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20·30세대의 지지세를 얻고 보궐선거 승리를 자신하고 있는 분위기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20·30세대가 이번 보궐선거 최대 변수로 떠오른 가운데 국민의힘이 이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보궐선거 승리를 자신하는 분위기다. 다만 국민의힘 안팎에선 이러한 지지가 곧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1년 뒤인 대선을 위해서라도 이들을 ‘고정 지지층’으로 끌어당길 방법을 두고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1일 뉴시스의 의뢰로 리얼미터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를 향한 20~30대 지지는 여전히 높았다. 오 후보를 지지하는 20대는 51.2%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32.7%)에 비해 18.5%p 높았다. 

30대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오 후보는 52.8%, 박 후보는 39.1%의 지지를 얻었다. (3월 30일~31일 실시, 서울시 거주 만 18세 이상 806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5%p. 자세한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힘은 이미 20·30세대의 민심이 기울어졌다고 보고 있다.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서울동행 회의에서 “이번 선거에서 20·30대, 심지어 콘크리트 지지층이라는 40대까지 흔들리는 민심을 많이 느낀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달라진 현장 분위기에 고무되는 모습도 엿보인다. 청년층이 자원해 유세 현장의 마이크를 잡는 풍경이 연출되면서다. 오 후보 캠프 이준석 국민의힘 뉴미디어본부장은 페이스북에 “선거 전까지 유세차에 계속 올라가도 감당 못 할 정도로 많은 분들이 참여 중“이라고 말했다. 이 본부장에 따르면, 이날 기준 지원자가 200명을 넘었다. 이들의 연설 영상은 인터넷에서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결과도 나쁘지 않다. 

다만 당 안팎에서는 이들의 지지가 ′정권 심판론′에 따른 반사 효과라는 입장이 우세한 만큼, 내년 대선을 앞두고 이들을 어떻게 유입할 수 있을지 고심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 

◇ 20·30세대, ′고정 지지층′일까

′조국 사태′를 비롯해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 전환 논란,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의혹까지 정부·여당에 대한 ‘누적된 분노’가 표출되고 있다. 나경원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번 재보궐 선거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20·30세대라고 감히 확신한다”며 “이들이 직접 나서서 ‘심판의 깃발’을 드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어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20·30세대의 지지가 ‘정권 심판론’에 기댄 ‘반사 효과’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당내에서도 이에 공감하는 눈치다. 나 전 의원은 이날 “국민의힘을 지지하고 믿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20·30세대가 대한민국의 역사를 새롭게 다시 세우고 있을 뿐”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앞선 여론조사에서 자신을 ‘진보’라고 대답한 20대는 30.7%, 30대는 25.6%였다. 반면 ‘보수’라고 응답한 비율은 20대 19.8%, 30대 19.7%로 나타났다. 후보 지지율과는 사뭇 다른 결과다. 사실상 20·30세대가 국민의힘의 고정 지지층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적은 셈이다.

당장 보궐선거가 끝나면 대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이들을 끌어들일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유승민 전 의원이 이날 “이번 선거를 계기로 중도와 청년, 여성 계층의 지속적인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정당으로 탈바꿈하길 바란다”고 말한 것도 이러한 인식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이번 선거에서 20·30 민심이 국민의힘으로 기울었다고 해서 대선까지 간다는 보장은 없다”고 전망했다. 차 교수는 “누가 이기든 20~30대 표가 당락을 갈랐다고 한다면 여야 대선 후보들은 이들을 껴안기 위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누가 진정성이 있느냐, 현실성 있는 대책을 내놓느냐에 따라 결판이 날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도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을 확보한 다음 두 시장을 중심으로 새로운 무언가가 있어야 할 것”이라며 “또한 대선 후보들을 중심으로 청년 메시지를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까, 이 두 가지가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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