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이 2기 체제의 공식적인 출범을 앞두고 가시방석 처지에 몰렸다. /DGB금융지주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이 2기 체제의 공식적인 출범을 앞두고 가시방석 처지에 몰렸다. 대구은행의 캄보디아 부동산 매입 사고와 관련해 책임론이 확산되고 있어서다. 대구은행 노조는 최근 해당 사건과 관련해 김 회장의 명확한 입장을 촉구하고 나섰다.

◇ 김태오 회장 2기 체제 출범 앞두고 내홍… 노조, 해외 부동산 사고 관련 입장 요구 

DGB금융지주는 오는 26일 대구시에 위치한 대구은행 제2본점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이날 주총 안건으로 김태오 회장의 재선임안이 상정된다. 지난해 연말 DGB금융지주 회장후보천위원회는 김 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추천한 바 있다. 이날 주총에서 그의 재선임안이 통과되면 김 회장의 2기 체제는 공식적인 첫발을 떼게 된다.  

그런데 김 회장의 2기 체제 출범을 앞두고 조직 안팎에선 내홍이 일고 있다. 대구은행 노조는 최근 캄보디아 부동산 매입 사고와 관련해, 김 회장의 입장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또 김 회장의 연임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전국금융산업노조 대구은행지부는 지난 16일 ‘김태오 회장은 답변하라’는 제하 성명서를 통해 “은행장 재임 중 추진했던 주력 사업의 실패로 언론지상의 도마에 오르내리는 것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며 입장을 촉구했다. 또한 “3년 전 연임을 하지 않겠다는 공언을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해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대구은행의 자율경영이 침해받아왔다는 주장도 내놨다. 대구은행지부는 “DGB금융지주의 억압적인 구조 하에서 자율경영을 침해하는 각종 경영간섭으로 몸살을 겪고 있다”며 “은행에 대한 평가방식 변경을 통한 경영압박을 시도하는가 하면, 디지털 및 글로벌 사업을 위시한 은행의 각종 사업에 간섭함으로써 불필요한 갈등과 비효율을 부추기고 그 뒷수습과 책임은 고스란히 우리 직원들이 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김 회장이 은행의 자율경영을 보장하겠다는 의지를 전달하지 않으면 연임 반대 투쟁에 나서겠다고 엄포를 놨다. 

같은 날 3급 이상 직원으로 구성된 민주노총 전국사무금융노조연맹 산하 제2노조도 캄보디아 부동산 매입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을 촉구하는 성명을 내놓으며 날을 세웠다. 

대구은행은 캄보디아 부동산 매입 손실 사건으로 뒤숭숭한 상태다. 사건의 경위는 이랬다. 대구은행의 캄보디아 현지법인인 DGB스페셜뱅크는 지난해 5월 이사회 결의를 거쳐 현지 에이전트와 중개인 계약을 체결하고 캄보디아 정부 소유의 건물 매입을 추진했다. 그런데 중국계 기업이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면서 해당 건물 매입은 무산됐다.

문제는 DGB스페셜뱅크이 현지 부동산 에이전트에 계약금 및 중도금 명목으로 1,200만 달러(약 135억원)를 선지급한 상태였다는 점이다. DGB스페셜뱅크 측은 건물 매입이 무산된 만큼 선급금을 돌려달라고 했지만, 에이전트 측이 다른 건물을 중개해주겠다며 이를 거부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이에 대구은행은 수개월째 선급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부동산 사기’를 당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됐다. 대구은행 측은 현재 손실과 관련해 충당금을 적립한 상태다.

논란이 커지자 대구은행 측은 지난달 입장문을 통해 사건 경위를 설명했다. 대구은행 측은 “캄보디아에서 정부 건물을 매입하는 절차는 표준화돼있지 않은데, 통상 소유권 이전 단계에서 정부가 매각 승인 문서를 발급하고 선금을 지급한다”며 “스페셜뱅크는 부동산 거래관행과 현지사정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그 전에 선금을 지급했다”고 전했다. 

대구은행 측은 해당 사건 이후 캄보디아 정부와 국내 금융당국에 관련 내용을 보고하고 협조를 구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떼인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는 아직까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대구은행 내부에선 경영진의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다. 특히 2019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 초까지 대구은행장을 겸직했던 김태오 회장은 화살을 피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당분간 해당 사건에 대한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김 회장의 2기 체제도 시작부터 가시밭길이 예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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