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수 삼양식품 총괄사장이 등기임원 및 ESG위원장으로 복귀를 추진하고 있다. /뉴시스
김정수 삼양식품 총괄사장이 등기임원 및 ESG위원장으로 복귀를 추진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김정수 삼양식품 총괄사장이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거센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해 횡령 혐의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아 회사에서 쫓겨나고도 1년 만에 복귀를 추진하고 있을 뿐 아니라, ESG위원장을 맡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라는 지적과 함께 소액주주들의 단체행동까지 나타나고 있다.

◇ 대법원 유죄 판결 1년여 만에… ESG 챙기겠다는 김정수 사장

김정수 사장은 남편인 전인장 전 삼양식품 회장과 함께 2018년 4월 불구속 기소됐다. 2008년부터 2017년까지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49억원을 빼돌린 횡령 혐의였다. 이들은 계열사가 삼양식품에 납품한 포장 박스 등을 페이퍼컴퍼니에서 납품한 것처럼 꾸며 대금을 빼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김정수 사장이 이 페이퍼컴퍼니에 근무하는 것처럼 꾸며 매달 4,000만원을 월급으로 빼돌리기도 했다.

이후 김정수 사장과 전인장 전 회장은 지난해 1월 대법원에서 각각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과 징역 3년의 실형이 확정됐다. 특히 경영일선을 지켜온 김정수 사장은 이 같은 확정 판결로 취업제한에 저촉되면서 지난해 3월 삼양식품에서 물러났다.

김정수 사장이 삼양식품으로 복귀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물러난 지 7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법무부로부터 취업승인을 받아 삼양식품 총괄사장 직함을 되찾은 것이다. 이를 두고 시기상조라는 지적과 함께 법무부의 취업승인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하지만 김정수 사장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더욱 본격적인 복귀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다가오는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등기임원 복귀를 추진하고 나선 것이다. 

심지어 김정수 사장은 신설되는 ESG위원회 위원장을 맡을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삼양식품은 최근 ESG 경영 강화를 선언하며 지속가능 경영전략을 수립·평가하는 ESG 전담 최고 의사결정기구를 김정수 사장이 직접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수 사장의 이 같은 행보는 더욱 거센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등기임원 복귀는 물론, ESG위원장을 맡겠다는 구상에 대해서도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진다. 불과 얼마 전 횡령 혐의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인물이 ESG를 이끄는 것은 어불성설이자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라는 지적이다.

ESG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강조되고 있으며, 환경(Environment)과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의미한다. 국내에서도 대다수 기업들이 ESG를 대폭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이처럼 김정수 사장이 ‘마이웨이’ 행보를 보이자 삼양식품 소액주주 차원의 반발도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삼양식품 소액주주들은 김정수 사장의 복귀행보를 강하게 비판하는 한편, 본격적인 집단행동에 나섰다. 업계에 따르면 이들은 최근 주주명부 열람 등사 가처분을 신청해 법원으로부터 허용 결정을 받았다. 이를 토대로 회계장부열람등사 청구 및 대표소송을 제기하는 등 경영정상화를 요구할 계획이다.

삼양식품은 김정수 사장을 향한 비판여론에 대해 “이전에 잘 못했던 것들을 앞으로는 잘 하겠다는 취지로 이해해주시기 바란다”며 “김정수 사장이 주도하긴 하지만 ESG위원회는 대부분 외부인사 및 전문가로 구성된다”고 밝혔다.

한편, 삼양식품의 정기 주주총회는 오는 26일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삼양식품 본사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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