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의혹과 대통령 사저 의혹을 고리로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했다. 정부·여당의 부동산 민심 이반을 기회로 삼겠다는 눈치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의혹 관련, 국민의힘이 청와대를 겨냥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대통령이 책임 있는 사과를 하고, 내각을 전면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야권은 ‘대통령 사저’ 의혹을 제기하며 정부·여당을 향한 ‘부동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15일 야권은 LH 사태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대통령은 진정어린 사과와 함께 내각 총사퇴를 통해 국정쇄신 의지를 보여 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왜 차일피일 검찰수사를 미루며 변죽만 울리는지 국민들은 알게 됐다”며 “문재인 정권 땅 투기 게이트의 실체가 드러날까 두려운 것”이라고 비판했다.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대표 또한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LH 발 부동산투기 의혹은 들끓는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며 “민심에 밀려 변창흠 장관이 사표를 냈지만, 문 대통령은 시한부 사퇴라는 해괴한 임시방편을 제시했다.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고 민심을 얕잡아보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의 진솔한 사과가 첫 단추”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이 청와대를 향해 공세 수위를 높이는 것은 보궐선거 국면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LH 사태와 관련해 정부가 합동수사단 조사를 진행하고,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을 사실상 경질했음에도 민심 이반이 나타나자 이를 ‘기회’로 이용하려는 분위기다. 

실제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 국정 수행 관련 부정적 평가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YTN의 의뢰로 리얼미터가 지난 8일부터 12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 부정 평가′는 지난주(2~5일) 대비 1.7%p 상승한 57.4%로 나타났다. 반면 긍정 평가는 2.4%p 떨어진 37.7%였다. 정당 지지율에서도 민주당은 소폭 하락한 데 반해, 국민의힘은 소폭 상승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문 대통령이 직접 사과해야 한다는 여론도 높아지는 형국이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에스티아이가 지난 12일부터 13일까지 실시한 조사에서 LH 투기 의혹 관련 ′대통령이 사과를 해야 한다′는 의견은 61.5%로 나타났다. ′할 필요가 없다(32.3%)′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여기에 더해 국민의힘은 문 대통령의 사저 의혹에 대해서도 연일 날을 세우고 있다. 토지의 용도변경을 한 것 자체가 사실상 ‘투기 수법’이라는 지적이다. LH 사태로 부동산 민심이 악화된 상황에서 이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도인 셈이다. 당장 여권에서는 ‘정치공세’, ‘흠집 내기’라며 거센 반발이 쏟아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부동산 적폐 청산′을 강조했다. 당초 대국민 사과 가능성도 나왔지만 정면돌파를 선언한 것이다. /뉴시스

◇ ‘대국민 사과’ 대신 ‘정면돌파’

하지만 여권은 오히려 ‘정공법’으로 문제를 돌파하겠다는 모습이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기자들을 만나 “(대통령 사과 관련) 논의는 없었다”며 “문제는 우리가 발본색원·재발 방지·투기이익환수·공급 중심 부동산 정책, 이 네 가지를 원칙으로 삼았으니 앞으로의 모든 활동도 이 네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문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메시지는 없었다. 당초 사과 관측이 나왔지만, 오히려 ‘적폐 청산’을 내걸며 정면돌파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여러 분야에서 적폐 청산을 이뤘으나 부동산 적폐 청산까지는 엄두를 내지 못했다”며 “그와 같은 반성 위에서 단호한 의지와 결기로 부동산 적폐 청산과 투명하고 공정한 부동산 거래질서 확립을 남은 임기 동안 핵심적인 국정과제로 삼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야권의 공세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문 대통령은 “이 사안을 정쟁의 도구로 삼지 말아 주길 바란다”며 “국민의 삶과 직결된 중대한 민생문제이며,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초당적 과제”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이 정면돌파에 나선 데는 사실상 민심이 악화된 상황에서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사과를 한다고 민심이 돌아온다는 보장이 없는 상황”이라며 “일의 우선순위상 잘못된 것을 파헤치고 책임자 엄벌, 재발 방지 등이 우선돼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야권이 LH 사태에 ‘사저 의혹’을 결부시키려는 상황도 고려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차 교수는 “(사저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자칫 이 사과가 오히려 그 부분에 대한 사과처럼 비춰질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며 “다만, 민심이 악화되고 있기에 할 수 있는 것을 다할 것이다. 시기를 조절하겠지만 (대통령이) 직접 사과에 나설 가능성도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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