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야권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가 시작됐지만, 양측 공방은 멈추지 않았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야권이 단일화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여전히 갈등의 불씨는 꺼지지 않은 모양새다. 여론조사 시작 첫날에도 양측은 날 선 신경전을 펼치며, 단일 후보 선출 이후 갈등이 재점화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2일 야권 후보들은 일제히 기자회견을 열고 지지를 호소했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본선에서 승리할 경험 있는 장수”라는 점을,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대선에서도 야권이 승리할 수 있게 해줄 유일한 후보”라는 점을 강조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이 ′선의의 경쟁′에서 ′신경전′으로 바뀐 데는 자신의 강점을 부각하기 위해 상대 후보를 저격했기 때문이다. 먼저 안 후보는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고 당시 일을 증언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야권 후보가 사퇴한 상태에서 선거를 치를 수도 있다”며 오 후보의 ‘내곡동 땅 의혹’을 정면으로 겨눴다. 그러면서 본인에 대해 “아무런 문제가 없는 후보”라고 역설했다.

이같은 발언에 오 후보는 “단일화를 앞두고 도리가 아니다”라며 반박했지만, 그 역시도 안 후보를 직격한건 마찬가지다. 오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정권교체를 외치는 신기루와 같은 후보로는 이번 서울시장 선거 끝까지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안 후보를 ‘신기루’로 표현한 것이다.

이들의 신경전은 이번 보궐선거에 정치 생명이 걸려있다는 절박감에서 기인한다. 향후 야권 재편 가능성까지 언급되는 상황에서 개인은 물론 당 차원의 주도권 싸움이기도 하다. 여기에 야권의 어느 후보가 나서도 이길 수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는 이같은 분위기를 더하고 있다.

야권의 계속되는 감정싸움에 후보 선출 이후 본격 선거 국면에 돌입해서도 ′화학적 결합′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시스

◇ 야권, ′화학적 결합′ 빨간불?

물론 이러한 신경전이 갑작스러운 것은 아니다. 그간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양측의 힘겨루기는 지속돼 왔다. 문제는 협상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절차가 진행되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갈등이 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본격적인 선거 운동을 앞둔 상황을 고려했을 때 이같은 모습은 잠재적 위협 요소가 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특히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안 후보 사이 앙금은 여전한 모습이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의 태도가 단일화의 난관이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 대표적이다. 권 원내대표는 “상처가 되는 말들이 실제 오고 가는 상황이 있었다”며 “공방이 오가는 이면에 다양성과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오만함에 대해서는 숙제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은 당장 국민의힘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권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 “그만 좀 괴롭히시라”고 지적했다. 이어 안 후보의 ‘내곡동 땅’ 언급에 대해선 “공감 능력 부족인가, 사회성 결여인가”라며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뭔지 모르겠다. 새 정치인가”라고 비꼬았다.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여론조사 첫날인 오늘, 안 후보와 국민의당이 보여준 모습은 실망스럽기만 하다”고 비판했다.

단일 후보가 결정된 이후 선거 운동 등 현실적 문제도 거론됐다. 김근식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은 “국민의당 후보로 단일화되면 선거법상 국민의힘이 조직과 자금에서 전적으로 돕는 게 쉽지 않다”며 “기호4번 국민의당 후보에게 조직적 지원이나 선거 인프라 지원이 법적으로 불가하다”고 못 박았다.

이날 오후에 만나기로 했던 두 후보가 ‘여론조사 상황’을 이유로 약속을 연기하면서 의구심은 더욱 증폭되는 분위기다. 이들은 ′단일화 의지는 강하다′고 강조했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다양한 해석이 쏟아지고 있다.

전문가 역시 이들의 화학적 결합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감정의 골이 깊은 데다가 정치적 계산이 얽혀 있는 상황 탓이다.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안철수 후보는 떨어질 경우 대선을 노릴 텐데, 당장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비교가 되는 상황인 데다가 윤 총장이 어떤 스탠스를 취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올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박 교수는 “반대로 오세훈 후보가 떨어질 경우 안 후보가 주도하는 야권 판도에 오히려 감정이 더 안 좋아질 수밖에 없다”며 “화학적 결합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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