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서예진 기자  4·7 재보궐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단어를 꼽자면 ‘내곡동 생태탕’, ‘야스쿠니 뷰’, ‘LCT 특혜’, ‘월세 논란’ 등일 것이다. 이 단어들은 각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공방에서 나왔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21분 콤팩트 도시’와 ‘반값 아파트 제공’ 공약을,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는 ‘스피드 주택공급’과 ‘상생주택’ 등의 공약을 내세웠다. 그리고 김영춘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과 ‘40리 경부선숲길 조성’을,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는 ‘어반루프(도심형 초고속 철도) 건설’과 ‘공공부지 활용 적정주택 공급’ 등의 공약을 냈다.

하지만 유권자들의 인식에 더 깊게 남은 것은 어떤 단어일까. 정책의 실효성에 대해 후보들이 치열한 토론을 벌였지만, 유권자들의 인식 속에는 각 후보의 정책보다는 생태탕, 혹은 야스쿠니뷰가 더 강렬하게 남아 있을 것이다.

네거티브 전략은 사실 ‘필요악’이다. 상대 후보가 공직을 수행하기에 도덕적·법률적 결함이 있다는 것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당시 제기됐던 BBK 의혹과 비선실세 의혹이 10년 뒤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에 대한 기억이 있다.

또 네거티브 전략은 각 진영의 지지층을 결집하는 효과도 있다. 이완된 지지층을 끌어 모으기 위해서는 상대 후보에 대한 비판이 좋은 수단으로 쓰였을 것이다. 특히 이번 보궐선거는 2022년 대선의 ‘전초전’으로 평가받는 만큼, 각 진영이 결집도를 미리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했을 터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네거티브 공세를 펼칠 것은 이미 예상됐다. 네거티브 공세는 불리한 쪽에서 꺼낸다는 인식이 강해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사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의 원인이었던 전임 광역단체장의 성추행 등으로 인해 민주당은 2016년 이후 처음으로 어려운 선거를 치르고 있다. 국민의힘 역시 민주당이 네거티브 전술을 구사하는 상황에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상대방이 자당 후보를 공격하는 와중에 해명에만 급급하면 여론의 시선이 민주당으로 쏠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는 세금 824억원을 투입해 치러진다. 또 네거티브가 너무 강하면 후보는 보이지 않는다. 상대 후보를 뽑지 말아야 할 당위성은 제공되지만, 이 후보를 뽑아야 하는 당위성은 상대적으로 약해보이는 것이 네거티브 전술의 약점이다. 

그렇기에 보궐선거의 원인을 제공한 민주당이 더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고 정책에 조금 더 집중하고, 국민의힘도 맞불작전이 아닌 대안 정당으로서 정책 비전을 더 많이 보여줬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언젠가는 이런 아쉬움이 들지 않는 선거가 오기를 바란다. 

키워드

#재보궐선거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