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보궐선거 우세가 점쳐지는 국민의힘이 자세를 낮추며 역풍 차단에 주력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4‧7 보궐선거를 일주일 남겨두고 국민의힘이 역풍 차단에 주력하고 있다.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돌발 변수만 만들지 않는다면 충분히 승리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는 3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시장 후보 초청 관훈토론회에서 “지금의 지지율을 믿지 않는다. 지지율은 며칠 만에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각종 여론조사 지표에서 우세가 점쳐지고 있지만, 낙관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그간 국민의힘 내에서 ‘자만’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자주 새어 나왔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공식 선거 운동이 시작된 지난 25일 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지금 나타나는 지지율에 만족하지 말고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는 국민의힘에 우호적인 상황이다. 보수진영에 배타적이라고 여겨지던 20~30대는 물론, 선거의 캐스팅보터인 무당층에서도 ‘정권 심판’의 분위기가 피어나면서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안심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조직력’에서 민주당에 밀리고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김 위원장이 ‘5~7%’ 차이로 승부가 결정 날 것이라고 보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이렇다 보니 국민의힘은 ‘막판 뒤집기’를 조심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무엇보다 ‘막말’로 인한 자책골을 경계하고 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언행에 굉장히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발언의 실수로 일순간 표가 증발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다.

이날 오 후보의 발언에서도 이같은 분위기는 드러났다. 오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중증 치매환자’라고 칭했던 것에 대해 “분노한 마음에 나온 비유적 표현”이라며 “이후 그런 표현을 쓰지 않겠다”고 밝혔다. 앞서 여당이 반발하자 “야당이 그 정도 말도 못 하나”라고 반박한 것과 사뭇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 것이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의 네거티브 공세에는 무대응하며, 문재인 정권의 실정을 부각하는 전략으로 남은 기간 세 결집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뉴시스

◇ 돌발 변수 차단 주력

이와 함께 역풍의 단초를 차단하겠다는 기류도 엿보인다. 특히 여당의 계속되는 네거티브 공세에는 무대응 기조로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네거티브 공세에 휘말릴 경우 득보다 실이 많다고 보기 때문이다.

김근식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막가파식 네거티브에 친일 네거티브로 대응할 수 있지만, 최대한 맞대응을 자제하고 있다”며 “유권자로 하여금 투표장에 나가지 못하게 하는 ‘투표 네거티브’를 조장하려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날 공정성을 문제 삼고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 항의 방문에 나선 것도 변수를 막기 위한 행보로 읽힌다. 앞서 선관위는 한 여성단체의 ‘보궐선거 왜 하죠?’라는 문구가 담긴 현수막에 대해 “국민이 선거 실시 사유를 잘 알고 있다”는 이유로 선거법 위반이란 해석을 내렸다.

당장 국민의힘은 “여당에게는 유리하게 야당에는 불리하게 선거법 잣대를 적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선관위의 공정성 논란을 공론화해 여론의 시선을 받게 하겠단 의도로 보인다. 앞서 국민의힘은 오 후보에 대한 허위·왜곡 보도를 이유로 KBS 항의 방문에 나서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이미 유권자들이 판단을 내렸다고 보면서 지지세 결집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계획이다. 야권 단일화에 참여했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금태섭 전 의원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도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요소다. 이날 금 전 의원이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 유세 현장에 나선 데 이어 내달 1일에는 안 대표가 부산으로 출격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이번 보궐선거에선 이미 나올 이슈들이 다 나왔다고 생각하기에 분노하는 민심이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며 “큰 문제 일으키지 않고, 내부적으로 말실수 등 리스크 관리를 하면서 문재인 정권 실정을 부각하는 방향으로 간다면 지금 여론조사 결과대로 가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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