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청와대 관저 접견실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전화 통화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을 접견한다. 문 대통령은 미측에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추진을 적극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2일 청와대 관저 접견실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전화 통화하는 모습. /청와대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미국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을 접견한다. 두 장관이 동시에 방한하는 것은 11년 만으로, 미국이 중국 견제와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정권 초 이례적으로 한국행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 미국은 문 대통령이 ‘전략적 모호성’을 탈피해 선택하길 바라는 것으로 보이며, 우리 측은 미국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발맞추기를 원하고 있다. 이에 문 대통령과 두 장관의 만남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갈지 관심이 쏠린다. 

청와대는 17일 문 대통령이 오는 18일 두 장관을 접견한다고 전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은 이날(18일) 오전 5년 만에 개최되는 한미 ‘2+2 외교·국방장관 회의’ 결과를 비롯한 방한 주요 성과를 보고받고, 한미동맹 발전을 위한 두 장관의 노고를 치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접견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진 않았지만 문 대통령과 두 장관의 접견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갈지 예측은 가능하다. 블링컨 장관이 지난 16일 일본과의 2+2 회의를 끝내고 기자회견에서 한 발언, 오스틴 장관이 17일 한미 국방장관회담 자리에서 한 발언을 살펴보면 미측이 원하는 것을 유추해볼 수 있다. 

◇ 미측, 한미일 공조와 대북정책 강조할 전망

블링컨 장관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위협을 다루기 위한 모든 선택지를 살펴보고 있다"며 "동맹들과 함께 논의해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미국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대북 정책 평가는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가능한 모든 선택지를 포함한다고 했다. 이는 외교적 대화와 대북제재, 인권 문제에 대한 압박 등 모든 것이 들어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오스틴 장관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 국방부청사에서 서욱 국방부 장관과 한미 국방장관회담을 갖고 “한미동맹은 동북아와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지역, 그리고 전세계 평화와 안보, 번영의 핵심축”이라며 “중국과 북한의 전례 없는 위협으로 한미동맹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두 장관은 이 자리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에 대해 설명하고, 대(對) 중국 압박 외교에 동참할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핵 문제 해결과 중국 견제를 위해 한미일 공조를 강화할 것이라는 점은 이미 예상돼 왔던 일이다.

앞서 두 장관은 방한 전 2박 3일 일정으로 일본과의 2+2 회담을 가진 바 있다. 이에 악화된 한일관계를 중재 혹은 관계 개선 압박을 위함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만 동맹국을 존중하는 미국의 통상적 외교 방식을 감안한다면, 중국에 대해서는 노골적 견제보다는 지역내 한미 협력에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미국·일본·호주·인도가 참여하는 안보연합체인 ‘쿼드’에 가입할 것을 촉구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그만큼 현재 미국이 중국을 위협적으로 여기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이 쿼드에 동참할 경우 사드 배치 당시 중국의 ‘한한령’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만큼, 전략적 모호성을 띄고 있던 문재인 정부의 외교적 선택이 주목되는 상황이다. 

◇ 문재인 대통령,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강조 예상

그렇다면 문 대통령은 이들을 만나 어떤 이야기를 건넬까. 우선 문 대통령은 임기 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진전을 공언한 바 있다. 이에 남북미, 혹은 북미대화 재개를 위한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접견 과정에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전향적인 메시지가 나올지도 관심사다. 

다만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추진 필요성을 적극 강조하겠지만, 미측은 신중론을 고수하며 양측 입장이 합의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미국의 대북정책과 관련해서는 원론적인 메시지만 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두 장관의 방한 전날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한미연합훈련 비난 담화가 나온 바 있어, 접견 자리에서 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눌 지도 주목된다. 앞서 김 부부장은 담화 말미에 바이든 행정부를 향한 첫 공식 메시지도 포함해 관심을 끌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지난 16일까지 북한은 아무런 공식 입장을 내지 않은 바 있다.

외교가에서는 김 부부장의 담화는 미측을 향해 ‘자극하지 말라’는 경고로 보고 있다. 그러나 백악관은 이에 대해 “우리의 목표는 외교와 비핵화에 맞춰질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반복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과의 접견에서도 한미 양측은 김 부부장의 담화와 관련해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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