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에 환경보호를 위한 ‘친환경’ 바람이 불고 있지만, 마켓컬리의 ‘과대포장’이 아쉬움을 낳고 있다. /사진=남빛하늘 기자
유통업계에 환경보호를 위한 ‘친환경’ 바람이 불고 있지만, 마켓컬리의 ‘과대포장’이 아쉬움을 낳고 있다. /사진=남빛하늘 기자

시사위크=남빛하늘 기자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면 전날 밤 주문한 물건이 현관문 앞에 배달돼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새벽배송’ 덕분이다. 새벽배송이란 당일 자정 전에 상품을 주문하면 다음날 아침 6~7시 전에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의미한다. 최근 1인 가구, 맞벌이 가정 증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비대면 문화 확산 등 소비 패턴 변화에 따라 새벽배송 서비스는 날이 갈수록 인기를 얻고 있다. 다만 새벽배송 서비스 대표업체 중 하나인 마켓컬리의 ‘과대포장’은 아쉬움을 낳고 있다. 전 업계에 일고 있는 ‘친환경’ 기조와도 엇박자 행보라는 지적이다.

◇ 상품 3개에 종이박스 2개… “하나에 다 담을 수 있을텐데”

지난달 24일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6개월 이내 새벽배송 이용자 1,2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24.1%(289명)가 새벽배송 서비스에서 가장 개선이 필요한 점으로 ‘과대포장’을 꼽았다. 특히 마켓컬리는 ‘과대포장을 줄여야 한다’는 응답이 전체의 26.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마켓컬리의 배송 포장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기자가 직접 새벽배송 서비스 ‘샛별배송’을 이용해 봤다. 지난 16일 밤 물건을 주문해 17일 오전 수령했다. 배송 완료 알림을 받고 나간 현관문 앞에서 물건을 본 첫 느낌은 ‘의아함’이었다. 주문한 상품은 3개(오이, 훈제란, 캡슐커피) 뿐이었는데, 종이상자가 2개나 배달돼 있었기 때문이다.

사진은 왼쪽 시계방향 순서대로 배송 받은 종이상자 2개, 주문한 3개 제품, 냉장 제품이 들어 있던 박스 내부, 상온 제품이 들어 있던 박스 내부 모습이다. /사진=남빛하늘 기자
사진은 왼쪽 시계방향 순으로, △배송 받은 종이상자 2개 △주문한 3개 제품 △냉장제품이 들어 있던 박스 내부 △상온제품이 들어 있던 박스 내부 모습이다. /사진=남빛하늘 기자

포장을 뜯으며 천천히 살펴보니 작은 상자에는 캡슐커피가, 이보다 조금 큰 상자에는 훈제란과 오이가 담겨 있었다. 캡슐커피가 담긴 종이상자에는 제품 하나만 ‘덜렁’ 있었다. 훈제란은 비닐 완충재에 둘둘 말려 있었으며, 오이 아래에는 종이가 한 장 깔려 있었다. 제품의 온도 유지를 위한 아이스팩 2개도 함께 동봉돼 있었다.

제품 파손을 위한 것들보다도 배송상자의 ‘개수’가 과대포장 같아 보였다. 이미 많은 소비자들이 이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박스 하나에 다 담을 수 있는 양인데 따로 담겨 배송 받았다” “마켓컬리 과대포장 심하다” “현관 앞에 허리 높이로 상자가 쌓여 있는 경우도 있다”는 후기를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마켓컬리 운영사 ㈜컬리 측은 식품의약품안전처 권고사항에 따라 상온·냉장·냉동 제품을 각각 구분·포장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즉, 기자의 경우 냉장(오이, 훈제란)과 상온(커피캡슐) 제품을 따로 포장했기 때문에 종이상자 2개가 배송됐다는 것이다.

㈜컬리 관계자는 <시사위크>와 전화통화에서 “제품 상태가 어떻게 될지 불확실하기 때문에 가장 좋은 상태로 고객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분리 포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재사용 보냉백’도 있는데… 왜 ‘종이상자’?

쿠팡(로켓프레쉬), SSG닷컴(쓱새벽배송)에서 배송 시 사용하는 ‘재사용 보냉백’이 아닌 종이상자에 포장 됐다는 점도 부담으로 다가왔다.

쿠팡과 SSG닷컴은 과대포장 없는 친환경 배송을 위해 각각 ‘프레시백’ ‘알비백’을 운영 중이다. 물건을 주문하고 미리 보냉백을 문 밖에 내놓으면 새벽에 배송 온 기사가 보냉백 안에 물건을 담아주는 시스템이다. 다만 보냉백에 담을 수 없는 일부 상품은 박스나 비닐포장 형태로 배송될 수도 있다.

㈜컬리 관계자는 <시사위크>와 전화통화에서 “종이상자는 다음 주문 시 현관문 앞에 내놓으면 회수하는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며 “상온·냉장·냉동 3개로 분류해 배송하고 있기 때문에 박스 3개까지만 회수된다”고 말했다.

또 회수한 종이박스는 폐지 재활용 업체에 판매하고, 수익금은 초등학교에 식물을 기부하는 활동으로 이어진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관계자는 “FSC인증이라고 해서 당사가 사용하고 있는 종이를 생산하기 위해 사용된 나무만큼 새로운 나무를 심고 있다”며 “환경 보전 쪽으로 최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마켓컬리는 지난 2019년 100% 재활용 가능한 종이로 모든 포장재를 전환하는 ‘올 페이퍼 챌린지’ 프로젝트를 시작한 바 있다. 당시 보냉백도 고려대상이었지만, 자체 분석 결과 세척이나 위생에 대한 이슈, 제작과정 등을 감안하면 최소 130회 이상을 사용해야만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제외됐다.

보냉백 도입·과대포장 문제와 관련, ㈜컬리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말씀하시는 부분에 대해 충분히 알고 준비하고 있다”며 “현재 상태에서 이것보다 더 나은 대응을 아직 찾지 못했다. 관련 부서에서 매일 연구하고 여러 가지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소비자원 관계자는 “새벽배송 업체들이 친환경 마케팅을 시도하고 있지만, 여전히 포장 쓰레기 과다 배출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가 높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도록 과대포장 개선을 위해 업계의 자발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이 요구된다”고 언급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