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0일 사전투표를 독려하고 나섰다. 국민의힘은 연일 사전투표에 적극 참여해달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국민의힘이 4‧7 보궐선거를 앞두고 사전투표 독려에 나섰다. ‘정권 심판론’에 힘을 싣고 있는 중도층과 20~30대 지지세가 국민의힘을 향하자 기세를 올리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정권에 분노한 마음을 속으로 삭여서는 안 된다”며 “투표장에 직접 나오셔서 정권 응징 투표를 하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4월 2~3일 이틀간 진행되는 사전투표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보수정당이 사전투표를 독려하는 것은 이례적인 모습이다. 정치권에서는 사전투표율이 높을수록 진보진영에 유리하다는 것이 ‘정설’처럼 여겨져 왔다. 사전투표에 진보적 성향이 강한 젊은 유권자가 더 많이 참여하는 까닭이다. 

하지만 최근 이같은 통념이 깨졌다. 한국경제신문의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지난 26일부터 27일까지 실시한 서울시장 보궐선거 여론조사 결과 20대 45.2%, 30대 50.6%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했다. 박영선 민주당 후보는 20대 25.3%, 30대 32.8%의 지지를 받았다. 정부‧여당을 향한 20‧30대의 분노가 야권으로 향한 것이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5%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중도층의 지지세가 야권으로 쏠리고 있다는 점도 국민의힘으로선 호재다. 전체 투표율이 올라갈 경우 승리와 가까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지지세를 결과로 만들어내야 하는 국민의힘으로선 더욱 사전투표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 통상 선거와 달리 평일에 진행되다보니 결집력이 떨어지는 중도층이 본 선거 당일 투표장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이번에는 정권 심판의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전체 투표율이 상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사전투표가 본 선거보다 편의성이 높기 때문에 중도층이나 부동층이 자칫 당일 날 투표를 안 할 가능성을 최대한 적게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전투표가 갖는 ′선점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고도 덧붙였다. 배 소장은 “사전투표에서 야권 후보가 앞선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본 선거전에선 상당히 여유로울 수 있다”며 “(독려) 배경에는 선점효과와 기선제압의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총선 당시 ′사전투표 음모론′의 진원지가 된 만큼 당 내에선 고심도 역력하다. 국민의힘은 이같은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다. /뉴시스

◇ 사전투표 음모론이 족쇄

사전투표 독려에 힘을 쏟고 있지만, 고심도 역력하다. 지난 총선 이후 불거진 ‘사전투표 음모론’이 여전히 전통 지지층의 불신을 자아내는 탓이다.

실제로 MBN의 의뢰로 한길리서치가 지난 22일부터 23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 후보 지지층에서는 ′선거 당일(7일)에 투표′를 하겠다는 비율이 70.1%로 ′사전투표에 참여′하겠다는 비율(24.2%)을 훨씬 상회했다.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3.3%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당장 국민의힘은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부산에서 열린 확대원내대책회의에서 “사전투표가 부정이 없도록 하는 일은 우리 당에서 책임 질 테니 염려 놓으시고 모두 투표장에 가셔서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을 심판해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도 전날(29일) “너무 의심하지 마시고 사전투표를 자유스럽게 많이 참여해 주셨으면 하는 게 당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당이 사전투표 음모론으로 분열된 적이 있다 보니 우려를 불식시켜 당내 분열의 여지를 차단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기대하는 바도 분명하다. 그간 음모론으로 당이 갖고 있는 이미지를 쇄신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란 평가다. 이 관계자는 통화에서 “20·30대를 끌기 위해 사전투표를 독려하는 것도 하나의 이유지만, 근본적으론 사전투표와 관련해 당의 기본 이미지가 얼룩져있다 보니 그걸 탈피하기 위한 작업이라고 보는 게 핵심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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