 위치한 수안보 이글벨리 스키장 일대. 산골에 건물 4채와 폐타이어로 만든 카트장, 쓰레기 더미만이 가득하다. / 제갈민 기자

시사위크|충주=제갈민 기자  ‘수안보 이글벨리 스키리조트(이하 수안보 이글벨리)’는 한때 충청권 유일의 스키장으로 각광받았다. 지난 1994년에는 주식회사사조마을(사조그룹)에서 스키장과 콘도, 유스호스텔 등을 인수해 ‘사조리조트 수안보지점’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겨울에는 스키장을, 봄~가을에는 유스호스텔을 이용한 청소년 수련원 등을 운영했다. 그러나 201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이용객 감소 및 겨울철 적설량이 줄며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으로 알려진다. 결국 2017년 초, 스키장 개장 후 27년 만에 처음으로 휴장을 하게 됐다. 휴장 후에는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사실상 폐장이나 다름없다. 수안보 이글벨리 일대에는 폐기물이 곳곳에 널브러져 있으며, 건물은 출입문이 부서지고 내부 사무공간도 아무렇게나 방치된 상황이다.

수안보 이글벨리 리조트 콘도미니엄 및 유스호스텔. / 제갈민 기자
수안보 이글벨리 리조트 콘도미니엄 및 유스호스텔. / 제갈민 기자

◇ 산골에 건물 4채 덩그러니… 적막과 스산함 감돌아

지난 10일, 설 연휴를 앞두고 지방으로 내려가는 길에 충북 충주 수안보에 들렀다. 3년 전 취재차 한 차례 방문한 수안보 이글벨리 일대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보기 위해서다.

중부내륙고속도로 충주톨게이트(TG)를 빠져나와 19번 국도와 3번 국도를 이용해 약 30분 정도를 달려 3년 만에 다시 마주한 수안보 이글벨리는 당시와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차에서 내려 스키장 인근을 둘러보는 동안 차량 통행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인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으며, 바람소리와 새소리만 가득했다. 적막함과 스산함이 감돌았다.

이곳이 리조트 단지였다는 것을 짐작하게 하는 것은 허름한 건물 3채와 그나마 관리중인 듯 보이는 리조트 콘도미니엄 건물 1채 덕분이다. 폐타이어를 활용해 만든 카트장도 그대로 남아 있었으며, 일대에 폐기물도 여전히 방치돼 있었다. 지난 3년간 관리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채 방치된 것을 방증하는 부분이다.

그나마 수안보 이글벨리 유스호스텔 건물 뒤편 눈썰매장으로 가는 길목에 쌓여있던 쓰레기더미는 처리가 된 것인지 자취를 감췄다. 또 3년 전까지 덩그러니 서있던 스키리프트도 철거됐다.

수안보 이글벨리 인근 산림을 관리하는 산림청 관계자가 마침 순찰을 나와 있었다. 그에게 자초지종을 물으니 “2018년부터 언론에서 이곳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쓰레기가 방치돼 있다는 보도가 전파를 타자 충주시와 면사무소 등이 2019년도 봄부터 관리를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때(2019년)는 곳곳에 쓰레기 더미가 있었다. 그런데 지난해 수안보 이글벨리 일대 개발이 추진되는 분위기가 일어나자 지자체에서 일부 쓰레기와 리프트를 처리하고, 산림청에서는 슬로프 주변 산기슭에 나무도 심었다”며 “그런데 개발이 미끄러지면서(무산되면서) 다시 방치돼 일부분 쓰레기 더미가 남아있기도 하다”면서 상황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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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대여소와 휴게식당 사이에 버려진 생활폐기물. 인근에는 악취가 진동한다. 해당 쓰레기더미는 3년 전 방문했을 때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 제갈민 기자

스키대여소로 이용되던 강당 옆 생활폐기물 인근에는 악취가 진동했다. 3년 전 방문했을 때보다 양은 늘지 않았지만 줄지도 않았다. 아무도 손을 대지 않은 모습이다. 스키장 좌측 변두리에도 여러 생활폐기물이 산적한 상태였다. 파란색 드럼통도 여기저기 굴러다녔다.

