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방직 소액주주들이 자신들이 추천한 감사 선임에 또 다시 성공했다.
대한방직 소액주주들이 자신들이 추천한 감사 선임에 또 다시 성공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최대주주 및 경영진을 향해 꾸준히 문제를 제기하며 대립각을 이어오고 있는 대한방직 소액주주들이 이번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또 한 번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 자신들이 내세운 인물을 감사로 선임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그것도 차명주식 및 비자금 문제를 폭로하고 나선 대한방직의 전 회장 비서실장이 감사로 복귀하게 됐다. 

◇ 차명계좌-비자금 폭로한 전 비서실장, 감사로 돌아오다

대한방직은 지난달 26일 전경련회관에서 정기 주총을 개최했다. 대한방직의 이날 주총은 특별한 쟁점이 없는 대다수 다른 기업들의 주총과 달리 많은 관심을 끌었다. 최대주주 및 경영진과 소액주주가 수년 째 갈등을 빚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날 주총에서도 소액주주들은 사내이사 후보자 2명, 사외이사 후보자 1명, 비상근 감사 후보자 1명 등을 추천하는 주주제안을 제출해 사측과 표대결을 벌였다. 그 결과, 사내이사 및 사외이사 후보자는 낙마했으나 감사 선임엔 성공했다. 

대한방직 소액주주들은 앞서 지난 2017년에도 자신들이 추천한 인물을 상근 감사로 선임하는데 성공한 바 있다. 해당 감사는 지난해 재선임돼 현재도 재직 중이다. 이로써 대한방직은 3명의 감사 중 2명이 소액주주의 추천을 받은 인물로 채워지게 됐다.

이 같은 결과가 더욱 눈길을 끄는 이유는 새롭게 선임된 감사의 특별한 이력에 있다. 이번에 선임된 안형열 감사는 과거 대한방직에 몸담았던 인물이다. 그것도 회장 비서실 간부로서, 오너일가를 가까이서 챙기는 일을 했다. 이후 최대주주일가 3세 설범 회장과 마찰을 빚으면서 회사를 떠난 뒤, 20여년 만에 감사로 돌아오게 됐다.

안형열 감사는 최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대한방직의 차명계좌 및 비자금 문제를 직접 폭로하기도 했다. 자신이 차명계좌 및 비자금을 관리한 실무자였다며 여러 증거까지 공개한 것이다.

이로써 대한방직을 둘러싼 논란과 갈등은 더욱 뜨겁게 달아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방직 소액주주들은 앞서 설범 대한방직 회장의 비위 및 불법행위를 직접 확인해 거듭 고발하고, 주주제안 및 임시 주총 소집을 실행에 옮기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특히 이들은 대한방직의 차명계좌 문제를 꾸준히 제기 중이다. 이번 주총에서도 차명계좌의 의결권을 인정할 수 없다며 사측과 충돌을 빚었다. 이런 가운데, 대한방직의 차명계좌 및 비자금 문제를 폭로하고 나선 인물이 감사로 선임되면서 소액주주들의 공세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대한방직 소액주주들은 이미 임시 주총 소집허가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편, 설범 대한방직 회장은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25.61%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소액주주 지분은 31.86%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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