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간 서울시 주요 지역 49곳 돌며 5G 속도 직접 측정
“LTE보다 약 4.5배 빠르다” 과기정통부 발표 대비 체감속도 괴리감 커

지난해 12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내 5G 통신속도가 LTE보다 약 4.5배 빠르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다수의 이용자들은 실제 체감속도와 괴리감이 크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5G 이용 시 자주 끊길 뿐 아니라, 실제 체감속도에서도 LTE와의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일상생활에서 이용자들이 느끼는 5G 속도는 어느 정도 수준일까. <시사위크>는 3일간 서울시 주요 지역 49곳을 돌면서 5G 속도를 직접 측정해 봤다. [편집자주]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12월 국내 5G평균속도가 690.47Mbps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용자들은 실제 5G사용시 체감속도는 이보다 느린 것 같다고 불만을 표시한다. 과연 5G의 실생활속 체감속도는 어느정도 수준일까./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이번 5G체감속도 측정 실험에는 과기정통부가 발표한 국내 5G평균속도 690.47Mbps와 가장 유사한 속도를 보여준 KT의 5G(667.48Mbps)를 이용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경우 각각 795.57Mbps, 608.49Mbps로 과기정통부 조사 평균속도보다 너무 빠르거나 느려 측정시 오차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속도 측정 애플리케이션은 가장 대중적인 앱인 ‘벤치비(benchbee)’를 이용했다. 측정에 사용된 스마트폰은 최신형 5G스마트폰 모델인 삼성전자 ‘갤럭시노트20 울트라’로, 스마트폰 성능에 따른 5G 속도 저하 가능성을 최소화했다.  

아울러 5G 속도측정 위치 및 결과를 구글의 데이터 시각화 툴인 ‘플러리쉬 스튜디오(Flourish studio)’로 구현했다. 아래 지도를 이동하거나 확대 및 축소(PC는 +,- 클릭 또는 Ctrl+마우스 휠 조작)하면 49곳의 측정 위치와 결과를 자세하게 확인할 수 있다. 

◇ 강북, 들쑥날쑥한 속도에 신호 안 잡히는 구역도

조사 첫날인 지난달 24일, 서울 강북지역의 종로와 중구 일대 13곳에서 5G 속도 측정을 진행했다. 측정 결과, 5G 평균 속도는 476.61Mbps가 나왔으며 장소별 속도 편차가 큰 것으로 확인됐다.

먼저,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의 5G 속도는 567Mbps로 나타났다. KT 본사 사옥이 보이는 광화문 앞 청계천 광장에서 측정한 속도는 417Mbps로 조금 더 느렸다.

종로타워 앞으로 자리를 옮기자 5G속도는 더욱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종로타워 앞 횡단보도에서 측정된 5G 속도는 374Mbps였다. 횡단보도 건너편 보신각으로 건너가자 274Mbps까지 떨어졌다. 다시 발걸음을 옮겨 관철동 먹자골목으로 향했다. 점심식사를 위해 나온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이동 중인 이곳에서는 5G 속도가 603Mbps로 올라갔다.

많은 유동인구를 감안해 통신망 구축이 우수할 것으로 기대했던 장소에서도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코로나19로 유동인구가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서울을 대표하는 번화가인 명동거리의 5G 속도는 370Mbps에 그쳤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내부에서의 5G 속도는 249Mbps, 롯데백화점 본점 내부는 430Mbps였다. 명동성당 앞에서는 480Mbps가 나왔다. 서울시청 앞에선 앞서 측정한 장소들보다 빠른 603Mbps가 측정됐다. 

지난달 24일부터 25일 이틀 간 서울시 강북지역 일대 28곳을 직접 방문해 5G속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강북지역의 평균 5G속도는 453.03Mbps로 나타났다./ 사진=박설민 기자

다음날에도 서울 강북지역에서 5G 속도 측정을 이어갔다. 동대문과 남대문 일대 15곳에서 측정된 평균 5G 속도는 434.99Mbps였다. 전날 종로~중구 일대와 마찬가지로 측정 위치별 속도 편차가 컸으나 평균속도는 조금 떨어졌다. 

쇼핑의 메카 동대문 두타몰 빌딩에서는 642Mbps의 나쁘지 않은 5G속도를 측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동대문종합시장 내부로 들어서자 5G 속도는 221Mbps로 크게 떨어졌다. 건물 내부로 더 진입하자 5G가 거의 잡히지 않았고, 간혹 잡힐 때도 속도가 21.6Mbps에 불과했다.

