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식 부회장(왼쪽)이 조현범 사장에 맞서 주주제안을 제출했다.
조현식 부회장(왼쪽)이 조현범 사장에 맞서 주주제안을 제출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지난해부터 오너일가 3세간 경영권 분쟁 양상을 보여 온 한국타이어그룹이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또 다시 요동치고 있다. 동생 조현범 사장에게 후계자 자리를 빼앗긴 조현식 부회장이 대표이사 자리까지 내놓으며 외부인사 영입을 제안했고, 문제제기에 앞장서 온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도 여기에 가세했다. 이런 가운데, 조양래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 심판 조사 역시 본격화되고 있어 갈등 및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 대표이사 자리 걸고 조현범 견제 나선 조현식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앞둔 한국타이어그룹이 심상치 않다. 한동안 소강 국면이었던 오너일가 3세간 갈등에 다시 불이 붙은 모습이다.

한국타이어그룹은 지난해 경영권 분쟁 양상에 휩싸인 바 있다. 비리 혐의로 구속되기까지 됐던 오너일가 3세 차남 조현범 사장이 지난해 6월 부친으로부터 그룹 지주사 지분을 모두 넘겨받은 것이 시발점이었다. 이에 장녀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은 부친 조양래 회장에 대해 성년후견 심판을 신청하며 문제를 제기했고, 조현식 부회장도 동참했다. 

이 같은 분쟁 양상은 최근 재차 달아오르고 있다. 조현식 부회장은 오는 30일로 예정된 한국앤컴퍼니(구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및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및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제안을 제출한데 이어 이와 관련된 공식 입장도 발표했다.

조현식 부회장은 우선 한국앤컴퍼니의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 후보로 이한상 고려대 교수룰,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 후보로 이혜웅 비알비 코리아 어드바이저스 대표를 추천했다. 

그러면서 “최근 일련의 문제들로 인해 창업주 후손이자 회사의 대주주들이 대립하는 모습으로 비쳐졌다는 사실에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경영권 분쟁 논란의 고리를 근본적으로 끊어내고자 사임 의사를 밝힌다”고 밝혔다. 자신이 제안한 이한상 고려대 교수가 한국앤컴퍼니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선임될 경우, 자신은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조희경 이사장 역시 조현식 부회장의 주주제안에 동참한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힌 상태다. 

이를 두고 여러 해석이 나왔으나, 조현식 부회장과 조희경 이사장이 조현범 사장에 대한 견제장치를 마련하며 본격적인 반격을 도모하고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일단은 조현범 사장의 독단적 행보를 차단하고, 추후 성년후견 심판 결과에 승부수를 던졌다는 분석이다. 

한국앤컴퍼니 측의 대응 역시 경영권 분쟁이 더욱 본격화된 것이란 분석에 무게를 싣는다. 한국앤컴퍼니는 조현식 부회장의 행보에 대해 “회사와의 사전 협의를 통해 원만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대표이사이자 이사회 의장인 분이 주주제안을 하고 보도자료를 회사가 아닌 변호사를 통해 배포한 것은 매우 당황스럽다“며 ”이사회를 통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를 이사회에서 제안한 사외이사 선임안에 대항해 별도의 사외이사 선임안을 제안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조현범 사장 측 입장으로 볼 수 있다.

아울러 한국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자체적으로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 후보를 추천했다.

이로써 한국타이어그룹은 이번 정기 주주총회에서 치열한 표대결이 불가피하게 됐다.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의 경우 이른바 ‘3%룰’이 적용된다는 점에서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반 소액주주들의 선택이 중요해진 만큼, 양측이 팽팽한 긴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조양래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 심판과 관련된 조사도 본격적인 절차를 앞두고 있다. 오는 10일 가사 조사가 예정돼있으며, 이를 마치면 조양래 회장에 대한 신체 감정도 이뤄지게 된다. 통상적인 절차 등을 감안하면 늦어도 올해 안에는 1차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는 한국타이어그룹 경영권 분쟁 양상에 중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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