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저축은행이 올해도 어김없이 고배당 논란에 휘말렸다. /고려저축은행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저축은행 업계의 배당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금융권 전반에 배당자제 신호를 보냈지만 여전히 고배당 행보를 보이는 곳이 적지 않아 뒷말을 사는 모양새다. 고려저축은행도 그 중 하나다. 고려저축은행은 최근 지난해 기말 배당금으로 전년과 동일한 배당금을 책정했다. 

◇ 당국, 배당 자제령에도 마이웨이… 전년과 동일한 고배당 행보  

업계에 따르면 고려저축은행은 최근 2020년 기말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5,000원을 배당하기로 결정했다. 총 배당금은 111억5,357만원에 달한다. 이는 전년 동기와 같은 수준이다. 고려저축은행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결산 배당금으로 111억원 가량을 주주에게 지급해왔다. 배당성향은 30~40% 대 수준을 유지해왔다. 

이번 기말 배당금의 배당성향(순이익 대비 배당금 비중)은 36% 수준으로 알려진다. 배당 규모는 전년과 동일했지만 순이익 규모가 증가하면서, 배당성향이 전년(42.19%)보다는 낮아졌다. 지난해 고려저축은행은 전년보다 15.9% 증가한 306억원의 순이익을 시현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배당 행보에 대한 안팎의 평가는 엇갈리는 분위기다. 지난해 준수한 경영 실적을 냈고 배당가능이익도 충분한 만큼 문제가 없다는 시각도 있지만, 일각에선 다소 부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최근 금융당국은 금융권에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위기 대응 차원에서 금융사의 손실흡수능력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며 배당 자제를 권고한 상황이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금융지주와 은행에 한시적으로 배당성향(순이익 대비 배당금의 비중)을 20% 이내로 유지하도록 권고하는 공문을 보냈다.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는 직접적인 공문을 보내지 않았지만, 과도한 배당을 자제하라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고려저축은행은 전년과 동일한 배당금을 책정하며 고배당 기조를 유지했다. 이에 일각에선 경기 불확실성과 금융당국의 배당자제 권고를 감안하면 내부유보금을 쌓는데 힘써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이어졌다.  

아울러 고배당 정책 기조 배경엔 지분구조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뒷말도 다시 부상했다. 고려저축은행은 오너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태광그룹 계열사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고려저축은행의 지분 30.50%를 보유하고 있다. 또 이 전 회장 조카인 이원준 씨도 지분 23.15%를 소유 중이다. 이에 두 사람은 최근 몇년간 매해 수십억원의 배당이익을 챙겨왔다. 이에 그간 고려저축은행의 고배당 행보가 오너일가를 위한 것이 아니냐는 뒷말이 적지 않았다. 

다만 최근 이 전 회장은 알짜 계열사의 소유 지분을 대폭 축소해야 할 처지에 놓인 상태다. 지난해 말 금융당국은 이 전 회장에게 주식 처분 명령을 내렸다. 횡령·조세 포탈죄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은 이력이 있어, 저축은행법상 대주주 적격성 유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였다. 현재 이 전 회장이 이 같은 조치에 반발해 소송을 벌이고 있다. 패소한다면, 보유 지분을 10% 미만으로 낮춰야 하는 처지다. 

한편, 고려저축은행 측은 고배당 잔치 논란에 대해 답답한 심경을 전했다. 고려저축은행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당행은 단순자기자본비율이 업계에서 상위권에 랭크돼 있다”며 “이번 배당으로 인해 자본력이 손상되는 상황도 아닌데, 고배당으로 언급되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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