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사 SK텔레콤이 25일 을지로 본사 T타워에서 제37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었다. 이날 주총에서 주주들의 이목을 가장 집중시킨 것은 SK텔레콤의 ‘인적분할’ 관련 이슈다./ 사진=Getty images, 편집=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국내 최대 이동통신사 SK텔레콤이 25일 을지로 본사 T타워에서 제37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2020년 재무제표 확정 △사내이사 및 감사위원 재선임 △정관 일부 변경 등의 안건을 승인했다.

이날 SK텔레콤은 유영상 MNO사업대표를 사내이사로, 윤영민 고려대 교수를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재선임했다. 2020년 연결 재무제표는 연간 매출 18조6,247억원, 영업이익 1조3,493억원, 당기순이익 1조5,005억 원으로 승인됐다. 현금배당액은 지난해 8월 지급된 중간배당금 1,000원을 포함한 주당 1만원으로 확정했다.

◇ 박정호 CEO “인적분할 계획 구체화해 4~5월쯤 밝힐 것”

이번 주총에서 주주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은 SK텔레콤의 ‘인적분할’ 관련 이슈였다. SK텔레콤은 현재 투자회사 ‘SKT 홀딩스’와 MNO(이동통신) 사업회사 ‘SKT통신회사’로 나눈 후 투자회사인 SKT홀딩스를 중간지주사로 전환하는 방식의 인적분할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와 업계 전문가들이 분석한 SK텔레콤의 인적분할 추진 배경은 SK그룹의 지배구조로 인해 발생하는 SK하이닉스에 대한 사업 규제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손자회사인 SK하이닉스가 타 회사를 인수·합병하는 등의 신규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선 해당 회사의 피인수 기업지분을 100% 확보해야 한다. 때문에 현재의 SK하이닉스로서는 신규 사업 진행을 위한 부담이 큰 상황이라는 것.

하지만 SK텔레콤에서 분할된 투자회사 SKT홀딩스가 SK하이닉스의 중간지주사가 된다면 SK하이닉스의 지위는 손자회사가 아닌 ‘자회사’가 돼 인수·합병 등의 사업 추진 시 손자회사에 대한 규제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실제로 이날 주총에서 박정호 SK텔레콤 대표도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선진화된 거버넌스 구축을 강조하며 지배구조 개편 및 인적분할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박정호 대표는 “현재 SK텔레콤의 주가 수준이 SOTP(Sum of the Parts·사업부문의 가치 합산) 평가에 비해 너무 낮은 상황”이라며 “주주들에게 더 큰 수익을 돌려드리는 것이 책무라고 생각해 올해 주가 상향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현재 SK텔레콤의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된 계획에 대해서는 “상반기 중으로 따로 세션을 만들어 진행할 것”이라며 “지배구조 개편 계획이 구체화되면 4월이나 5월 중으로 발표할 것”이라며 정확한 계획 발표 시점은 밝히지 않았다.

주총에서 발표를 진행하고 있는 박정호 SK텔레콤 대표. 박 대표는 인적분할 등 지배구조 개편 계획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으며, 4~5월 중으로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SK텔레콤

◇ 주주들 “주가 만날 제자리” 불만… 증권가 “인적분할 결정나기 전까진 주가 불확실”

아울러 이날 주총에 참가한 주주들 사이에서는 오르지 않는 SK텔레콤의 주가에 대한 불만도 터져나왔다. 경쟁사인 KT만해도 신고가를 돌파했는데, SK텔레콤의 주가는 항상 박스권에 갇혀있다는 것이다.

자신이 990주를 가지고 있다고 밝힌 한 주주는 “저희 주가가 너무 많이 빠져있다. 코스피 대비해서도 아웃퍼폼(특정 주식의 상승률이 시장 평균보다 더 클 것이라고 예측하기 때문에 해당 주식을 매입하라는 의견)을 못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냐”며 말했다.

그러면서 “왜 항상 SK텔레콤의 주가는 박스권에 갖혀 있는가. 매년 주주가치 제고를 이야기하는데 언제 주주가치를 제고해 줄 것인가”라고 물었다.

해당 질문에 대해 박정호 대표는 “우리는 4%의 배당을 하고 있는데, 이는 그만큼 자본이 유출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성장에 대한 부분을 시장에 인정받고 싶은 것은 사실이나 배당을 고려했을 때 쉽지 않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박정호 대표는 “시장은 성장을 바라보는데 B2C(기업과 고객간 거래)의 매출 구조를 가지고는 더 이상의 성장을 만들어 낼 수가 없다. 그래서 몇년 간 매출 성장이 부진했다”며 “그래서 지배구조 개편을 노리고 있고 준비가 다 된 상황이다. 다만 시점상 지금 공개할 수 없기 때문에 지배구조 개편은 추후 자리를 마련해 이야기 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이번 주총에서 박정호 대표가 SK텔레콤이 지배구조 개편을 올해 안에 마무리하겠다고 밝히면서 주가도 급등했다. 26일 SK텔레콤의 주가는 전일 대비 8.09% 상승한 27만4,000원을 기록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SK텔레콤 인적분할이 현재는 중간지주사로서 제대로 된 가치평가를 받기 어려운 시점이기에 주가를 낙관하긴 어렵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하나금투 김홍식 연구원은 “SK텔레콤 주총에서 분기 배당 실시를 언급하긴 했으나 총 배당금 증가에 대한 코멘트가 없어 국내 투자가 정서상 SK텔레콤 주가에 큰 파장을 주긴 어려울 전망”이라며 “SK텔레콤의 인적분할 여부가 결론나기 전까지는 KT위주로의 매수를 지속 추천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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