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위적 구조조정 없다” 고용유지 재차 약속… “항공시장 회복 시 모두 필수 인력”
‘완전경쟁’ 세계 항공시장, 독과점 우려 無… 일방적 운임 인상도 없을 것

/ 대한항공 온라인 기자간담회 갈무리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가 31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아시아나항공 인수 및 통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대한항공 온라인 기자간담회 갈무리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항공업계의 뜨거운 감자 중 하나인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을 비롯해 통합 저비용항공사(LCC)와 관련해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가 일각에서 불어치는 우려를 불식시켰다. 대한항공은 31일 오전, 온라인으로 그간 항공사 통합과 관련한 다수의 질의내용에 대해 입장을 명확히 했다. 우기홍 대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그리고 3개 LCC 통합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 효율성을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먼저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해 주요 부문 실사 진행경과에 대해 입을 열었다. 대한항공 측은 지난해 11월 17일, 아시아나항공 신주인수 및 영구전환사채 인수계약을 체결한 후 같은 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약 4개월 동안 △서면 실사 △직원 인터뷰 및 현장 방문 등을 통해 실사를 진행했으며, 이를 토대로 인수합병 이후 통합계획(PMI 계획)을 작성했다. PMI 계획서는 지난 3월 17일 KDB산업은행 측에 제출했다.

기업결합심사 진행 경과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기업결합신고는 필수 국가로 △한국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터키 △대만 △베트남 △태국 등 9개 국가가 있으며, 임의적 신고 국가로 △영국 △싱가포르 △호주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5개국이 있다.

이 중 터키 항공당국으로부터는 지난 2월 4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승인을 얻어냈다. 우 대표는 터키의 기업결합승인에 이어 연내 기업결합신고 필수국가들로부터 허가를 최대한 빠르게 받아낼 방침을 밝혔다.

우 대표는 “국내 공정거래위원회에는 기업결합신고서 제출 후 여러 차례에 걸쳐 보충자료 제출했다”며 “그 외 국가에도 요청 내용에 설명도 하고 보완자료도 제출하는 등 적극 대응하고 있다. 해외 각국의 승인 시기는 확답하기 힘들지만, 연내 모두 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아시아나항공 인수·통합계획 핵심내용을 비롯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각 자회사나 협력사, 구조조정 유무 등에 대해서도 입장을 전했다.

우 대표는 “통합 실행계획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과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3개 LCC를 어떻게 통합할 것인지, 지원부문 회사들에 대한 효율적 운영방향을 검토한 결과를 담고 있다”며 “그 중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을 위해서는 안전운항체계 준비, IT 시스템 통합, 조직 및 회계제도 통합, 고객 우대제도 통합, 글로벌 얼라이언스(동맹) 이슈 해결 등 수십 가지의 프로젝트가 맞물려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의 자회사로 편입된 이후 통합을 위한 준비를 완료하기까지는 약 2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 대한항공 온라인 기자간담회 갈무리
대한항공은 향후 아시아나항공 인수 및 통합을 통해 자회사나 협력사의 통합 및 중복노선 운영방안에 대해서도 설명을 더했다. / 대한항공 온라인 기자간담회 갈무리

안전운항체계나 IT시스템 등을 통합하면서 자회사나 협력사의 통합도 언급했다.

우 대표는 “(항공업계가) 코로나19 영향에서 완전히 회복하면 항공사 공급량은 그대로 유지된다. 지상 조업사는 하나의 회사로 합쳐 더욱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고, 규모의 경제효과 등 효율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며 “양사의 IT계열사인 한진정보통신과 아시아나IDT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과 같은 맥락으로 하나의 기업으로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항공예약발권시스템을 항공사에 제공하는 한진그룹의 토파스와 아시아나항공의 아시아나세이버는 △각자 고유의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는 점 △국내에서 상호 경쟁을 통해 발전해 온 점 △각각 별도의 해외 합작 파트너사를 두고 있는 점 등을 꼬집으며 계약 상대방과 협의해 독립적으로 유지·발전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통합 방안을 명확히 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양사의 통합 과정에서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있을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우 대표는 이러한 우려를 한마디로 떨쳐냈다. 그는 “양사 통합을 추진하면서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고 약속한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며 “통합 시 부문별 인력 재배치를 통해 인위적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 인력을 운영할 것이며, 각 노조와도 협력해 단체 협약을 무리 없이 승계할 수 있도록 소통하겠다”고 말하면서 양사 근로자들을 안심시켰다.

