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에 당선됐던 최철원 M&M 대표가 대한체육회로부터 퇴짜를 맞은 뒤 잠잠한 모습이다. /뉴시스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에 당선됐던 최철원 M&M 대표가 대한체육회로부터 퇴짜를 맞은 뒤 잠잠한 모습이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에 당선되고도 과거 ‘맷값폭행’ 사건으로 대한체육회 인준을 받지 못한 최철원 M&M 대표의 거취가 한 달이 넘도록 안갯속에 놓여있다. 현안이 산적한 아이스하키협회가 졸지에 수장 공백 사태를 빚고 있는 모습이다. 스포츠계를 둘러싼 폭력 관련 논란이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최철원 대표가 끝내 어떤 결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 대한체육회에 가로막힌 최철원 거취 ‘잠잠’

범 SK그룹 일가인 최철원 M&M 대표는 지난해 12월, 10여년 만에 다시 세간의 도마 위에 올랐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 선거에 출마하면서다.

그는 2010년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1인 시위를 하던 화물기사를 야구방망이로 폭행한 뒤 ‘맷값’이라며 2,000만원을 건네 사회적 파문을 일으켰다. 재벌갑질의 원조 격이자, 영화 ‘베테랑’의 핵심 모티브가 된 인물이다.

이러한 그의 전력은 아이스하키협회장 선거 출마를 둘러싼 논란으로 이어졌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그것도 폭력사건의 가해자였던 그가 체육단체 수장에 적합하지 않다는 반발이 쏟아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철원 대표는 지난해 12월 17일 아이스하키협회장 선거에서 당선됐다.

하지만 최철원 대표는 마지막 관문을 넘지 못하고 퇴짜를 맞았다. 체육단체 수장에 오르기 위해선 대한체육회의 인준을 받아야 하는데, 대한체육회가 고심을 거듭한 끝에 지난달 중순 그에 대한 인준을 거부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는 사회적 물의를 이유로 인준을 거부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최근 스포츠계에서 폭력 관련 파문이 이어진 점도 이러한 결정에 적잖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최철원 대표에겐 두 가지 선택지가 주어졌다. 대한체육회의 결정을 수용하고 당선인에서 사퇴하거나, 소송을 제기해 법적공방을 벌이는 것이다. 

그러나 대한체육회의 결정이 내려진지 한 달이 지나도록 최철원 대표는 어떠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아이스하키협회 측 관계자는 “아직 어떠한 것도 전달 받은 것이 없다”고 말했고, 대한체육회 역시 “아이스하키협회로부터는 물론 법적인 측면에서도 전달 받은 사안이 없다”고 밝혔다.

결국 아이스하키협회는 졸지에 수장 공백 사태를 맞게 됐다. 아이스하키협회는 앞서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이 2013년부터 8년간 회장을 맡아오다 지난 1월 말 임기를 마친 뒤 물러난 상태다. 최근 실업팀 대명 킬러웨일즈가 해체되는 등 현안과 과제가 산적한 가운데, 이 같은 수장 공백 상황은 더욱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최철원 대표와 아이스하키협회가 이번 사안과 관련해 거취를 결정해야 하는 시한은 따로 없다. 다만, 체육단체의 수장 공백 상황이 60일 이상 발생할 경우 대한체육회는 절차를 거쳐 관리단체로 지정할 수 있다. 이 경우 기존 협회 임원들은 일괄 사퇴하게 되고, 대한체육회가 구성하는 관리위원회가 협회를 운영하게 된다.

아이스하키협회는 이제 관리단체 지정 요건 충족이 임박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10년 전 ‘맷값폭행’ 사건으로 또 다시 체면만 구기게 된 최철원 M&M 대표가 언제, 어떻게 거취에 대한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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