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지난해 9월 23일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호남동행 국회의원 발대식'에서 호남동행의 취지를 밝히고 있다.(공동취재사진) /뉴시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지난해 9월 23일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호남동행 국회의원 발대식'에서 호남동행의 취지를 밝히고 있다.(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국민의힘이 2024년 22대 총선 비례대표 후보 추천 때 당선권 25%를 호남 인사로 우선 배정하는 방안을 당헌당규에 명시하기로 결정하자 일각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특정 지역 출신자에 대한 비례대표 보장이 해당 지역민의 마음을 얻기에 효과적인 방안인지 의문이며, 비례대표 취지에도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다음 총선까지 3년 남은 상황에서 특정지역 공천을 약속하는 것은 시기적으로도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 비례 당선권 25% 호남 추천… 묘수일까 악수일까

국민의힘은 전날(24일) 상임전국위원회를 열고 취약지역 비례대표 국회의원 우선추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자 추천 규정 개정안'을 의결했다.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민통합특별위원회가 지난해 8월 비례대표 국회의원 우선추천제 당헌당규 명문화 추진을 발표한 이후 약 반년만에 이 같이 결정됐다. 구성원 참여율도 높았다. 국민의힘 의원 102명 중 85명(83.3%)이 개정안에 서명했다.

당시 정 의원은 “25%면 5명 정도 되는데 10년 동안 그렇게 하면 10~15명 현역 의원이 호남 몫이 되며 정서 통합, 지역주의 극복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취약지역 비례 우선추천제는 직전 총선 정당득표율 15% 미만 지역 출신자를 비례대표 당선권인 20위 이내, 25% 규모로 우선 추천하는 제도다. 앞서 21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자매 비례정당인 미래한국당에서 비례대표 19석을 확보한 바 있다.

지난 총선에서 광주(3.2%)·전북(5.7%)·전남(4.2%) 등 3곳이 15% 미만 득표 지역이었다. 다음 총선까지 해당 당헌당규가 그대로 남아있을 경우, 국민의힘은 비례대표 당선권 25%를 호남 출신 인물로 우선 배정해야 한다.

국민의힘-광주시 예산정책협의회가 지난해 10월 27일 오전 광주 서구 광주시청 비지니스룸에서 열린 가운데 정운천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광주시 예산정책협의회가 지난해 10월 27일 오전 광주 서구 광주시청 비지니스룸에서 열린 가운데 정운천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 "현실성 없는 주장" vs "필요한 조치"

당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표출되고 있다. 한 국민의힘 국회의원 보좌진은 “(정운천 의원실에서) 다른 의원들 동의을 받으러 다녔는데 여러 의원실에서 곱지 않게 본 것으로 안다”며 “따져보면 지난 총선에서 호남출신 배려를 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 국민의힘 비례대표 의원 19명 중 5명(정운천·이용·이종성·전주혜·조수진)이 호남 출신이다. 그는 이어 “지역배분을 하라고 비례대표를 만들었나”라며 “현실성 없는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야권 관계자는 “비례대표 몇 자리 주겠다면서 호남 민심과 국민통합을 말하는 건 순진한 발상”이라며 “민주당은 호남 지역구를 전부 차지하고 있다. 호남 출신이라고 비례대표가 지역구 의원과 경쟁할 수 있다고 보나. 영남 유권자들이 등을 돌리는 속도가 더 빠를 것”이라고 했다.

이같은 국민의힘의 친(親)호남 정책이 40여 일 앞으로 다가온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노린 포석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치권은 서울 유권자 약 30%를 호남 출신으로 추산하고 있다. 다만 국민의힘이 돌연 호남 출신 정치인을 배려한다고 호남 출신 서울 유권자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 관계자는 “같은 고향 출신이 국회의원 됐다고 좋아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총선이 3년이나 남았는데 벌써부터 특정 지역에 비례대표 준다는 얘기를 지금 하는 것도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고 했다.

긍정적인 시선도 있다. 국민의힘 총선백서제작특위 위원으로서 지난해 호남을 방문해 민심을 청취한 적 있는 신율 명지대 교수는 “호남 출신 비례대표가 생기면 지역사업도 하고 나중에 지역구 출마를 해도 당선 가능성이 생기게 된다”며 “궁여지책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필요한 조치”라고 했다. 신 교수는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호남을 완전히 버린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지역민심을 차차 돌려놓을 필요는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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