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미국의 귀환’을 내세운 미국과 ‘중국몽’을 앞세운 중국이 18일(현지시간) 알래스카에서 고위급 회담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회담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미중 양국 고위급의 첫 만남이라 향후 양국 관계를 가늠할 수 있는 풍향계 역할을 할 전망이다. 하지만 회담은 시작부터 험난한 양상을 보였다. 

이날 로이터통신 등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중극 측 양제츠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과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등이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회담을 개시했다고 전했다. 

◇ 미중, 공개석상서 날선 공방 벌여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양측은 19일 오전까지 모두 세 차례 3시간씩 9시간에 걸쳐 ‘마라톤 회담’을 가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회담은 시작부터 험난한 협상을 예고했다. 언론에 공개된 모두 발언은 양측이 2분씩 하기로 돼 있었으나, 공방이 오가는 바람에 1시간 넘게 중계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첫 타자로 발언한 블링컨 장관은 "미국은 규칙에 기초한 질서 강화에 전념하고 있다"며 "중국의 행동이 글로벌 안정성을 유지하는 규칙에 기초한 질서를 위협한다"고 비판했다. 또 “미국은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와 홍콩, 대만, 미국에 대한 사이버 공격, 동맹에 대한 경제적 강압 등을 포함해 중국의 행동에 대한 우리의 우려를 논의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이에 양제츠 정치국원은 15분에 걸쳐 맞받아쳤다. 양 정치국원은 “미국이 군사력과 금융 헤게모니를 이용해 다른 나라를 억압하고 있다”며 “국가안보라는 개념을 남용하고 중국을 공격하기 위해 다른 나라들을 선동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신장과 홍콩, 대만은 분리할 수 없는 중국의 영토이므로 미국의 내정간섭을 단호히 반대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의 인권이 최저 수준에 있다”며 “미국에서 흑인이 학살당하고 있다”고 비아냥거리기까지 했다.

중국 측의 발언이 끝나자 미국이 재반격에 나섰다. 블링컨 장관은 양 정치국원의 발언에 반박하기 위해 퇴장하는 기자들을 붙잡아놓기까지 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통상적으로 모두발언은 덕담을 나누는데, 미중 양측은 이런 과정조차 생략하고 날선 신경전을 벌였다. 

◇ 회담 이후 더 냉랭한 관계 전망

미중 양측은 2차 회담을 재개했지만, 예정됐던 3시간이 아닌 1시간여 만에 막을 내렸다. 이에 일각에서는 양측이 2차 회담에서도 극렬한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으로 고위급회담은 한 차례 더 남아 있다. 하지만 1, 2차 회담에서 극명한 입장 차이를 보였던 미중이 3차 회담에서 극적 타결을 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날선 신경전 후 열린 1차 회담에서 양국은 자국의 입장만 강조하며 긴장감을 이어간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즈 등 외신에서도 이번 고위급회담에서 양국은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양국이 서로 양보를 통해 ‘데탕트’를 맞을 가능성은 더욱 줄어든 셈이다.

미중 갈등은 앞서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 격화돼 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기업 등을 표적으로 각종 규제를 시행했고, 중국은 바이든 행정부가 이를 해제하기를 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회담 직전 중국 통신회사에 추가 제재를 발표했고, 중국 측은 불쾌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회담 후 미국은 기존대로 반중 전선 형성을 위해 동맹국과의 스크럼 짜기에 몰두할 전망이다. 지난 18일 한국 정부는 미국 측으로부터 우회적으로 ‘쿼드 플러스’(중국 견제를 위한 안보협의체)에 동참할 것을 요구받았는데, 이같은 요구가 한층 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트럼프 행정부 아래서 크게 악화된 양국 관계를 재정립하고 싶다는 희망을 밝혀왔다. 하지만 이번 회담에서 미국이 중국의 ‘아킬레스건’인 인권과 민주주의 분야를 건드린 만큼, 향후 중국은 미국에 맞서 주변국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