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의 ‘테라’(왼쪽)와 오비(OB)맥주의 신제품 ‘한맥’. /사진=남빛하늘 기자
하이트진로의 ‘테라’(왼쪽)와 오비(OB)맥주의 신제품 ‘한맥’. /사진=남빛하늘 기자

시사위크=남빛하늘 기자  참새가 방앗간 앞을 못 지나가듯, 퇴근 후 편의점에 들렀다. 주류 냉장고에 평소와 다른 초록색 캔맥주가 보였다. 오비(OB)맥주가 지난 2월 출시한 따끈따끈한 신제품 ‘한맥(HANMAC)’이다. 하이트진로가 지난 2019년 3월 출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테라(TERRA)’를 견제하기 위한 제품일까.

테라와 비교해서 뭐가 어떻게 다를지 궁금해진 기자는 두 제품의 작은캔(355ml), 큰캔(500ml)을 하나씩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사다)’해서 마셔보고 비교해 봤다. 기자는 맥주 전문가도 아니며, 그저 평소에 소주보단 맥주를 더 좋아하는 입장에서 느낀 점을 풀어 쓴 것이니 가볍게 참고만 하기 바란다.

◇ 목 따가운 탄산 느끼려면 ‘테라’… 부드러운 목 넘김엔 ‘한맥’

우선 디자인을 비교해보자. 한맥은 대한민국 대표 ‘K-라거’로 자리매김하는 것을 목표로 둔 만큼, 상단에 ‘KOREAN LAGER’라는 문구를 넣은 게 돋보인다. 또 오른쪽 하단에 그려진 농부와 벼 그림을 통해 ‘국민 주식’ 쌀을 함유했다는 것을 표현했다.

테라의 경우 ‘호주 청정맥아로 만든 100% 리얼탄산 맥주’라는 글을 적어 ‘청량함’을 강조했다. 호주 골든 트라이앵글에 ‘TERRA’ 제품명만 적어 강조한 것도 눈길을 끈다. 패키지의 색상은 같은 초록 계열이지만, 한맥은 무광의 쑥색, 테라는 쨍한 초록색 같아 보인다.

하이트진로의 ‘테라’가 담긴 잔(왼쪽)과 오비(OB)맥주의 ‘한맥’이 담긴 잔의 모습. /사진=남빛하늘 기자
하이트진로의 ‘테라’가 담긴 잔(왼쪽)과 오비(OB)맥주의 ‘한맥’이 담긴 잔의 모습. /사진=남빛하늘 기자

각각 잔에 따라보니 내용물에서도 색상 차이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한맥이 테라보다 조금 더 짙은 갈색을 띄었고, 테라는 갈색보단 노란색 계열에 가까워 보인다. 잔에 따를 때 느껴지는 탄산도도 달랐다. ‘리얼탄산’을 자랑하는 테라답게 한맥보다 탄산도가 높았고, 실제 잔에 따랐을 때 거품이 더 오래 유지됐다.

드디어 두 제품을 직접 마셔볼 시간이다. 일단 두 제품을 처음 마셨을 때 혀와 목구멍에 느껴지는 탄산 차이는 매우 컸다. 쉽게 말해 한맥은 목구멍으로 넘어갈 때만 탄산이 느껴졌다면, 테라는 혀에 닿는 순간부터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순간까지 탄산이 유지되는 느낌이었다.

보통 ‘맥주’ 하면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마시는 순간 ‘캬~’ 하는 탄성이 자동으로 나오는 ‘탄산’을 떠올릴 것이다. TV 속 주인공처럼 탄산 가득한 맥주로 하루의 스트레스를 풀려 했다면, 한맥은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다. 반면 탄산이 비교적 적기 때문에 목 넘김이 부드러워 가볍게 벌컥벌컥 마시기엔 좋을 듯 하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안주인 불막창(왼쪽)과 치킨의 모습. /사진=남빛하늘 기자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안주인 불막창(왼쪽)과 치킨의 모습. /사진=남빛하늘 기자

◇ 매운 안주와는 ‘한맥’… 폭탄주엔 ‘테라’ 제격

술은 ‘같이 먹는 안주와 얼마나 잘 어울리느냐’도 중요하다. 이에 기자는 한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안주인 치킨과 불막창 두 가지를 준비해 함께 먹어봤다. 솔직히 말하자면, ‘치킨엔 맥주’라는 공식이 있듯 튀긴 안주엔 한맥과 테라 비교할 것 없이 둘 다 잘 어울렸다. 역시 ‘치킨불패’다.

하지만 매운 안주에서는 한맥이 승리했다. 보통 매운 음식을 먹으면 혀부터 목구멍, 뱃속까지 뜨거워지기 마련인데, 앞서 말했듯 목 넘김이 부드러운 한맥은 불막창으로 뜨겁게 달궈진 입과 목을 달래줬다. 반면 극강의 탄산을 가진 테라는 매움을 극대화시켰다. 결론적으로 한맥은 튀긴 안주, 매운 안주 모두에 조화롭게 어울리는 맥주로 평가된다.

‘진로이즈백’ 소주(가운데)와 ‘테라’로 만든 소맥(왼쪽)과 ‘한맥’으로 만든 소맥의 모습. /사진=남빛하늘 기자
‘진로이즈백’ 소주(가운데)와 ‘테라’로 만든 소맥(왼쪽)과 ‘한맥’으로 만든 소맥의 모습. /사진=남빛하늘 기자

마지막으로 비교해볼 건 대망의 폭탄주다. 한국인이 라거맥주를 마시는 이유는 ‘소맥(소주+맥주)’을 위해서 아니겠는가. 소맥 제조를 위해 요즘 인기 있는 소주인 ‘진로이즈백(이하 진로)’ 1병을 준비했다.

맥주만 마시자니 좀 더 빨리 취하고 싶고, 소주만 먹기엔 다소 부담스러울 때 대개 소맥을 찾는다. 기자의 경우 ‘소주 섞은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소주의 쓴 맛이 덜 나는 게 ‘최상의 소맥’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토대로 두 제품의 소맥을 비교하자면, 테라에 한 표를 던지고 싶다.

목 넘김이 좋았던 한맥이 소주와 만났을 땐 밍숭맹숭한 맛이 나며 소주 본연의 쓴 맛이 혀로 강하게 느껴졌다. 반면 테라의 강한 탄산과 맛은 소주의 쓴 맛을 완벽히 제거해줘, ‘테진아(테라+진로)’가 왜 인기 있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또 한맥의 경우 소맥 제조 후 한 모금 먹은 뒤 잔에 남겨진 술에서 소주의 쓴 맛이 더 강하게 느껴져서 마시기 다소 힘들었다. 이와 비교해 테라로 만든 소맥은 남아있는 술을 마실 때까지 맛이 유지됐다.

내용을 정리하면, 맥주만 마실 때 탄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테라를, 탄산을 선호하지 않으면 한맥을 추천한다. 또 매운 안주에는 테라보단 한맥이 더 잘 어울리고, 소맥에선 테진아를 이기기 어려워 보인다. 물론 ‘사바사(사람 바이 사람)’이니 판단은 독자들에게 맡긴다.

오비맥주가 야심차게 내놓은 신제품 한맥은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게 됐다. 새로운 것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경험해 볼 만 하다. 물론 과한 음주는 내일의 그대가 고통스러울 수 있으니 자제하며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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