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에 이어 또 아시아나 인수 실사 미실시 지적하며 반대 의견 표명
주주들 냉담, 의결자문기관도 찬성… “정부·채권단 결정에 재 뿌리는 행태”
조원태, 2020년 대한항공 흑자 달성 눈길… 경영능력 입증

대한항공이 지난 2013년 이후 6년만에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사진은 대한항공 서울 강서구 본사 전경. /제갈민 기자
대한항공이 오는 26일 주주총회를 개최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 및 사외이사·감사위원 선임의 건을 의결할 방침이지만, 국민연금의 반대 의견 표명에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대한항공 서울 강서구 본사 전경. / 제갈민 기자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NPS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이 1월에 이어 또다시 대한항공의 발목을 잡는 분위기다. 국민연금은 오는 26일 열리는 대한항공 주주총회 안건으로 올라온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을 비롯한 사외이사·감사위원 선임의 건에 대해 대거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국민연금의 이러한 결정에 대한항공 측과 주주, 채권단 등은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국민연금은 조원태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재선임을 비롯해 임채민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 선임과 김동재 대한항공 사외이사의 감사위원 선임 등 4건에 대해 반대했다. 이 결정은 23일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이하 수탁위) 제10차 회의를 통해 확정됐다.

국민연금이 이러한 결정을 내린 이유는 ‘아시아나항공 인수’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앞서 지난 1월에도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발행 주식 총수를 기존 2억5,000만주에서 7억주로 늘리는 정관 일부 변경 안건에 반대표를 던진 바 있다. 당시 국민연금은 정관 일부 변경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이유로 ‘주주가치 훼손 우려’를 들었다. 대한항공 측이 아시아나항공 인수계약 체결과정에서 실사를 진행하지 않은 채 인수를 결정해 주주들의 알권리를 묵살했다는 것이다.

또한 아시아나항공의 귀책사유를 계약해제사유로 규정하지 않은 점은 향후 계약 내용이 대한항공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사를 행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모든 것을 대한항공이 떠안아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는 게 국민연금 측 지적이다.

이번 주총에서 조원태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재선임 등 안건에 반대표를 던진 것도 이와 동일한 이유다.

그러나 대한항공 주주와 채권단 측 관계자들은 이해하기 힘든 결정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때문에 이번 대한항공 주총에서 국민연금의 의견은 받아들여지기 힘들어 보인다. 지난 1월 정관 일부개정 안건을 의결한 임시주총 당시에도 대한항공 지분 8.11%(현재 8.52%)를 보유한 2대 주주 국민연금이 반대를 했으나, 의결권 있는 주식 총수 중 69.98%가 찬성하면서 가결됐다.

결국 다수의 대한항공 주주를 포함해 총 70%에 달하는 의결권을 쥔 이들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또한 세계적인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와 대신연구소는 대한항공 주총 안건에 대해 모두 찬성 권고를 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도 기존 이사 중임에 대한 안건에 대해 찬성을 권고했다. 국민연금 수탁위의 반대 의견 표명은 대부분의 투자자문사들이 대한항공 주총 안건에 대해 찬성 의결을 권고한 것과 배치된다.

특히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국가기간산업인 항공산업의 생존이라는 대의명분 아래 정부의 요청과 채권단의 동의 하에 진행된 것이다. 이처럼 인수 배경이 명확함에도 연기금을 다루는 국책기관이 이를 반대하는 모양새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국민연금공단이 임직원들의 잇단 비위 사건들로 심란한 처지에 내몰렸다. /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공단이 대한항공의 결정에 지속적으로 반대의견을 표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

일각에선 국민연금이 반대 의견을 끝까지 고집하는 모습을 두고 ‘시장이나 주주, 기업의 의사에 반하는 것임과 동시에 막바지 합병을 준비 중인 기업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이와 함께 경영권 침해나 기업의 투자 심리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불만도 제기된다. 실제로 조원태 회장은 강성부 펀드로 알려진 KCGI와 반도건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 3자연합과 경영권 다툼을 벌인 바 있으며, 이는 현재진행형이다. KCGI 등 3자연합은 앞서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해 반대를 표한 바 있다. 국민연금의 이번 조원태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등 안건 반대는 도리어 KCGI 측에 힘을 실어주며 경영권 다툼에 기름을 끼얹는 격으로 비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조원태 회장은 지난해 대한항공 대표이사로 재직하면서 어려운 상황 속에서 흑자를 달성해 눈길을 끌었다.

대한항공이 지난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연결재무제표 기준 2020년 매출은 7조6,062억원, 영업이익 1,089억원을 달성했다. 부채총계도 전년 24조2,333억원에서 지난해 21조8,783억원으로 큰 폭으로 줄였다. 유휴자산을 처분하며 아시아나항공 인수 및 경영 정상화를 위한 실탄도 충분히 마련했다. 유휴자산 처분 과정에서 어려움이 발생하기도 했으나 이를 해결하며 실타래를 풀어나갔다는 평가도 잇따른다.

조원태 회장은 이러한 결과물로 경영능력을 입증하기도 했으며, 아시아나항공 인수 반대 의견도 지난 1월과 달라진 부분이 전혀 없어 국민연금의 ‘조원태 회장 대한항공 사내이사 선임 반대’ 의견에는 힘이 실리기 어려운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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