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청와대에서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접견에 앞서 기념촬영을 한 후 이동하고 있다. 로이드 오스틴(왼쪽부터) 국방장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문 대통령, 정의용 외교부 장관, 서욱 국방부 장관.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청와대에서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접견에 앞서 기념촬영을 한 후 이동하고 있다. 로이드 오스틴(왼쪽부터) 국방장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문 대통령, 정의용 외교부 장관, 서욱 국방부 장관.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동아시아 지역 외교 전략의 큰 틀이 드러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 정책이 트럼프 행정부와는 또 다른 형태의 암초를 만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18일 한·미 간 외교·국방장관 회의(2+2 회의)에서 양측이 미묘한 온도차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날 한·미 외교·국방장관은 5년 만에 2+2회의를 열었고, 이후 문 대통령을 만났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과의 접견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고 한다. 그리고 양측 장관은 2+2회의 후 공동성명을 통해 한미동맹이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핵심축임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공동성명서에서 한·미는 현안에 대해 서로 조금씩 다른 입장을 갖고 있음을 드러냈다. 

◇ 한미동맹, ‘핵심축’이지만 미묘한 온도차 보여

이날 성명에는 지난 16일 미·일 2+2 공동성명과 같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나 ‘중국의 위협’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해당 이슈에 대한 한미 간 의견 일치가 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 이날 성명에는 북한 문제에 대해 ‘북한 핵·탄도미사일 문제가 동맹의 우선 관심사’라고 표현했고, 중국에 대해서는 ‘국제질서를 훼손하고 불안정하게 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라는 문장이 들어갔다. 

우선 북한 비핵화 관련한 표현이 들어가지 않은 것은 양국 간 표기의 차이 때문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의 비핵화’라는 단어를 사용했고, 한국 정부는 ‘한반도 비핵화’를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정부는 협상을 유지하기 위해 ‘북한’을 직접 겨냥하지 않는 기조를 원했고,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의 주한미군 철수 등 요구를 차단하기 위해 ‘북한의 비핵화’라는 단어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에 한·미 간 시각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비핵화’ 관련 용어는 명시적으로 표기하지 않은 성명이 나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양국 장관들의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미국 측은 ‘북한의 비핵화’, 한국 측은 ‘한반도 비핵화’를 사용해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정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에 대해 “공동성명에서 비핵화라는 표현이 빠진 것은 비핵화에 대해 논의를 안 했다거나, 비핵화를 추진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고 답변했다. 

또한 회의에 앞두고 미국 측이 이번 2+2 회의나 문 대통령과의 접견에서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가 참여하는 안보연합체) 참여를 촉구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쿼드는 미국이 대(對) 중국 압박 외교를 위해 구성한 안보 연합체인데, 미국으로서는 동맹국이자 중국의 인접국인 한국이 포함되는 것이 중국에 위협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정의용 장관과 청와대 핵심관계자에 따르면 ‘쿼드’와 관련된 직접적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회의 후 “쿼드는 여러 현안에 대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모인 유사 입장국들의 비공식적인 모임”이라며 “(쿼드에서 다루는) 여러 현안에 대해 우리는 한국과도 매우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이라고 해 우회적으로 참여를 희망한 것이라는 추측을 낳았다.

◇ 바이든 시대, 문재인 대통령이 만난 암초는?

바이든 행정부의 동북아시아 외교 전략 큰 그림이 그려진 현재, 문 대통령의 평화 구상은 몇가지 암초를 만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바로 미·중 관계와 대북정책이다. 

우선 미·중 갈등과 관련해선, 바이든 행정부 이후 첫 만남인 만큼 미국 측이 우리 측에게 노골적으로 반중전선 합류를 종용하지는 않은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하지만 2+2 회의 이후 블링컨 장관이 “우리는 중국이 일관되게 약속을 어겨 왔음을 인지하며, 중국의 공격적이고 권위적인 행동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안전 문제에 어떤 어려움을 낳고 있는지 논의했다”고 비판한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미국의 ‘반중전선’ 합류 압박은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전략적 모호성을 선택했던 문재인 정부의 외교 정책은 큰 변화를 맞게 된다.

또한 대북정책에 대한 미묘한 시각차도 극복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비핵화’ 등과 같은 문제도 있지만, 북한 인권에 대한 미국과 한국의 온도차도 남·북·미 간 협상의 오랜 숙제이기 때문이다. 그간 미국 행정부는 북한의 인권 탄압을 극렬히 비판하는 입장이었지만, 한국 정부는 다소 강한 표현은 피하는 모양새를 취해 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한국과 미국이 북한 인권에 대해 다른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북한 인권 관련 미국의 입장은) 과거 미국 정부에서 표명해오던 북한 관련 입장과 유사하다”면서 “북한 인권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없었다”고 전했다. 이에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용도로 ‘북한 인권’을 언급하고 협상은 파행을 맞는, 이전 미국 행정부와 북한의 관계가 되풀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오바마 행정부와 같은 ‘전략적 인내’로 회귀할 지는 아직 판단할 수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블링컨 장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를 직접 만날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북미정상회담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답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수주 내 미국의 대북정책이 정해질 예정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문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 구상 실현을 위해 조속히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따로 정상회담을 잡지 않는 이상, 오는 4월 화상으로 개최되는 기후정상회의, 오는 6월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서나 바이든 대통령을 만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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