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조산업이 소액주주들의 반대에 부딪혀 자회사 골프장 합병 추진을 철회했다.
사조산업이 소액주주들의 반대에 부딪혀 자회사 골프장 합병 추진을 철회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 일가가 반발하는 소액주주들 앞에 무릎을 꿇었다. 당초 추진에 나섰던 골프장 계열사 합병을 전격 철회한 것이다. 최근 개정·강화된 상법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이른바 ‘3%룰’이 위력을 발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 곱지 않은 시선 받던 골프장 합병… 결국 철회

사조산업은 지난해 12월 말, 종속회사가 합병을 추진한다고 공시했다. 골프장 자회사 캐슬렉스서울이 또 다른 골프장 계열사 캐슬렉스제주를 흡수합병하는 것이었다.

캐슬렉스서울은 사조산업이 지분 79.5%를 보유 중인 곳이다. 사조산업이 최대주주(62.1%)로 있는 상장계열사 사조씨푸드도 2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나머지 0.5%는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이 보유 중이다.

흡수합병 대상인 캐슬렉스제주는 오너 3세인 주지홍 사조산업 부사장이 지분 49.5%를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지분은 사조시스템즈 45.5%, 캐슬렉스서울 5%다. 주지홍 부사장은 비상장 계열사인 사조시스템즈의 최대주주(39.7%)이기도 하다.

사조산업은 캐슬렉스서울의 캐슬렉스제주 흡수합병 목적이 경영합리화를 통한 시너지효과 극대화에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적잖은 뒷말을 낳았고, 특히 주주들의 불만을 샀다. 오너일가 개인회사에 가까운 캐슬렉스제주의 부실을 사조산업에 떠넘기고, 승계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합병이란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캐슬렉스제주는 1996년부터 25년간 자본잠식 상태가 이어지고 있으며, 2019년 말 기준 자본총계는 -205억원에 달한다. 2018년 적자로 전환했고, 2019년에도 25억원 상당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캐슬렉스서울 역시 2015년을 기해 자본잠식 상태가 됐고 2019년 기준 자본총계가 -88억원인 상태다. 다만 2018년 흑자전환해 캐슬렉스제주에 비해 사정이 낫다. 특히 캐슬렉스서울은 현재 자산가치가 1,263억원이지만, 부동산 가격 상승 등을 반영할 경우 실제 가치가 수조원대에 이른다는 분석이 나온다.

즉, 해당 합병으로 사조산업은 캐슬렉스제주의 부실을 떠안게 되는 반면, 주지홍 부사장은 자본잠식·적자 회사를 처분함과 동시에 ‘알짜’ 캐슬렉스서울 지분을 확보할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 만약 이를 처분할 경우, 주지홍 부사장은 승계를 위한 ‘실탄’을 두둑이 확보할 수 있었다. 

이 같은 합병 추진에 반발해온 사조산업 소액주주들은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이달 초 본격적인 집단행동에 돌입했다. 소액주주연대를 구성해 법무법인과 법률자문계약을 맺는 한편, 합병 문제는 물론 오너리스크 문제까지 쟁점화하고 나선 것이다. 소액주주연대는 나아가 경영 참여를 선언하며 주진우 회장 일가를 견제·감시하기 위한 감사위원 선임도 준비하고 있다.

그러자 사조산업은 지난 8일 종속회사의 합병 결정을 철회했다는 내용의 정정공시를 발표했다. “회사의 내부사정과 경영판단의 사유로 합병의 철회를 결정했다”고 설명했지만, 사실상 소액주주의 반발에 무릎을 꿇은 것으로 풀이된다.

사조산업의 이 같은 행보는 이른바 ‘3%룰’의 위력이 현실화한 사례로 더욱 주목받고 있다. 3%룰은 감사위원이 되는 1명 이상의 이사를 다른 이사와 분리 선임하고, 이때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규정이다. 또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을 선출할 때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각각 3%까지만 인정한다. 

사조산업은 26.12%의 지분을 보유한 사조시스템즈가 최대주주이며, 주진우 회장·주지홍 부사장 등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은 56.17%다. 하지만 3%룰이 적용되는 안건에서는 총 36% 가량의 지분을 보유 중인 소액주주들에 맞서기 어렵다. 국민연금이 10.47%의 지분을 보유 중인 점도 부담이다.

주진우 회장 일가를 무릎 꿇게 만든 3%룰은 소액주주의 권리를 한층 더 보호하기 위한 규정으로, 올해 정기 주주총회부터 적용된다. 다만, 일각에선 이 같은 규정 강화가 기업들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 및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