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양곤 회장이 이끄는 에이치엘비가 허위공시 논란 속에 주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진양곤 회장이 이끄는 에이치엘비가 허위공시 논란 속에 주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항암제 개발 등에 대한 기대감을 등에 업고 코스닥 시총 3위를 꿰찼던 에이치엘비가 허위공시 의혹으로 흔들리고 있다. 진양곤 회장이 직접 해명에 나서 강경 대응까지 천명했지만 주가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바이오 잔혹사’의 뒤를 잇는 것 아니냐는 우려 또한 제기된다.

◇ 허위공시 의혹에 내리꽂은 주가

지난 16일, 주식시장이 열린지 얼마 지나지 않아 에이치엘비 주가는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전날 9만1,400원에 장을 마쳤던 주가가 하한가를 기록하며 6만4,000원까지 떨어진 것이다.

이 같은 주가 흐름의 이유는 한 언론보도 때문이었다. 조선비즈는 이날 오전 “에이치엘비가 미국 FDA 임상 결과를 허위공시한 혐의로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조치를 앞두고 있다”고 단독 보도했다.

이에 에이치엘비는 “확정되지 않은 사실이 섣불리 기사화돼 시장과 투자자의 혼란을 일으키고 있는 점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며, 향후 이에 대한 검토 후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날 오후 2시에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진양곤 회장이 직접 해명에 나섰다.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항암제 리보세라닙의 미국 FDA 임상시험 결과 관련 공시다. 에이치엘비는 2019년 6월 리보세라닙의 임상 시험 결과가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고, FDA 허가신청이 어려울 수 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얼마 뒤인 같은 해 9월엔 “리보세라닙이 글로벌 임상 3상을 통과했다”며 신약허가 및 생산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그해 3분기 사업보고서에서도 “글로벌 3상 임상 시험을 완료했다”며 신약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명시했다.

금융당국은 에이치엘비의 이 같은 발표가 FDA 임상시험 결과를 자의적으로 해석한 허위공시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FDA 임상시험 결과가 실패에 가까웠음에도 이를 성공한 것처럼 발표했다는 것이다.

진양곤 회장은 해당 사안으로 금융감독원의 조사와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증권선물위원회 의결을 앞두고 있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아직 최종 결론이 내려진 건 아니라고 강조했다. 조사는 받고 있지만, 허위 공시가 확정된 건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임상시험 결과가 성공적이라는 기존 입장을 거듭 설명하며 증권선물위원회에서 적극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진양곤 회장의 이 같은 적극적인 해명에도 불구하고 에이치엘비 주가는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6일엔 하한가까지 떨어졌다가 전일 대비 27% 하락한 6만6,500원에 장을 마감했고, 17일에도 잠시 상승세를 보이기도 했으나 전일 대비 6% 하락한 6만2,500원에 장을 마쳤다. 18일 역시 장중 한때 6만원 선이 깨지는 등 소폭의 하락세가 계속됐다.

이에 따라 4조8,500억원으로 코스닥 3위였던 에이치엘비의 시가총액 규모는 3일 새 1조5,000억원 이상 증발해 3조1,000억까지 줄어들었다. 코스닥 시총 순위도 9위로 밀려난 모습이다.

에이치엘비는 앞서도 크고 작은 논란에 휩싸이며 주가가 급격한 롤러코스터를 탄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사안은 금융당국이 실제 조사에 착수해 결론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중대하다. 만약 증권선물위원회가 허위공시라는 판단과 함께 제재를 가할 경우 에이치엘비는 더욱 극심한 혼란에 빠져들 수 있다.

일각에선 신라젠 사태, 인보사 사태 등으로 이어져온 ‘바이오 잔혹사’의 뒤를 잇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에이치엘비의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리는 것은 물론 주주들의 피해가 속출 할 수 있다는 우려다.

진양곤 회장은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매 순간 있는 사실 그대로를 밝혔으며, 공시를 위반하거나 허위 사실을 공시한 적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진양곤 회장과 에이치엘비를 덮친 사상 최대 위기가 ‘바이오 잔혹사’ 합류로 이어지게 될지, 항암제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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