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29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고개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호승 신임 정책실장의 모습. /뉴시스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29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고개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호승 신임 정책실장의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에 이호승 경제수석비서관을 승진 임명했다. 김상조 전임 정책실장은 청담동 아파트 전세 보증금 인상 논란 하루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에 문 대통령의 이번 인선이 문책성 인사라는 관측이 나왔다.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오전 춘추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오늘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에 이호승 현 경제수석을 임명했다”고 밝혔다. 신임 경제수석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유 실장은 이호승 정책실장 인선 배경으로 “재난지원금, 한국판 뉴딜, 부동산 정책 등 경제 정책 전반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지고 있다”며 “치밀한 기획력과 꼼꼼한 일 처리로 신망이 높으며 경제 등 정책 전반에 대한 탁월한 전문성과 균형 감각을 보유하고 있어 집권 후반기 경제 활력을 회복하고, 포용국가 실현 등 국정과제를 성공적으로 완수할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신임 이호승 정책실장은 광주 동신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중앙대에서 경제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미국 조지아대에서 경영학으로 석사를 받았다. 행정고시 32회 출신으로 기획재정부 정책조정실장, 경제정책국장, 1차관 등을 거쳐 청와대 일자리기획비서관을 지낸 뒤 경제수석에 임명됐다. 

이날 퇴임하는 김상조 전 실장은 기자들과 만나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할 이 엄중한 시점에 국민들께 크나큰 실망을 드리게 된 점 죄송하기 그지없다”면서 “청와대 정책실을 재정비하여 2·4 대책 등 부동산 정책을 차질 없이 추진할 수 있도록 빨리 자리를 물러나는 것이 대통령을 모신 비서로서 해야 할 마지막 역할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호승 신임 정책실장은 △코로나 위기 극복과 일상 회복 △기술과 국제질서 변화 속에서 선도국가로 도약 △불평등 완화와 사회안전망 투자 강화 등에 집중하겠다면서 “앞으로 우리 국민들께서 가진 능력과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면서 자신감 있게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해 뒷받침하고 싶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날 청와대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김 전 실장은 전날(28일) 밤 유영민 실장에게 사임의 뜻을 전했고, 이날 오전 문 대통령에게 직접 사임 의사를 밝혔다. 이 관계자는 “부동산과 관련된 것이 굉장이 엄중한 상황을 감안한 것”이라며 “자신이 이런 지적을 받는 상태에서 오늘 회의(반부패정책협의회)를 시작해서 이 일을 맡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김 전 실장의) 강력한 사임 의사가 있었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김 실장이 지난 연말 사의를 표했고, 그때 재난지원금이나 백신 등에 대한 작업이 진행 중이라 그것을 마무리하라는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며 “굳이 이번 건만이 아니라 사의 표명한지는 꽤 됐고, 부동산 상황이 심각한데 불신을 줄 가능성이 있어 상황이나 사실여부 해명과 관계없이 본인이 물러나는 것이 도리라고 강력하게 의지를 표명했다”고 부연했다.

김 전 실장은 지난해 말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으로 한시적 유임을 받아왔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코로나19 백신의 원활한 수급 등 주어진 역할이 마무리 돼 가는 상황인데다, 전셋값 인상 보도가 나오면서 문 대통령이 결국 사표를 수리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9년 6월 전임 김수현 실장에 이어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세 번째 정책실장을 역임했던 김 전 실장은 1년 9개월 만에 청와대를 떠나게 됐다.

한편 지난 29일 한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김 전 실장은 지난해 7월 29일 자신이 소유한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신오페라하우스 2차 아파트에 대한 임대차 계약을 갱신하면서, 기존 전세금 8억5,000만원에서 1억 2,000만원 오른 9억7,000만원에 계약했다. 계약 갱신을 통해 기존 전세 보증금 대비 14.1%를 인상한 셈이다. 김 전 실장은 청담동 아파트는 전세 임대를 주고, 본인은 현재 성동구 금호동 두산아파트에 전세 세입자로 거주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해 7월 30일 본회의에서 ‘임대차 3법’(△전월세신고제 △계약갱신청구권제 △전월세상한제)이 통과됐고, 바로 다음날인 7월 31일에는 해당 법안들이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바로 시행됐다. 이에 법 시행 이틀 전 법정상한선인 5%(4,250만원)를 넘어선 전세 보증금을 받았다는 점에서, 전월세상한제 시행 전 계약 갱신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한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입장에서 이같은 계약을 체결한 것은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청와대는 김 전 실장이 거주하던 금호동 아파트 전세 보증금을 인상해야 하는 상황이라 청담동 아파트 전세 보증금을 올린 것이며, 청담동 아파트 전세금이 주변 시세보다 낮았기 때문에 상호 간 합의를 통해 인상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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