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보궐선거 하루 뒤인 오는 8일 위원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열고 새로운 지도부를 꾸릴 예정이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4‧7 보궐선거 이후 물러나겠다는 뜻을 재차 강조했다. 앞서 보궐선거까지를 자신의 역할이라고 강조한 만큼, 약속을 지키겠다는 것이다. 다만 당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대선 과정서 역할을 해줄 것이란 ‘재등판론’ 군불도 피어나는 모양새다.

6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보궐선거 다음 날인 오는 8일 비대위 회의를 마치고 위원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날 서울 강남구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유세 현장에서 기자들을 만나 “약속한 대로 약속을 지키고 간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임기는 이번 보궐선거까지로, 그간 임기를 마친 뒤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지난 23일 오 후보가 야권 단일화 경선에서 승리한 뒤에도 “국민의힘에서 할 수 있는 기여의 90%는 다 했다”며 “오세훈 시장을 당선시키면 그것으로써 내가 국민의힘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다 한 것”이라고 밝혔다. 대선 과정서 역할론에 대해서도 일축했다.

당장 국민의힘은 주호영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 대행을 맡아 전당대회 준비 수순을 밟는다. 오는 8일 의원총회에서 이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차기 지도체제를 어떻게 구성할지부터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5월엔 본격적인 새지도부가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당내 초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김 위원장의 ′재등판론′이 떠오르는 분위기다. /뉴시스

◇ ′재등판론′ 당내서도 이견

그러나 당내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김 위원장의 ‘재등판론’ 목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다. 당장 대선까지 시간이 빠듯한 상황에서 당의 중심을 잡고 대선을 이끌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표면적으론 (물러난다고) 하지만 실제적으로는 어떻게 되는지 가봐야 할 것”이라며 이같은 가능성을 내비쳤다.  

성일종 국민의힘 비대위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재등장할 여지가 있다고 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김 위원장의 정치적인 역량이나 경험 이런 것들이 국가를 위해 쓰여질 수 있는 길이 있다면 저희가 정중하게 여러 형태로 한 번 청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이른바 ‘좌클릭 행보’를 통해 중도 확장력을 보여줬다는 점은 재등판론의 대표적인 이유다. 당장 이번 보궐선거에서도 중도층의 민심이 국민의힘으로 향하면서 결과도 어느정도 입증됐다. 보궐선거에서 승리를 한다면 쐐기를 박게 되는 셈이다. 당의 ‘체질 개선’을 원하는 초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재등판론에 힘이 실리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다만 역설적으로 이러한 이유에서 재등판이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끌어온 기조를 원하는 의원들도 일부 있다“면서도 ”중진급 의원들은 그동안 김 위원장의 행보에 대해 불만 섞인 컴플레인을 하셨던 분들도 있지 않나. 그런 부분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갖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원내를 넘어 원외로 확대되면 조금 더 전통적 (보수) 색깔을 갖는 분들이 있기에 부정적인 부분이 더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의당과 합당 과정도 또 다른 변수다. 야권 재편 과정에서 새로운 판이 열리는 만큼 김 위원장의 역할론에 힘이 실리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안철수 대표하고 우리 당의 관계가 어떻게 이어질지 모르지만, 새롭게 판도가 바뀌는데 김 위원장에게 주도권을 주는 게 맞느냐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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