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부회장이 SSG 랜더스의 첫 홈경기를 직접 관람하고 있다. /뉴시스
정용진 부회장이 SSG 랜더스의 첫 홈경기를 직접 관람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프로야구의 계절이 돌아온 가운데, 신세계그룹의 프로야구단인 SSG 랜더스가 역사적인 첫 발을 내딛었다. 구단 인수에서부터 각종 명칭, 유니폼, 마스코트 등이 연일 큰 관심을 끈 데 이어, 정용진 부회장의 야심찬 구상이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겨지게 됐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건 정용진 부회장의 행보가 ‘유통 맞수’ 롯데에 미칠 파장이다.

◇ SSG 랜더스 상륙시킨 정용진

신세계그룹은 지난 1월 야구단 인수 추진 소식으로 세간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인수 대상은 인천에 연고를 둔 SK 와이번스였다. 

이후 신세계그룹은 뜨거운 관심 속에 분주한 행보를 이어갔다. 새 시즌 개막을 앞두고 구단 명칭과 엠블럼, 유니폼, 마스코트 등을 결정해 공개했고,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추신수를 영입하기도 했다. 기존엔 ‘SK행복드림구장’이라 불렸던 홈구장 명칭도 ‘랜더스필드’로 변경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주목받은 인물은 역시 정용진 부회장이다. SSG 랜더스의 탄생엔 정용진 부회장의 의지가 강력하게 반영됐다. 평소 다양한 콘텐츠와 연계한 새로운 유통모델을 강조하며 프로야구단에도 큰 관심을 보여 왔던 그가 이번 야구단 인수로 숙원을 푼 것이다. 

정용진 부회장은 지난달 30일 열린 창단식에서 “굉장히 떨리고 가슴이 벅차오른다”며 벅찬 소감을 밝혔다. 이어 프로야구 개막과 함께 새롭게 단장해 공개된 SSG 랜더스 홈구장 랜더스필드에서는 그의 야심찬 구상이 고스란히 확인됐다. 스타벅스, 이마트24, 노브랜드버거 등 신세계그룹의 계열사들이 대거 입점한 것이다. 돔구장 건설 여부 등 정용진 부회장의 향후 행보 역시 이목이 집중된다.

SSG 랜더스와의 원정 개막전을 앞두고 롯데온에 게시된 이벤트 배너. /롯데온
SSG 랜더스와의 원정 개막전을 앞두고 롯데온에 게시된 이벤트 배너. /롯데온

◇ 신세계와 롯데의 흥미로운 신경전

SSG 랜더스를 품은 정용진 부회장의 이 같은 행보와 맞물려 롯데그룹 역시 주목을 끌고 있다. 재계 ‘유통 맞수’로 꼽히는 양측의 관계 때문이다. 단순히 야구성적 뿐 아니라, 다양한 마케팅 활용 방안에 있어서도 비교와 경쟁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그룹은 프로야구 출범 원년부터 부산을 연고로 롯데 자이언츠 야구단을 운영해왔다. 팬들의 열기가 가장 뜨거운 구단으로 꼽힌다. 고(故) 최동원 등 전설적인 스타 선수를 다수 배출했으며, 두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 경험도 있다. 

다만, 각종 불미스런 논란 또한 남긴 바 있고, 특히 최근 성적이 신통치 않았다. 대대적인 투자를 했음에도 최근 8년 동안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한 것은 딱 한 번이다. 2019년엔 꼴찌로 추락하는 굴욕을 겪기도 했다.

유통업계에 이어 프로야구 무대에서도 맞붙게 된 신세계그룹과 롯데그룹의 신경전은 이미 뜨겁게 달아오른 상태다.

정용진 부회장은 최근 롯데그룹을 직접 저격하며 신경전에 불을 붙였다. 지난달 30일 음성 기반 SNS인 클럽하우스를 통해 “롯데는 갖고 있는 가치를 본업에 연결하지 못하는 것 같다. 우리는 연결할 것이다. 걔네(롯데)는 울며 겨자 먹기로 우리를 쫓아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롯데그룹은 자사의 통합온라인쇼핑몰인 ‘롯데온’에 ‘원정 가서 쓰윽 이기고 ON(온)’이란 이벤트 배너를 게재하는 것으로 응수했다. 여기서 ‘쓰윽’은 SSG를 연상케 한다. 이에 정용진 부회장은 지난 2일 또 다시 클럽하우스를 통해 “롯데가 내 의도대로 반응했다”며 라이벌 관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에 앞서서는 신세계그룹의 야구단 인수가 롯데 자이언츠와 이대호의 계약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일각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추신수를 영입하는 등의 적극적인 행보가 롯데 자이언츠에 자극제가 됐다는 것이다. 

이처럼 국내 프로야구 및 재계에서 보기 드물었던 신경전은 양측의 마케팅 활동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프로야구 개막에 발맞춰 SSG닷컴과 이마트24 등을 통해 대규모 할인행사 ‘랜더스 데이’를 진행했고, SSG와 모양이 비슷한 559명을 추첨해 SSG머니 1만원을 지급하거나 SSG 랜더스가 홈런을 칠 경우 과자 무료쿠폰을 증정하는 이벤트도 열었다. 롯데그룹 역시 롯데마트를 통해 대용량 제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할인행사 ‘자이언트’를 비롯해 각종 이벤트를 실시했다.

공교롭게도 두 팀은 올 시즌 개막전부터 맞붙었다. 승자는 SSG 랜더스였다. 정용진 부회장은 이날 직접 야구장을 찾았을 뿐 아니라, 사인을 해주는 등 야구팬들과 적극 소통하는 모습을 보였다. 프로야구 무대에 발을 들인 정용진 부회장의 거침없는 행보가 신세계그룹의 미래는 물론 라이벌 롯데그룹의 야구 및 마케팅에 어떤 파장을 안기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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