충주시 관계자를 통해 수안보 이글벨리 일대 폐기물 처리가 되지 않고 있는 점에 대해 문의를 했으나, 해당 부지는 개인사유지라 처리를 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수안보 이글벨리 일대는 사조그룹이 관리를 해오다 충주시와 충청북도, 검찰청 등에 여러 차례 압류를 당한 후 2017년 9월 임의경매로 주식회사스프링타운에 매각됐다.

충주시 관계자는 “수안보면 온천리 6**번지와 6**-**번지 등 스키장 일대는 개인사유지라 시에서 건물 내부까지 관리를 할 수는 없다”며 “주차장이나 스키장 변두리에 쌓여있는 폐기물은 시와 면에서 처리할 수 있으면 빠른 시일 내에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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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안보 이글벨리 유스호스텔 외관 및 실내. 허름한 정문 및 깨진 진열대. 2층 객실에는 이불도 그대로 남아 있어 누군가 생활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 제갈민 기자

◇ 범죄에 이용될 수도 있어 보이는 폐건물… 곳곳 유리 파손 등 관리 안 돼

수안보 이글벨리 유스호스텔과 스키대여소, 휴게식당 건물은 수년째 관리가 되지 않는 것을 넘어 출입문과 실내 집기 등이 파손돼 있어 으스스할 정도다.

유스호스텔 건물 내부로 발을 들이자 썩은 듯한 퀴퀴한 곰팡이 냄새가 진동했다. 입구를 장식하는 산호나 조개 등 진열대 유리도 깨져있다. 현장을 찾은 시간이 오후 2시경, 대낮이었음에도 1층에는 햇빛조차 잘 들지 않았다.

로비 카운터에는 서류와 전화기, 각종 사무용품 등이 너저분하게 흩어져 있다. 카운터 뒤편 사무실과 사장실 등도 마찬가지다. 책상과 의자, 캐비닛 등은 영업을 행하던 당시 그대로 남겨져 있다. 건물 지하는 어두컴컴해 전등 없이는 한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소름이 끼칠 정도다. 마치 흉가체험을 방불케 했다. 2층으로 올라가자 그나마 빛이 조금 들었다.

건물 내부에는 곳곳에는 수년째 쌓인 먼지와 거미줄, 야생동물의 배설물 등이 존재했다. 2층 객실은 전부 문이 잠기지 않은 채로 방치돼 있다. 노숙자들의 거처나, 자칫하면 범죄에 이용될 우려도 들 정도였다.

충주시는 수안보 이글벨리가 휴장을 결정한 2017년 초 스키장과 온천을 연계한 종합 관광레저타운으로 개발하는 계획을 추진한 바 있다. 당시 충주시는 수안보 이글벨리를 지역 대표 관광시설로 개발하기 위해 스키장 인근 국유림과 시유지의 맞교환을 추진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당시 여러 업체에서 스키장 개발에 참여의사를 밝히긴 했으나 개발로 이어지지는 못한 채 현재까지 방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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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버려진 가전 폐기물 및 폐타이어와 드럼통. 수년째 처리가 되지 않고 있다. / 제갈민 기자

개발이 무산된 수안보 이글벨리 일대 산림(온천리 산**)은 아직 산림청이 관리하고 있다.

충주시 측에 문의한 결과 현재 수안보 이글벨리 일대에 대한 개발추진은 잠정 중단된 상황이다. 충북도와 충주시 지자체, 그리고 해당 부지를 소유한 주식회사스프링타운은 지역 흉물로 전락한 스키장 일대를 되살릴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수안보 이글벨리 인근을 관리하는 산림청 관계자는 “최근에도 어떠한 단체에서 도면과 측량장비 등을 가져와 스키장 인근을 조사하고 갔다”며 “뭐라도 들어와야 지역 경제가 살아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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