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약물복용으로 완벽한 임신중절·잔여물 배출 이뤄지지 않아
부작용으로 패혈증·과다출혈 쇼크 가능성 존재… 결국 추가 수술 동반돼야

경구용 임신중단약물 미프진. / 게티이미지뱅크
경구용 임신중단약물 미프진. /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현대약품이 낙태약으로 불리는 ‘미프진’의 국내 도입을 추진하고 나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미프진은 태아를 자궁에서 강제적으로 떨어뜨려 유산(낙태)을 유도하는 스테로이드성 고용량 호르몬제다. 현대약품을 비롯해 일부 여성단체는 미프진이 ‘안전한 임신중단약물’로 인정을 받았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약물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현대약품은 지난 2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영국 제약사 라인파마 인터내셔널과 경구용 임신중단약물의 국내 판권 및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현재 해당 약품의 빠른 국내 출시를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사전검토를 접수하는 등 협의를 진행 중이다.

현대약품은 “국내에 도입하려는 경구용 임신중단약물 ‘미프진’은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 성분을 복합한 제품으로, 세계보건기구(WHO)에서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한 약품”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안전한 임신중단약물’로 인정을 받은 바 있다”고 ‘안전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약물의 부작용이나 주의사항에 대해서는 세부적으로 서술하지 않았다.

그간 낙태죄 폐지 및 미프진 도입을 찬성하는 일부 시민단체와 여성단체 등도 “미프진은 WHO에서 지정한 필수의약품이며, 안전성이 입증됐다”며 “미프진을 사용할 시 수술보다 저렴하고 안전하게 유산(낙태)을 할 수 있으며, 부작용이나 후유증도 없다”고 꾸준히 주장하고 있다.

지난 2017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 유도약(미프진) 합법화 및 도입’ 제하 글을 통해 “원치않는 임신을 해 낙태를 원할 시 12주 내 미프진을 복용하면 생리통 수준과 약간의 출혈으로 안전하게 낙태가 가능하다”는 내용이 게시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 주장에 대한 반박도 적지 않다. 의학계 일각에선 미프진의 안전성은 ‘정상적인 임신 및 임신 초기단계에서만 유효’한 것으로, 미프진을 비롯한 경구용 임신중단약물은 자궁 내 임신인 경우 6주 이내에서만 안전하게 유산을 유도할 수 있다고 꼬집는다.

실제 국내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임신중단약물 미프진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팽배하다. 미프진과 같은 임신중단약물은 부작용이 분명히 존재하며, 자가 낙태는 위험이 동반되는데 이러한 점을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앞서 지난 2019년 5월 국회에서 열린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른 입법과제’ 토론회장에서 미프진을 이용한 자가 낙태와 관련해 질타를 쏟아낸 바 있다.

당시 김재연 회장은 “집에서 편하게 낙태약 먹으면 된다? 만일 자궁 외 임신이면 어쩔 거냐? 미프진과 같은 낙태약은 자궁 내 임신일 경우만 효과가 있다”며 “낙태약을 먹기 전 반드시 자궁 내 임신 여부를 확인해야 하며, 자궁 외 임신이나 임신 주차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낙태약을 복용하고 그대로 두면 산모의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또한 김재연 회장은 최근 다수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약물에 의한 임신중절은 낙태 그 자체보다 이후 부산물이 충분히 빠져나올 수 있도록 조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미프진 복용으로 낙태가 이뤄졌다할지라도 임신 주수에 따라서 자궁 내 잔여물이 남을 수 있는데, 자궁 내 잔여물 배출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최악의 경우에는 패혈증까지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재연 회장을 비롯한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자궁 외 임신인 경우를 비롯해 임신 주차가 약 8주 이상에 달한 경우에는 미프진을 복용하더라도 유산(낙태) 유도 효과가 크지 않을 수도 있고, 부작용이 발생해 자칫 산모가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어 규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 픽사베이
현대약품이 유산(낙태)을 유도하는 임신중단약물 미프진의 국내 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나, 부작용에 대해서는 정확히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무관함. / 게티이미지뱅크

이기철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부회장도 “미프진이라는 약물은 정상적인 자궁 내 임신, 그리고 임신 초기인 2~6주 이내에만 효과를 볼 수 있는 약물이다”며 “이 기간을 넘어서면 태반이 자궁에 단단히 붙어 약물을 사용해도 소용이 없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완벽하게 낙태가 되지 않아 태반이나 태아 조직이 자궁 내에 남아 있을 경우, 출혈과 복통이 오래 지속된다”며 “자궁 안에서 죽은 태반이 상하게 되면 후유증이 나타날 수도 있고, 이러한 경우에는 결국 추가적인 수술이 동반될 수 있는 문제점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미프진을 복용해 낙태를 하려는 이들은 반드시 의료기관에 입원을 해 △초음파 검사를 통해 자궁 내 임신 여부를 확인하고 △약 투여 후 일주일 정도는 병원에서 자궁 내 잔여물은 남지 않았는지 △자궁 수축은 제대로 됐는지 △후유증은 발생하지 않는지 등을 확인하는 등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임산부의 안전 보장을 위해 미프진 처방 자격을 산부인과 전문의들에게만 제한적으로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보고된 미프진 부작용으로는 가벼운 구역질부터 발열·오한·구토·두통·설사·현기증·자궁출혈 등이다. 심각한 경우에는 △빈혈 △아나필락시스·혈관 부종·두드러기·발진·가려움증을 포함한 알레르기 반응 △불안증세 △심박수·호흡 증가 △저혈압·실신·의식상실 △자궁파열 및 장시간의 출혈로 인한 쇼크 등의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며 주의를 기울일 필요에 대해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의료진은 미프진 복용으로 낙태를 원하는 임산부가 자궁 외 임신일 가능성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내용이 주의사항으로 지적돼 있으며, 이러한 임산부에게는 해당 약물 사용을 금기시 했다.

미프진의 국내 도입은 아직 결정 난 사안이 아니다. 다만 현대약품 측이 식약처에 사전검토를 접수하는 등 협의를 진행 중인 만큼 미프진 국내 출시는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현대약품 측은 미프진을 국내에 도입하려는 이유에 대해 ‘불법유통을 줄이고, 중국산 가짜약을 복용해 부작용으로 피해를 입는 여성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입장이다.

현대약품 관계자는 “인터넷에서 불법으로 임신중단약물을 구입해 복용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데, 중국산 가짜약도 심심찮게 유통되고 있다”며 “이 경우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하고 후유증이 남을 수 있으며, 정품 약물을 복용하더라도 복용 용량과 방법, 복용 금기대상 등에 관한 부정확한 정보로 인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약물 도입은 여성들의 안전을 고려한 선택”이라며 “향후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안전하게 약이 복용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