서울의 복합 디지털 문화 공간이라는 명칭이 무색하게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의 5G속도도 상당히 느린 편에 속했다. DDP건물 외부의 속도는 고작 79.1Mbps였으며, 시민 도서관이 위치한 건물 내부의 속도도 278Mbps에 그쳤다. 

반면, 남대문 시장의 5G속도는 상대적으로 빨랐다. 남대문 시장 일대를 돌아다니면서 5G속도를 측정한 결과, 428~566Mbps로 동대문시장보다 훨씬 준수한 속도를 보였다. 

남산 꼭대기에 위치해 5G신호가 잘 안 잡히지 않을까 우려했던 N서울타워(남산타워)는 예상 밖 결과가 나왔다. 전체 강북지역 측정 기록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인 928Mbps를 기록했다. 

N서울타워에서 측정을 마친 후 이동한 서울역은 역사 내부의 경우 704Mbps로 매우 빠른 속도를 보였으나, 외부 서울역 광장은 478Mbps로 낮아졌다.

강북지역에 이어 지난달 26일엔 서울 강남 일대의 5G속도를 측정했다. 총 22곳의 5G속도를 측정한 결과, 평균 537.71 Mbps로 집계돼 강북지역에 비해 강남지역의 5G가 좀 더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박설민 기자

◇ 강북보다 빠른 강남, 속도 편차는 여전

마지막 날인 지난달 26일엔 서울 강남 일대를 측정했다. 그 결과, 강남 22곳의 전체 평균속도는 537.71 Mbps로 강북지역 평균속도인 453.03Mbps보다 준수했다. 하지만 측정 장소별 속도차이는 강북지역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크게 나타났다. 

신논현역 앞 교보타워 앞과 내부에서 5G 속도를 측정했을 때는 각각 243Mbps와 212Mbps로 저조한 수치가 나왔는데, 신논현역에서 도보로 약 10분 거리에 위치한 강남 차병원 앞에서는 1,019Mbps로 전체 측정 기록 중 가장 빠른 속도가 나왔다.

다만, 강남의 경우 신논현역 교보타워를 제외하고 전체적으로 속도가 크게 떨어지는 지역이 없어 강북지역보다 빠른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특히 삼성동에 위치한 코엑스는 건물 외부에서 818Mbps라는 매우 우수한 속도가 측정됐다. 건물 내부 역시 많은 유동인구에도 불구하고 549~570Mbps의 5G 속도가 나왔다.

프로야구 시즌이 아니어서 무척 한적했던 잠실야구장의 5G 속도는 756Mbps로 우수한 축에 속했다. 물론 많은 인파가 몰렸을 때도 이러한 속도가 유지될지는 알 수 없다. 

서울 강남지역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롯데월드타워에서는 386~473Mbps의 속도가 측정됐다. 롯데월드타워 앞에선 386Mbps, 롯데월드타워 내부에서는 398Mbps의 수치가 나왔다. 120층에 위치한 전망대는 473Mbps로 나타났다. 대체로 아쉬운 속도지만, 5G 상용화 초기인 2019년 5G 신호가 거의 잡히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았던 것에 비하면 크게 발전했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5G 속도 측정을 진행한 곳은 강북과 강남의 경계라 볼 수 있는 여의도였다. 국회 앞에서는 459Mbps, 꽤 많은 시민들이 산책을 즐기고 있던 여의도 한강공원에서는 466Mbps가 측정됐다. 

3일간의 취재를 마치고 데이터를 종합한 결과, 서울 강북 및 강남 지역 49곳의 평균 5G 속도는 483.67Mbps였다. 과기정통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했던 690.47Mbps보다 약 30% 가량 느렸다. 이는 통신3사 평균이 아닌 KT의 5G 평균속도(과기정통부 발표)와 비교해도 약 27% 정도 느린 셈이다. 

물론 이번 5G측정 실험의 결과가 완전히 정확하다고 보긴 힘들다. 단순히 한 대의 스마트폰을 들고 도보로 움직이면서 측정한 기자의 조사 방법은 과기정통부나 통신사 측의 측정 방법보다 전문성이 부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통신사가 바뀔 경우, 조사결과가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과기정통부의 5G품질평가 방식의 경우,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통신사별로 준비한 공통 단말기(5G 등 무선인터넷 기술 방식 품질 측정이 가능한 스마트폰 단말)에 측정도구를 설치하고 동일지역, 동일시간대에 전문요원이 이동(차량, 도보)하면서 최소 50~100회 이상 측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통신서비스의 이용자 중 한 명으로 5G의 체감속도를 알아보고자 진행했던 이번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5G 체감속도가 과기정통부 발표보다 더 느리다고 주장해 온 이용자들의 불만을 단순한 의심이나 기분 탓으로 치부하기 어려운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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