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일인 2018년 9월 18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차려진 남북정상회담 평양 서울 프레스센터 대형 화면에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평양 순안공항 도착할 문재인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중계되고 있다. /뉴시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16일 한미연합훈련 시행에 대해 “위기의 3월”을 택했다고 맹비난했다. 사진은 2018년 9월 18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차려진 남북정상회담 평양 서울 프레스센터 대형 화면에 김 부부장이 평양 순안공항 도착할 문재인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중계되는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16일 한미연합훈련 시행을 두고 “위기의 3월을 택했다"며 “(남북관계에) 3년 전의 따뜻한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김 부부장은 이날 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개인 담화를 내고 “남조선 당국이 8일부터 우리 공화국을 겨냥한 침략적인 전쟁연습을 강행하는 길에 들어섰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감히 엄중한 도전장을 간도 크게 내민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번 연습의 성격이 연례적이고 방어적이며 실기동이 없이 규모와 내용을 대폭 축소한 컴퓨터 모의방식의 지휘소 훈련이라고 광고해대면서 우리의 유연한 판단과 이해를 바라고 있는 것 같은데 참으로 유치하고 철면피하며 어리석은 수작이 아닐 수 없다”며 “우리는 지금까지 합동군사연습 자체를 반대했지 연습의 규모나 형식에 대해 논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비꼬았다.

이어 “연습 중단을 약속하고도 우리의 눈을 피해가며 2018년에는 110여차, 2019년에는 90여차, 2020년에는 170여차의 크고 작은 전쟁연습을 도적고양이처럼 벌려놓은데 대해서도 때가 되면 낱낱이 계산하려고 했다”며 “그럼에도 남조선 당국은 또다시 온 민족이 지켜보는 앞에서 따뜻한 3월이 아니라 전쟁의 3월, 위기의 3월을 선택했다”고 꼬집었다. 

김 부부장은 “병적으로 체질화된 남조선 당국의 동족대결의식과 적대행위가 이제는 치료불능 상태에 도달했으며 이런 상대와 마주앉아 왈가왈부할 것이 없다”며 “남조선 당국은 스스로 자신들도 바라지 않는 붉은선(레드라인)을 넘어서는 얼빠진 선택을 했다는 것을 느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부부장은 대남 대화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를 정리하고, 금강산국제관광국 등 교류협력 기구를 없애버리는 문제를 검토 중이라면서 “이런 중대 조치들은 이미 최고수뇌부에 보고드린 상태”라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남조선 당국의 태도와 행동을 주시할 것이며 감히 더더욱 도발적으로 나온다면 북남군사분야합의서도 시원스럽게 파기해버리는 특단의 대책까지 예견하고 있다”며 “이번의 엄중한 도전으로 임기 말기에 들어선 남조선 당국의 앞길이 무척 고통스럽고 편안치 못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김 부부장은 조 바이든 미국 신 행정부를 향해 첫 공식 메시지를 내놨다. 그는 “이 기회에 대양 건너에서 우리 땅에 화약내를 풍기고 싶어 몸살을 앓고 있는 미국의 새 행정부에도 한 마디 충고한다”며 “앞으로 4년 간 발편잠을 자고싶은 것이 소원이라면 시작부터 멋 없이 잠 설칠 일거리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담화가 노동신문 2면에 실린 것을 감안하면, 김 부부장이 언급한 대남 조치들(조평통 정리, 교류협력기구 폐지)을 향후 실행에 옮길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지난해 6월 대북전단 살포 중단 요구 당시 노동신문에 게재한 김 부부장 담화를 통해 남북 통신망 단절,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비무장지대 군 진출, 대남전단 살포 등을 예고한 바 있다. 이후 남북 통신망은 단절됐고 남북연락사무소는 실제로 폭파됐다. 

아울러 바이든 대통령 당선 확정 이후에도 아무런 메시지를 내지 않던 북한이 처음으로 공식 메시지를 낸 것도 관심을 끌고 있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정책 관련 한미일 공조를 강조하고, 북한인권 문제 등을 언급하고 있는 데 대한 반발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방한할 예정인 가운데 이같은 메시지를 낸 것도 주목할 만 하다. 북한은 미국의 행보를 지켜보고 있고, 자신들을 자극하지 말라고 경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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