우 대표는 “약 4개월간 아시아나항공 실사를 진행하면서 양사 통합으로 중복되는 간접인력이 약 1,200여명 수준인 것을 확인했고, 이는 양사에서 매년 발생하는 정년퇴직과 자연 감소 인원을 고려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 정도”라며 “통합 후 코로나가 진정될 경우 2019년 수준의 공급량은 유지될 것이므로, 직접 인력은 지금과 같은 수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독과점 우려와 항공운임 임의 인상 등에 대한 부정적 견해에 대해서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대한항공 측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현재 인천국제공항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슬롯 점유율은 약 40% 미만 수준이다. 아시아 지역이나 유럽 등 해외 항공사들의 허브공항 점유율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는 것.

그러면서 참고자료로 해외 항공사의 허브공항 슬롯 점유율 데이터를 제시했다. 대한항공 측이 제시한 주요 항공사 허브공항 슬롯 점유율 데이터는 △애틀랜타공항-델타항공 79% △달라스공항-아메리칸항공 85% △프랑크프루트공항-루프트한자 67% 등 수준이다.

우 대표는 “글로벌항공시장은 완전 경쟁시장에 가깝다. 만약 특정항공사가 독과점으로 초과 이윤을 늘인다면 타 항공사들이 진입해 공급력을 늘리기 때문에 항공시장에서 독과점에 따른 초과이익은 힘들다”며 “항공시장은 소비자의 선택폭이 매우 광범위해 통합으로 인한 경쟁 제한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글로벌 항공시장 데이터를 제시하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를 통합하더라도 그 점유율은 큰 편이 아니라면서 양사 통합으로 인한 독과점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재차 강조했다.

/ 대한항공 온라인 기자간담회 갈무리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통합을 이룰 시 향후 시너지가 연간 약 3,000억원 이상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이는 통합이 이뤄진 후 2년 이후쯤에나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 대한항공 온라인 기자간담회 갈무리

이어 우 대표는 “양사 통합 시 화물의 경우 한국시장 점유율이 높다고 지적하는 부분을 살펴보면 대한항공의 2019년 기준 한국발 화물 점유율은 30% 수준, 아시아나는 17.5% 정도라 양사를 합쳐도 47.5% 수준”이라고 말했다.

페덱스나 DHL, UPS 등 글로벌 대형 화물전문 항공사들이 한국발 화물 취급량 확대를 위해 인천공항에 화물터미널 확장을 공사하고 있으며, 환적률이 높은 화물특성상 인근 국가인 중국 홍콩 싱가폴 등 국적사와 치열한 물류 허브 경쟁 중이라 통합으로 인한 독과점은 적을 것이라는 게 대한항공 측의 설명이다.

운임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도 불식시켰다. 글로벌 항공시장은 완전경쟁에 가까워 일방적인 운임인상이 어렵다는 것.

그는 “항공운임은 정부로부터 인가를 받아야 하며, 인가 받은 가격 이하로만 판매가 가능하다”며 “대한항공은 시장의 지위를 남용해 인위적으로 가격을 인상하지는 않을 것이며, 양사 통합을 계기로 운임뿐만 아니라 항공안전 향상과 서비스품질제고 등 전반적인 소비자 권익 향상에 노력하고, 이와 함께 국토교통부의 운임모니터링 시스템에도 적극 협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항공정비사업인 MRO에 대해서도 회사 내부조직으로 운영하며, 장기적으로는 국내에서 모든 항공기를 자체 정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대한항공 측의 입장이다.

우 대표는 “양사 통합 후 당분간은 자체 정비물량이 늘어날 것이며, 이를 위해 정비 기술 및 시설 등 제반 정비능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항공 MRO 시장은 2019년 기준 약 2조8,000억원 규모로 추산되며, 이 중 약 1조3,000억원을 해외정비로 지출하고 있다. 대한항공 측은 중장기적으로 항공기 엔진을 비롯해 부품 정비 등 고효율 고부가가치 사업 분야의 정비능력을 더 개발하고, 시설을 확충해 해외로 유출되는 물량을 국내 자체정비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국내 항공정비 기술력 향상을 통한 국내 MRO 산업 발전과 신규 고용창출에 기여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마치고 2024년쯤 통합을 완료할 시 항공사명은 ‘대한항공’으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LCC 통합 시 본사 위치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가닥이 잡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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