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그룹의 최대 변수로 작용할 조양래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 심판이 본격적인 절차에 돌입했다.
한국타이어그룹의 최대 변수로 작용할 조양래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 심판이 본격적인 절차에 돌입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오너일가 3세 형제간 경영권 분쟁 양상 속에 정기 주주총회에서 표대결이 펼쳐진 한국타이어그룹이 또 다른 중대변수를 마주하게 됐다. 조양래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 심판이 본격적인 절차에 돌입하는 것이다. 성년후견 심판 결과에 따라 완전히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점에서 이목이 집중된다.

◇ 조양래 회장 성년후견 심판, 누가 웃게 될까

한국타이어그룹은 지난달 그 어느 때보다 역동적이고 치열한 정기 주주총회를 치렀다. 차남 조현범 사장에게 밀린 장남 조현식 부회장이 주주제안을 통해 한국앤컴퍼니 사외이사 후보를 별도로 추천하는 한편, 대표이사직을 거는 강수를 둔 것이다. 해당 안건은 이른바 ‘3%룰(더 많은 지분을 보유 중이더라도 3%까지만 의결권을 인정하는 제도)’이 적용돼 결과를 쉽사리 예측할 수 없는 표대결이 펼쳐졌다. 

승리를 거둔 것은 조현식 부회장이었다. 이로써 지난해 부친 조양래 회장으로부터 지주사 한국앤컴퍼니 지분을 모두 넘겨받은 뒤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왔던 조현범 사장은 형으로부터 일격을 당하게 됐다. 다만, 전반적으로는 조현범 사장이 여전히 주도권을 꽉 잡고 있는 상황이다. 조현범 사장은 이번 주총 이후 조현식 부회장을 대신해 한국앤컴퍼니 이사회 의장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또 다른 중대변수가 다가오고 있다. 바로 조양래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 심판이다. 결과에 따라 완전히 새로운 국면을 몰고 올 수 있는 상당히 중요한 사안이다.

조양래 회장에 대해 성년후견 심판을 신청한 것은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다. 조희경 이사장은 조양래 회장이 지주사 지분을 모두 조현범 사장에게 넘긴 것을 두고 평소 뜻과 다르다며 “건강한 정신 상태에서 자발적인 의사에 의해 내린 결정인지 객관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현식 부회장이 지난해 10월 참가인 신청서를 내며 가세했고, 최근엔 차녀 조희원 씨도 참가인으로 입장을 바꿨다. 참가인은 성년후견 심판 청구인과 같은 자격을 갖는다.

최근 재계에 따르면, 조양래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 심판을 맡고 있는 서울가정법원은 오는 21일을 심문 기일로 정했다. 지난달 10일 조사관이 직접 조양래 회장에게 방문하는 방식으로 가사조사가 이뤄진데 이어 보다 본격적인 절차에 돌입하는 것이다.

심문 기일엔 성년후견 심판 대상자가 직접 출석해야 하나 강제 사항은 아니다. 다만, 조양래 회장은 앞서 자신의 건강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만약 법정에 직접 출석하지 않을 경우 건강에 대한 의구심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 아울러 갈등을 빚고 있는 오너일가 3세 사남매의 직접 참석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심문 이후 절차는 조양래 회장에 대한 신체 감정이다. 이는 서울가정법원과 협약을 맺은 특정 병원에서 진행된다. 이 또한 강제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회피할 수 있지만, 건강을 입증해야 하는 조양래 회장 입장에선 부담이 될 수 있다.

이후 서울가정법원은 추가 소명자료를 제출 받는 등의 절차를 거친 뒤 성년후견 개시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통상 3~4개월이 소요되는 절차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지연을 고려하더라도 올해 안에는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조양래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 심판 결과는 한국타이어그룹의 경영권 분쟁 양상을 완전히 뒤바꿔놓을 수도 있는 중요한 사안이다. 조양래 회장이 조현범 사장에게 지주사 한국앤컴퍼니 지분을 넘긴 행위를 취소하고 되돌리는 절차로 이어질 가능성까지 있다. 이 경우 현재 조현범 사장에게 기운 무게의 추가 다시 팽팽한 균형을 이루게 된다.

일각에선 조현식 부회장이 대표이사 직을 걸고 사외이사를 추천한 것이 성년후견 심판을 염두에 둔 포석이란 분석도 나온다.

반면, 조양래 회장의 건강에 문제가 없다는 결과가 내려질 경우 조현범 사장은 한국타이어그룹 3세 수장으로서의 입지를 더욱 확고히 다지게 될 것을 보인다.

한국타이어그룹의 미래를 좌우하게 될 조양래 회장의 성년후견 심판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게 될지 재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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