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았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야권 후보단일화 경선에서 승리하면서 국민의힘 내에서 김 위원장의 리더십을 재평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뉴시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았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야권 후보단일화 경선에서 승리하면서 국민의힘 내에서 김 위원장의 리더십을 재평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로 선출되자 국민의힘 안팎에선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오 후보 승리에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레이스 초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강세를 보이면서 국민의힘 내에서는 제1야당이 자체 후보조차 배출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형성됐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안철수 대표가 야권 단일후보로 선출되고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까지 꺾을 경우 제3지대에 힘이 쏠리면서 국민의힘은 분열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국민의힘 경선에서 후보로 확정된 이후 지지율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오 후보는 야권 후보 단일화 경선에서 안철수 대표를 누르고 본선 진출을 확정지었다. 이를 두고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전략이 적중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후보군이 안철수 대표에게 밀리는 상황에서도 결국 제1야당인 국민의힘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가 될 것이라고 여러 차례 단언해 왔다. 이에 더해 김 위원장은 ‘3자구도’ 카드까지 흔들었다. 김 위원장은 야권이 단일화 되지 않더라도 3자구도에서도 국민의힘 승리가 가능하다고 자신감을 표출했다.

김 위원장은 야권 후보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안철수 대표에게 “떼 쓰는 것 같은 인상을 주고 있다”, “토론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사람은 서울시장 후보가 될 수 없다”며 독설을 퍼붓기도 했다.

이 때문에 무소속 홍준표 의원과 국민의힘 김무성 전 의원 등 야권의 중진들은 김종인 위원장을 야권 단일화의 ‘장애물’로 규정하며 “김 위원장이 빠져야 한다”고 공격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이에 굴하지 않고 ‘벼랑 끝’ 전술로 안철수 대표를 압박했다. 또 김 위원장은 당 안팎의 조속한 단일화 타결 압박에도 ‘타이밍’을 기다려야 한다며 여유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후보등록일(3월 19일) 전 단일화 협상이 결렬되고 여론조사를 평일에 실시되도록 한 것도 김 위원장의 전략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평일에 여론조사를 실시할 경우 젊은층 응답률이 낮고 장년층 및 보수성향의 국민의힘 지지층의 응답률이 높을 것이라고 분석했었다.

◇ 김종인, 재보선 후 역할은?

오세훈 후보의 단일화 경선 승리로 자신감을 회복한 국민의힘 내에서는 김 위원장의 전략이 통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진석 의원은 지난 23일 페이스북을 통해 “김종인 위원장의 혜안도 놀라웠다. 갖은 비판 속에서도 당 내부에서 중심을 잡고 기어이 ‘제1야당 후보가 최종 후보가 된다’는 예언을 적중시켰다”며 “김종인의 매직이 이번에도 통했다”고 강조했다.

향후 본선에서 오세훈 후보가 박영선 후보를 꺾고 승리를 거둘 경우 김종인 위원장의 몸값은 더욱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의 4월 재보궐선거 이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위원장의 임기는 이번 4월 재보선까지다.

김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내가 국민의힘에서 할 수 있는 기여의 90%는 다 했다”며 “나머지 10%를 더 해서 오세훈 후보를 당선시키면 내가 국민의힘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다 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대선 국면에서의 역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제로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라고 일축했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입장에도 불구하고 오 후보가 본선에서 승리할 경우 당 내에서는 대선 승리를 위해 김 위원장을 당 대표로 추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24일 CBS 라디오에서 “결과적으로는 김종인 위원장이 그렸던 그림이 옳았다는 것이 증명됐다. 김 위원장의 리더십은 신성로마제국 황제 비슷한 거다”라며 “특정 영주의 편을 드는 사람보다는 저분이 (당 대표를)계속하는 것이 낫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오묘한 리더십을 구축하셨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이 재보선 이후 ‘킹메이커’ 역할에 나서거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중심으로 한 야권 정계개편에서 핵심축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KBS 라디오에서 “재보선 끝나고 통합전당대회를 열어서 국민의힘이든 국민의당이든 밖에 있는 친야, 중도 할 것 없이 단일 체제를 만들어서 대선에 나가야 정권 교체가 가능하지 대선도 뿔뿔이 이렇게 나가면 안된다”며 “그런 역할을 김종인 위원장이 밖에서 하실 수는 있다”고 주장했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직에서 내려온 이후 국민의힘 밖에서 제3의 플랫폼을 만들어서 윤석열 전 총장과 함께 대선에서 역할을 하려고 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의 대선 출마설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배종호 세한대 교수는 YTN에서 “김 위원장 본인이 중심이 돼서 다음 대선을 준비해 갈 가능성이 있다. 그 과정에서 윤석열 전 총장과 어떻게 협력관계를 이끌어나갈지가 주목되는 부분”이라며 “또 하나는 주변에서 김 위원장이 대권에 욕심이 있다라는 평가를 계속하고 있는데 그런 부분이 과연 현실화될지도 지켜볼 대목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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