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에 ‘여풍(女風)’이 강하게 불고 있다. /픽사베이
유통가 이사회에 ‘여풍(女風)’이 강하게 불고 있다. /픽사베이

시사위크=남빛하늘 기자  유통가 이사회에 ‘여풍(女風)’이 강하게 불고 있다. 여성 사내·외이사 영입에 공을 들이며 ‘유리천장(여성의 고위직 승진을 막는 조직 내의 보이지 않는 장벽)’ 깨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 여성 사내·외이사 모시기 ‘분주’

26일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정기 주주총회(이하 주총)를 열고 김소영 AN사업본부장(부사장 대우)을 신임 사내이사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CJ제일제당의 첫 여성 사내이사다.

김 본부장은 연세대학교 식품생명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박사과정과 미국 위스콘신 메디슨대학교 박사후 연구과정(Post-Doc)을 수료했다. 2004년 CJ제일제당 바이오 연구소에 입사해 2013년 상무로, 2018년에는 부사장대우로 승진했다. 입사 이후 R&D 분야에 종사하며 바이오 기술연구소장을 역임하고 작년 말 바이오사업부문 AN사업본부장에 선임됐다.

이마트도 지난 25일 정기 주총을 열고 김연미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부교수를 신규 선임했다. 이마트의 기업분할 이후 첫 여성 사외이사다. 김연미 부교수는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듀크대학교 로스쿨과 서울대학교 대학원 법학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제36회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홍익대학교 법학대학 조교수를 거쳤다.

앞서 롯데쇼핑도 전미영 트렌드코리아컴퍼니 대표를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전미영 대표는 김난도 서울대학교 교수와 ‘트렌드 코리아’를 공동 집필한 트렌드 전문가다.

GS홈쇼핑은 윤종원 대주회계법인 공인회계사를, 삼양식품은 강소엽 HSG휴먼솔루션그룹 동기과학연구소 소장을 신임 사외이사로 각각 선임했다. 윤종원 공인회계사는 25년 이상 경력의 회계 및 재무 전문가며, 강소엽 소장은 인사조직 중 커뮤니케이션 분야에 대한 전문가로 알려진다.

업계의 이런 행보는 지난해 1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이 일부 개정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자산총액이 2조원 이상인 주권상장법인은 이사회 구성원 전원을 특정 성(性)의 이사로 구성하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최근 ‘ESG 경영’이 화두로 떠오른 영향도 있다. ESG 경영이란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자로, 기업이 환경보호에 앞장서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 등 사회공헌활동을 하며 법과 윤리를 철저히 준수하는 경영 활동을 의미한다. 이와 함께 급변하는 트렌드에 발 맞추기 위한 전략도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실제 롯데쇼핑은 전미영 대표를 사외이사로 추천한 이유로 ‘트렌드 관련 전문 지식과 뛰어난 식견, 다양한 경험’을 꼽았다. 이마트 관계자도 첫 여성 사외이사 선임 배경과 관련해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맞춰 다양한 시각을 의사결정에 반영하고, ESG 경영도 강화해 나가겠다는 취지다”라고 말했다.

CJ제일제당도 첫 여성 사내이사 선임에 대해 “글로벌 기업의 필수 조건으로 자리 잡은 ESG 경영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의도가 담겼다”고 설명했다. 삼양식품 역시 강소엽 사외이사 선임 사유로 “ESG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내부조직 뿐만 아니라, 외부와의 커뮤니케이션 관련 분야에 대한 중요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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