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희원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이 일파만파 커지면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판세도 요동치고 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의 지지율이 야권 후보들에게 크게 밀리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민주당과 박 후보 측의 위기감도 날로 확산되고 있다. 박 후보의 지지율은 보선 레이스 초반까지는 대체적으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의 양자 대결에서는 다소 밀렸으나 국민의힘 후보들에게는 우위를 보였다.
또 박 후보는 3자 대결 구도에서도 야권 후보들에게 우위를 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LH 사태’ 후폭풍이 거세게 불어닥치면서 박 후보는 야권 후보들에게 크게 밀리고 있다.
리얼미터가 문화일보 의뢰로 지난 13∼14일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3자 대결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35.6%), 박영선 후보(33.3%),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25.1%) 순으로 나타났다.
가상 양자대결 구도에서도 오세훈 후보(54.5%)가 박 후보(37.4%)에게 17.1%포인트, 안 후보(55.3%)는 박 후보(37.8%)에게 17.5%포인트 각각 우세한 것으로 집계됐다.
넥스트인터랙티브리서치가 SBS 의뢰로 지난 13일 서울시민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서는 오세훈 후보(42.3%)가 야권 단일후보로 나설 경우 박영선 후보(35%)에게 7.3%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철수 후보가 단일후보로 선출될 경우에도 안 후보(45.4%)가 박 후보(33.6%)를 11.8%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서울시장 적합도를 물은 조사에서는 박 후보 27.4%, 오 후보 26.1%, 안 후보 24%의 순으로 집계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 박영선의 열세 언제까지?
서울시장 보선 판세가 야권 우위로 기울면서 박 후보 측의 초조함은 날로 더해 가고 있다. 이 때문인지 그동안 중도층 표심을 겨냥해 정책 행보를 보이던 박 후보의 메시지도 더욱 강경해지고 있다. 박 후보는 열세 국면 타개를 위해 특검과 전수조사 카드를 꺼내들고 ‘LH 사태’ 정면 돌파에 나섰다.
박 후보는 지난 12일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공직을 이용한 부당이득은 반드시 몰수하고 과거부터 우리사회 관행처럼 이어온 투기의 고리는 이번 기회에 완전히 절연해야 한다”며 민주당에 LH 특검을 전격 건의한 바 있다.
박 후보는 또 지난 14일 기자회견에서 민주당과 정부에 “3기 신도시 개발예정지역 및 대규모 택지개발 예정지역 내에서 토지소유자 전수조사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박 후보 캠프의 고민정 대변인은 15일 YTN 라디오에서 ‘LH 사태’를 뚫고 갈 방안을 묻는 질문에 “악재를 호재로 만들고 호재를 더 강한 호재로 만드는 것이 캠프의 역할”이라며 “투기와의 전쟁이 시작된 것이기 때문에 지금은 정쟁보다는 문제의 근원을 발본색원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답했다.
고 대변인은 “일단 우리 국회의원들부터 전수조사를 하자, 그리고 특검도 하자고 제안했던 건데 (국민의힘이) 전수조사도 받아주지 않겠다, 특검도 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저의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면서 “무엇이 그렇게 두렵길래, 숨기고 싶은 게 무엇이 있길래 하지 않겠다고 하는지 오히려 묻고 싶다”고 야당을 공격했다.
민주당은 지금은 ‘LH 사태’ 후폭풍으로 박 후보가 밀리고 있지만 결국 인물 경쟁력에서 우위를 보이면서 지지율을 회복할 것이라며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강훈식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저희 당 후보가 지금은 좀 많이 뒤처져 있다”며 “LH 문제로 국민들이 많이 화나고 또 여권에 대한 책임이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 혼내고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이어 “특검에 대한 합의를 하고 국회의원 전수조사를 하고 난 다음에 후보 간 인물들이 드러나기 시작하면 누가 코로나 이후에 서울을 자부심 있게 끌어나갈 미래의 후보인가, 본격적인 검증이 되면 저희 후보가 다시 격차도 줄이고 앞질러 갈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 그룹에서는 ‘LH 사태’로 인한 국민 분노가 지난주 절정에 달하면서 박 후보가 열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번 사태가 문재인 정권 차원의 비리 의혹이 아닌 만큼 시간이 갈수록 국민 분노가 가라앉으면서 지지율도 다시 조정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김미현 알앤써치 소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지금 발표된 여론조사들은 LH 직원들의 신도시 땅 투기 의혹에 대한 국민 분노가 최대치에 올라갔을 때 실시한 조사 결과들”이라며 “그런 상태에서 질문을 하면 정권 심판론으로 답변을 하게 될 확률이 높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이번 사태는 사실 뿌리 깊게 자리잡은 문제이지 어제오늘 생긴 일은 아닐 것”이라며 “정부의 관리 부실이지 정권 차원에서 저질러진 비리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 점을 감안해봤을 때 여론도 분노가 달아오르더라도 숙고의 시간을 갖게 될 것이고 그러다보면 차츰 본인들이 지지하던 후보쪽으로 판세가 정리될 것”이라며 “이번 주말을 거치면서 나오는 여론조사 결과가 좀 더 정확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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