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14일 서울 은평구 서울혁신센터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LH 사태’가 터지면서 박영선 후보가 수세에 몰리고 있다./뉴시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14일 서울 은평구 서울혁신센터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LH 사태’가 터지면서 박영선 후보가 수세에 몰리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이 일파만파 커지면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판세도 요동치고 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의 지지율이 야권 후보들에게 크게 밀리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민주당과 박 후보 측의 위기감도 날로 확산되고 있다. 박 후보의 지지율은 보선 레이스 초반까지는 대체적으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의 양자 대결에서는 다소 밀렸으나 국민의힘 후보들에게는 우위를 보였다.

또 박 후보는 3자 대결 구도에서도 야권 후보들에게 우위를 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LH 사태’ 후폭풍이 거세게 불어닥치면서 박 후보는 야권 후보들에게 크게 밀리고 있다.

리얼미터가 문화일보 의뢰로 지난 13∼14일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3자 대결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35.6%), 박영선 후보(33.3%),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25.1%) 순으로 나타났다.

가상 양자대결 구도에서도 오세훈 후보(54.5%)가 박 후보(37.4%)에게 17.1%포인트, 안 후보(55.3%)는 박 후보(37.8%)에게 17.5%포인트 각각 우세한 것으로 집계됐다.

넥스트인터랙티브리서치가 SBS 의뢰로 지난 13일 서울시민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서는 오세훈 후보(42.3%)가 야권 단일후보로 나설 경우 박영선 후보(35%)에게 7.3%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철수 후보가 단일후보로 선출될 경우에도 안 후보(45.4%)가 박 후보(33.6%)를 11.8%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서울시장 적합도를 물은 조사에서는 박 후보 27.4%, 오 후보 26.1%, 안 후보 24%의 순으로 집계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안철수(왼쪽부터)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허명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회장,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8일 서울 영등포구 공군호텔에서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주최로 열린 3.8 세계 여성의날 행사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LH 사태’ 후폭풍으로 서울시장 보궐선거 판세에서 야권 우위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뉴시스
안철수(왼쪽부터)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허명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회장,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8일 서울 영등포구 공군호텔에서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주최로 열린 3.8 세계 여성의날 행사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LH 사태’ 후폭풍으로 서울시장 보궐선거 판세에서 야권 우위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뉴시스

◇ 박영선의 열세 언제까지?

서울시장 보선 판세가 야권 우위로 기울면서 박 후보 측의 초조함은 날로 더해 가고 있다. 이 때문인지 그동안 중도층 표심을 겨냥해 정책 행보를 보이던 박 후보의 메시지도 더욱 강경해지고 있다. 박 후보는 열세 국면 타개를 위해 특검과 전수조사 카드를 꺼내들고 ‘LH 사태’ 정면 돌파에 나섰다.

박 후보는 지난 12일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공직을 이용한 부당이득은 반드시 몰수하고 과거부터 우리사회 관행처럼 이어온 투기의 고리는 이번 기회에 완전히 절연해야 한다”며 민주당에 LH 특검을 전격 건의한 바 있다.

박 후보는 또 지난 14일 기자회견에서 민주당과 정부에 “3기 신도시 개발예정지역 및 대규모 택지개발 예정지역 내에서 토지소유자 전수조사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박 후보 캠프의 고민정 대변인은 15일 YTN 라디오에서 ‘LH 사태’를 뚫고 갈 방안을 묻는 질문에 “악재를 호재로 만들고 호재를 더 강한 호재로 만드는 것이 캠프의 역할”이라며 “투기와의 전쟁이 시작된 것이기 때문에 지금은 정쟁보다는 문제의 근원을 발본색원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답했다.

고 대변인은 “일단 우리 국회의원들부터 전수조사를 하자, 그리고 특검도 하자고 제안했던 건데 (국민의힘이) 전수조사도 받아주지 않겠다, 특검도 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저의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면서 “무엇이 그렇게 두렵길래, 숨기고 싶은 게 무엇이 있길래 하지 않겠다고 하는지 오히려 묻고 싶다”고 야당을 공격했다.

민주당은 지금은 ‘LH 사태’ 후폭풍으로 박 후보가 밀리고 있지만 결국 인물 경쟁력에서 우위를 보이면서 지지율을 회복할 것이라며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강훈식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저희 당 후보가 지금은 좀 많이 뒤처져 있다”며 “LH 문제로 국민들이 많이 화나고 또 여권에 대한 책임이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 혼내고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이어 “특검에 대한 합의를 하고 국회의원 전수조사를 하고 난 다음에 후보 간 인물들이 드러나기 시작하면 누가 코로나 이후에 서울을 자부심 있게 끌어나갈 미래의 후보인가, 본격적인 검증이 되면 저희 후보가 다시 격차도 줄이고 앞질러 갈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 그룹에서는 ‘LH 사태’로 인한 국민 분노가 지난주 절정에 달하면서 박 후보가 열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번 사태가 문재인 정권 차원의 비리 의혹이 아닌 만큼 시간이 갈수록 국민 분노가 가라앉으면서 지지율도 다시 조정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김미현 알앤써치 소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지금 발표된 여론조사들은 LH 직원들의 신도시 땅 투기 의혹에 대한 국민 분노가 최대치에 올라갔을 때 실시한 조사 결과들”이라며 “그런 상태에서 질문을 하면 정권 심판론으로 답변을 하게 될 확률이 높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이번 사태는 사실 뿌리 깊게 자리잡은 문제이지 어제오늘 생긴 일은 아닐 것”이라며 “정부의 관리 부실이지 정권 차원에서 저질러진 비리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 점을 감안해봤을 때 여론도 분노가 달아오르더라도 숙고의 시간을 갖게 될 것이고 그러다보면 차츰 본인들이 지지하던 후보쪽으로 판세가 정리될 것”이라며 “이번 주말을 거치면서 나오는 여론조사 결과가 좀 더 정확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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