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재보궐 선거에서 승리를 거둔 국민의힘이 정권 교체 발판 마련에 부심이다. 선결 과제로 야권의 대통합을 내걸고 국민의당과 합당도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 내부는 물론 국민의당과도 의견이 엇갈리며 미묘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9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당이) 합당을 하겠다고 했으니 어떤 생각으로 어떤 시기와 절차로 하실 것인지를 알려달라고 요청한 상태”라며 “우리가 생각이 같으면 바로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재보선에서 단일화 효과를 톡톡히 누린 만큼, 야권은 전체 파이를 키우는 데 중점을 두고 있는 상황이다. 향후 정권 교체를 위해서라도 ‘더 큰’ 야권의 힘이 필요하다는 이유다. 주도권을 쥔 국민의힘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물론, 홍준표 무소속 의원을 향해 열린 자세를 취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국민의힘 내에서도 교통정리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당권 경쟁과 맞물린 지분싸움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현재 당내에선 ‘선(先)통합 후(後)전당대회’를 요구하는 목소리와 ‘선(先)전당대회 후(後)통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엇갈리고 있다. 전자는 야권 통합이란 명제를 위해선 한 지붕 아래서 후일을 도모해야 한다는 의견인 반면, 후자는 당을 재정비한 이후 차분히 통합의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주 권한대행은 전당대회 전 합당 가능성을 직접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정상 지도부를 출범하기 전에 이번 서울시장 선거 과정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께서 합당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나”라며 “그 문제부터 정리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합 전당대회를 통해 안 대표가 당 대표에 출마할 가능성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 속도 조절하는 국민의당
문제는 당사자인 국민의당이 선뜻 나서는 분위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당세가 약한 국민의당으로선 전당대회 이전 합당은 사실상 ′흡수통합′으로 느낄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당내 지지기반이 약한 안 대표가 당권은 물론 대권 행보에 나서기에도 부담이 큰 게 사실이다.
이렇다 보니 국민의당은 속도를 조절하는 분위기다. 안 대표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가장 중요한 건 지난 100일간을 돌아보고 내부적 평가하는 작업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국에 당원분들을 직접 내지는 온라인을 통해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것도 우선”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에서는 안 대표의 공(功)을 언급하며 물밑 작업에 나서는 모습이다.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처음부터 단일화판을 만들고, 판을 키우고, 끝까지 판을 지키고 완성시킨 사람은 안 대표였다”며 “거짓과 기만으로 점철된 한국 정치판에서 안 대표는 약속을 지키는 정치인이라는 신선한 모습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전형적인 힘겨루기가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안 대표는 비록 국회 의석이 3석밖에 안 되지만 당 대 당으로 동등한 입장에서 합당을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전당대회 전 합당은 적정한 조건이 이야기가 되어야 할 것”이라며 “(안 대표는) 좀 더 지켜보면서 몸값을 올리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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