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AZ백신 접종-사망’ 인과관계 없다더니… 해외선 연관성 인정
국내도 AZ 접종 후 혈전 형성 사망자 존재… 질병청, 대책회의 중
예방접종 후 사망 시 국가보상 4억원… 단, 인과관계 성립 시에만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 아스트라제네카 홈페이지 갈무리
유럽의약품청은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이 혈전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접종에 주의를 당부했다. 이에 다수의 국가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중단하거나, 접종 연령을 제한하고 나섰다. / 아스트라제네카 홈페이지 갈무리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영국 옥스퍼드대학교가 공동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혈전 유발’ 부작용과 관련해 유럽의약품청(EMA) 측이 ‘매우 드물지만 관련성이 있다’고 밝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다. 한국 정부에서 EMA 조사 결과를 수용할 경우 앞서 해당 백신을 접종한 후 혈전 형성으로 인해 사망에 이른 환자에 대해 보상을 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EMA는 7일(현지시간) 안전성위원회 평가 결과 발표에서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이 혈소판 감소를 동반하는 특이한 혈전 생성과 관련성이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면서 매우 드문 사례이긴 하지만 부작용 사례로 올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EMA는 이 같은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현재 사용 가능한 모든 부작용 증거를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EMA는 지난달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이 혈전의 전체적인 위험 증가와 관련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매우 드물게 발생하는 파종성혈관내응고장애(DIC)와 뇌정맥동혈전증(CVST) 등 특이 혈전과 관련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의 관련성을 명확하게 배제할 수 없다면서 추가 분석 및 안전성위원회 평가를 진행했다. 두 질환은 모두 혈전 증가 및 혈소판 감소가 동반되고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결국 안전성위원회 평가 결과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으로 인해 아주 드물지만 혈전이 형성될 수 있다는 연관성이 밝혀지면서 EMA 측은 기존 입장을 수정했다.

EMA 측의 이러한 발표로 일부 유럽 국가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해 접종연령 조정 또는 접종 잠정 중단을 발표하고 있다. 그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해 안전성을 강조해오던 영국마저 30세 미만 국민에 대해서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중단하고, 다른 제약사의 백신을 접종할 것을 권고했다.

영국 보건당국 조사에 따르면 3월말까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2,000만 회분이 접종됐으며, 이 중 79건의 혈전 형성 부작용이 보고됐다. 혈전 발생자 중 19명은 사망했다. 사망자의 나이는 18세부터 79세까지 다양하다.

3월말~4월초 기준, 독일에서는 접종자 270만명 중 총 31건의 혈전 부작용 사례가 보고됐으며 이 가운데 9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독일 당국은 60세 미만 국민에 대해서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중단했다. 앞서, 캐나다 역시 55세 이하 국민에 대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중단한 바 있다.

캐나다와 독일이 이같은 조치를 내린 이유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후 뇌정맥동혈전증 의심 사례가 나왔기 때문이다. 독일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후 사망한 9명 모두 뇌정맥동혈전증이 발생했다.

네덜란드와 프랑스에서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후 혈전 형성으로 인해 사망한 사례가 존재한다. 네덜란드와 덴마크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한 환자 중 소수이지만 혈전이 발생한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례가 발생해 현재 해당 백신 사용을 전면 중단했다.

예방접종으로 인해 피해를 입을 경우 정부로부터 보상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다만, 이는 부작용과 백신의 인과관계가 성립할 경우에만 가능하다. / 질병관리청

한국 정부도 결국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접종 대상 연령을 조정했다. 8일부터 예정됐던 전국 특수학교 종사자와 유치원, 초·중·고교 보건교사 대상 접종은 잠정 연기됐고, 이미 접종이 시작된 60세 미만 대상자에 대해서도 접종이 보류된다.

문제는 이에 앞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하고 사망한 이들 가운데 혈전이 형성된 환자도 존재한다는 점이다. 정부는 현재 이들에 대한 보상 계획은 전혀 세우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일까지 국내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한 이들은 약 90만명이며, 이 중 사망한 이들은 총 36명이다.

국내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한 이들 중 혈전 발생 부작용을 겪은 환자는 3명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17일 해당 백신을 접종한 20대(여) 의료기관 종사자에게서 다리와 폐에 혈전증이 발생했으며, 현재 치료중이다. 방역당국은 해당 중증 이상반응 신고에 대해 백신과 인과성을 조사 중이다. 앞서 뇌정맥동혈전증 진단을 받은 20대는 상태가 호전돼 퇴원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또한, 60대 요양병원 환자는 백신 접종 이후 폐혈전색전증으로 사망했다. 그는 다른 기저질환을 앓고 있었다는 게 질병관리청의 설명이다. 즉, 심부정맥혈전증 및 예방접종과의 인과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같은 부작용 사례들로 인해 국민들은 아스트라제네카의 안전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과 사망은 인과성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질병청 대변인은 “EMA는 모든 혈전증에 대한 관련성을 인정한 것이 아니라 ‘혈소판감소증을 동반한 혈전증’에 대해서 관련성을 언급했다”며 “예방접종 후 혈전증이 발생한 사례들에 대해서는 예방접종피해 보상전문위원회에서 사례에 합당한지, 다른 유발요인은 없었는지 등에 대해 평가 후 결정해 보상 유무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8일 현재 질병관리청은 오전부터 오후까지 한시도 쉬지 않고 예방접종피해조사반 회의를 진행 중이다. 관련 사안에 대해서는 질병청에서 빠른 시일 내에 공식 입장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 이상반응 등으로 사망할 경우 장제비 30만원과 사망보상금 약 4억3,700만원을 국가로부터 보상받을 수 있다. 사망 보상금은 월 최저임금의 240배로 책정됐다. 장애가 발생할 경우에는 사망보상금의 55%~100%까지 지급된다. 단, 이는 사망·장애와 백신의 인과관계가 성립할 경우에만 청구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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