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17일 제 52회 정기 주주총회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개최했다. 사진은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 참석한 삼성전자 관계자들 및 주주들./ 사진=삼성전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3월은 이른바 ‘동학개미’라고 불리는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국내 대기업들의 주주총회가 다수 몰려있는 기간이다. 특히 17일에는 우리나라 대표 IT기업인 삼성전자의 제 52회 정기 주주총회가 개최돼 삼성전자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이에 <시사위크>에서는 삼성전자의 주주총회 현장을 직접 방문해 투자자들의 의견과 삼성전자 측의 향후 사업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 주주들로 ‘문정성시’이룬 주총장… 지난해 2배 넘는 900여명 몰려

오전 8시 반부터 주주총회(이하 주총) 시작 시간이 가까워지자 수원컨벤션센터 주총 행사장은 수많은 주주들이 몰려 문전성시를 이뤘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날 총회에는 지난해의 2배가 넘는 900여명의 주주들이 참석했다. 온라인 주총 참가자까지 포함하면 총 215만명의 주주가 참여해 삼성전자에 대한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삼성전자 측도 주총장을 찾은 주주 숫자가 크게 증가할 것에 대비해 주주명부 확인 데스크를 지난해(17개)보다 3배 가까이 많은 48개를 배치하고, 행사 인력도 대폭 늘렸다. 

이날 주주총회에는 지난해의 2배가 넘는 900여명의 주주들이 참석했다. 온라인 주총 참가자까지 포함하면 총 215만명의 주주가 참여해 삼성전자에 대한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진=박설민 기자

주총장 입구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발열체크와 건강 이상 여부 체크를 실시했으며, 여러 대의 구급차 역시 주총 내내 대기했다. 또한 주주 및 행사 참가자들에게 손소독제와 마스크도 배부됐다. 

오전 9시가 되면서 본격적인 주총이 시작됐다. 주목할만한 점은 이날 주총에서의 의안 결정 투표가 모두 전자투표로 진행됐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현장 주총에 참가한 주주들에게 전자표결 단말기를 지급해 의안에 대한 찬반 투표를 진행했다. 해당 투표 결과와 사전 온라인 투표 결과를 합산해 의안이 결정됐다. 

전자투표의 도입은 과거 ‘박수 통과’로 안건 투표를 진행,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논란을 해소하겠다는  삼성전자의 의지로 풀이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입구에서는 발열체크와 건강 이상 여부 체크를 실시했으며, 구급차들 역시 주총 내내 대기했다./ 사진=박설민 기자

◇ 안건 내용보다 ‘이재용’에 초점 맞춰진 주총장

이날 삼성전자의 정기 주주총회는 △재무제표 승인 △사외이사 선임(박병국·김종훈) △사내이사 선임(김기남·김현석·고동진)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김선욱)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의 주요 안건으로 진행됐다. 사회는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이 맡았다.

이번 주주총회의 주요 안건들은 모두 80% 이상의 주주들로부터 찬성표를 받아 원안대로 의결됐다. 하지만 주총 과정에서 진행된 주주들의 질문과 의견은 삼성전자 입장에서 가장 민감하다고 할 수 있는 이슈들로 가득했다. 

특히 의안 내용과는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 임원직 유지 여부 문제에 대한 의견이 주를 이뤘다. 때문에 몇몇 주주들은 “삼성전자의 사업계획과 주요 안건들에 대해 토론해야할 주총이 이재용 부회장의 거취문제에 대한 이야기만 오고간 것 같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번 주주총회의 주요 안건들은  모두 80% 이상의 주주들로부터 찬성표를 받아 원안대로 의결됐다. 하지만 질문 및 의견 토론에서는 의안 내용과는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 임원직 유지 여부 문제에 대한 의견이 주를 이뤘다./ 사진=삼성전자

자신을 참여연대 소속이라고 밝힌 한 주주는 “아시다시피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6억원 상당의 뇌물 공여 및 횡령 범죄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한 바 있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은 수감생활을 시작한 후 1월 18일부터 상근에서 비상근직으로 출근형태가 변경됐을 뿐 여전히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휘를 유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는 유죄판결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에 취업할 수 없다는 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삼성전자 이사회는 지금이라도 이 부회장의 해임을 의결하여 제대로 된 이사회 충실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그러면서 이 주주는 삼성의 준법감시위원회의 역할에 대해서도 지적했는데 ”준법감시위원회는 외부감시위원회에 불과한데, 이재용 부회장의 취업 결정 역할을 하는 것은 월권 행위“라고 말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임원직 유지를 찬성하는 다수의 주주들은 해당 비판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주총에 참여한 한 주주는 “이재용 부회장이 조속히 경영에 복귀하는 것이 삼성전자의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며 “세계 굴지의 기업이 된 삼성전자가 앞으로도 지속적인 발전을 하기 위해선 이재용 부회장과 이사들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주들의 의견에 대해 주총 사회를 맡은 김기남 부회장은 “삼성전자는 글로벌 네트워크나 미래사업 결정 등 이재용 부회장의 역할을 고려하여 회사 상황과 법 규정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준법감시위원회는 사회 독립된 조직으로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 관계자들의 준법 감시 및 통제기능을 강화해 회사의 의사결정이 적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삼성의 준법 문화를 제고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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