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씨티그룹이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소매금융 사업 철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이에 따라 한국씨티은행이 ‘철수설’에 휘말려 이목이 집중된다. /시사위크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한국씨티은행이 ‘철수설’에 휘말렸다. 미국 씨티그룹이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소매금융 사업 철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해졌기 때문이다. 한국씨티은행이 작년 3분기까지 신통치 못한 실적을 낸 가운데 씨티그룹 내 한국사업이 구조조정 대상에 오를지 관심이 집중된다.  

◇ 씨티그룹, 일부 지역 소매금융 사업 철수 검토… 한국, 구조조정 포함 여부 촉각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19일(현지시간) 내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씨티그룹이 한국, 태국, 필리핀, 호주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소매금융 사업 철수를 저울질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취임한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최고경영자(CEO)의 의중이 반영된 조치로 분석됐다. 프레이저 CEO는 지난달 컨퍼런스콜에서 일부 지역 철수를 검토하고 있음을 암시하는 발언을 했다. 당시 프레이저 CEO는 “디지털화된 세계에서 어떤 기업이 선도적인 시장 지위를 얻을 수 있는지를 평가하고 있다”면서 “회사를 단순화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프레이저 CEO는 ‘구조조정 전문가’로 평가된다. 그는 2015년 중남미 지역을 총괄할 당시, 브라질,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등 지역에서 소매금융과 신용카드 사업부문의 매각을 주도한 바 있다. 

씨티그룹은 현재 아시아 태평양 지역 12곳, 유럽, 중동 및 아프리카 5곳 등 17곳에서 소매금융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시아 시장에서 씨티은행의 소매금융 매출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씨티그룹의 실적 발표에 따르면 아시아 시장에서 작년 4분기 씨티그룹의 소매금융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5% 감소한 15억5,400만달에 그쳤다. 아시아 지역 내 소매금융 사업 축소가 검토되는 배경엔 이 같은 실적 이슈가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씨티그룹의 구조조정 검토 대상 지역에 한국이 포함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한국씨티은행 안팎은 술렁이고 있다. 씨티그룹은 지난 1967년 한국시장에 진출했으며, 지난 2004년에는 한미은행을 인수해 현재의 한국씨티은행을 출범시켰다. 

한국씨티은행은 2014년부터 여러 차례 시장 철수설에 휘말렸던 전력이 있다. 최근 2017년 대규모 점포통폐합을 단행하면서 사업 철수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쏟아졌던 바 있다. 지난 2016년 말 133개에 달했던 영업점포는 현재 39개로 줄어든 상황이다. 한국씨티은행은 점포 통폐합을 놓고 자산관리 특화서비스 및 비대면 채널 강화 차원이라고 밝혔지만 2017년 시장에선 한동안 시장 철수설이 무성했던 바 있다. 

당시 은행장이던 박진회 행장은 2017년 6월 임직원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한국에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필요한 투자를 계속할 것”이라며 시장 철수설을 일축하는 발언을 남기기도 했다. 이후 사업 철수설은 수면 아래로 점차 가라앉았다.  

하지만 이번에 씨티그룹이 일부 지역 소매사업 구조조정을 검토하고 나서면서 철수설은 다시 부상한 모양새다. 

한국씨티은행은 최근 실적이 신통치 못한 상황이라, 이같은 사업 구조조정설에 더욱 바짝 긴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씨티은행의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1,611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8% 감소했다. 

한국씨티은행 측은 본사의 사업 구조조정 검토에 대해 그룹의 공식 입장을 전한 것 외에는 말을 아끼고 있다. 씨티그룹 본사는 공식 입장문을 통해 “지난 1월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신임 CEO가 밝힌 바와 같이, 각 사업들의 조합과 상호 적합성을 포함해 냉정하고 철저한 전략 검토에 착수했다”며 ”많은 다양한 대안들이 고려될 것이며, 장시간 동안 충분히 심사숙고하여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과연 씨티그룹이 구조조정 칼날을 한국 시장에 겨눌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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