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12 21:10
동화약품, CEO ‘또’ 중도하차… ‘CEO 무덤’ 오명 여전
동화약품, CEO ‘또’ 중도하차… ‘CEO 무덤’ 오명 여전
  • 제갈민 기자
  • 승인 2021.03.16 17: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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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준 회장-전문경영인 체제 이후 중도하차 속출, 벌써 8번째
박기환 전 대표, 영업이익·영업이익률 2배 이상 끌어올렸음에도 사임
12일 사의 표명, 15일 후임 인사 발표… 단 나흘 사이 ‘속전속결’
동화약품이 50억원 규모의 불법 리베이트가 적발돼 곤혹을 치르고 있다.
동화약품 대표이사가 또 사의를 표명하면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하차했다. / 시사위크DB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동화약품의 대표이사가 ‘또’ 사임했다. 2008년 이후 동화약품의 최고경영책임자(CEO) 중 임기를 제대로 끝마친 이는 단 한 명도 없다. 2008년부터 2021년까지 기간 동안 동화약품 대표이사직에서 중도하차한 이는 8명에 달한다. 호흡을 길게 이어가며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제약업계에서는 흔치 않은 현상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윤도준 동화약품 회장의 경영방식과 리더십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진다.

동화약품은 지난 15일, 신임 대표이사를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신임 대표이사에는 유준하 부사장이 선임됐다. 유준하 동화약품 신임 대표이사는 경희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하고 1989년 11월 동화약품 마케팅부에 입사했다. 마케팅 및 영업부서에서 21년 동안 근무했으며, 이후 본사 인사 및 총무부서에서 11년 동안 근무했다. 32년 동안 영업과 본사 주요 부서를 두루 거치며 동화약품의 경영철학과 기업문화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동화약품맨’으로 꼽힌다.

동화약품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대표이사까지 승진한 케이스는 2008년 조창수 전 사장에 이어 두 번째다. 그러나 벌써부터 유준하 대표이사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존재한다.

앞서 평사원에서 대표이사까지 오른 조창수 전 사장도 2012년 3월, 임기를 1년 남짓 남기고 낙마했다. 조창수 전 사장 후임으로 선임된 박제화 사장은 2012년 3월부터 2013년 9월까지 약 1년 6개월간 대표이사직을 수행하고 자진 사퇴했다.

이어 △이숭래(2013년 10월~2015년 9월) △오희수(2015년 9월~2016년 3월) △손지훈(2016년 3월~2018년 3월) △유광열(2018년 3월~12월) △이설(2018년 12월~2019년 3월) 등이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사임했다.

줄줄이 임기를 제대로 채우지 못하는 현상에 업계 안팎에서는 동화약품을 ‘CEO 무덤’이라고 부른다. 때문에 높은 몸값을 제시했음에도 동화약품 대표직을 고사(固辭)한 이들도 있다는 풍문마저 전해진다.

윤도준 동화약품 회장 / 동화약품 홈페이지 갈무리
윤도준 동화약품 회장. / 동화약품 홈페이지 갈무리

공교롭게 ‘윤도준 동화약품 회장 및 전문경영인 각자대표 체제’에서 대표이사들이 너도나도 중도하차를 했다. 이 때문에 윤도준 회장이나 윤길준 부회장 등 오너일가와 전문경영인 간 마찰이 빚어져 경질로 이어진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난무한다. 대부분 조기 하차한 전문경영인들은 외부에서 영입된 인물로, 윤도준 회장과 경영 과정에서 마찰을 빚었다는 관측이다.

이러한 문제 때문인지 2019년 3월에는 윤도준 회장은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고, 베링거인겔하임 출신의 박기환 사장을 영입해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재편성했다. 박기환 전 대표는 대표 선임 첫해 큰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으나,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을 두 배 이상 끌어올렸다.

지난해 동화약품은 2,721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영업이익은 232억원을 기록해 영업이익률 8.51%를 달성했다. 영업이익 232억원과 영업이익률 8.51%는 최근 5년 사이 최고 성적이다. 그럼에도 그는 돌연 사임을 결정한 것이다.

동화약품 측에 따르면 박기환 전 대표는 이전부터 회사 측에 지속적으로 사의를 표명했으며, 지난 12일 공식 수리됐다.

동화약품 측 관계자는 “박기환 전 대표는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을 결정했다”며 “사의를 표명한 명확한 이유나 향후 거취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다”고 말했다.

박기환 전 대표가 지난 12일 사임한 이후 15일 동화약품은 신임 대표를 선임했다. 불과 나흘 만에 신임 대표 선출을 속전속결로 처리한 것으로 보일 수 있는 대목이다. 단, 이전부터 박기환 전 대표가 사의를 드러낸 것을 감안하면 내부적으로 차기 신임 대표이사직에 적합한 인재를 검토하고 유준하 부사장을 신임 대표로 내정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한편, 동화약품은 윤도준 회장의 장남인 윤인호 고객감동본부·지원본부 전무를 통한 4세 경영 시대에 접어들었다. 윤인호 전무는 지난해 동화약품그룹의 지주사 디더블유피홀딩스(DWP홀딩스)의 최대주주가 되면서 이미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올랐다. 이와 함께 윤도준 회장의 장녀 윤현경 상무는 동화약품 광고홍보실장과 BD실 상무·커뮤니케이션팀장 등을 거쳐 지난 2017년 더마톨로지 비즈니스사업부 책임자로 발령을 받아 화장품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회사는 3월 임원 승진 및 선임 인사를 시작으로 향후 조직개편을 단행할 계획으로 알려진다. 이를 통해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