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09 19:56
‘내로남불’ 덫에 걸린 민주당… 도덕적 우월성도 무너졌다
‘내로남불’ 덫에 걸린 민주당… 도덕적 우월성도 무너졌다
  • 서예진 기자
  • 승인 2021.04.09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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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들이 9일 오후 국회에서 4.7재보선 참패와 관련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입장문을 손에 들고 소통관을 떠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정치권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의 4.7 재보선 참패의 이유로 '내로남불' 인식을 원인 중 하나로 꼽는다. 사진은 민주당 초선의원들이 9일 오후 국회에서 4.7재보선 참패와 관련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입장문을 손에 들고 소통관을 떠나는 모습. /공동취재사진-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내로남불’. 최근 더불어민주당을 향한 비판·조롱에서 빠지지 않는 관용어다. 사실 이 단어는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 처음 사용한 것으로,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줄인 것이다. 1996년 15대 총선 직후 여소야대 상황에서 여당(신한국당)의 ‘의원 빼가기’에 대해 야당(새정치국민회의)이 맹공을 퍼붓자 박 전 의장이 이같은 말로 응수했던 것이다.

그리고 공식석상에서 또 다시 쓰이게 된 것은 2015년이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 최고위원이었던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국회 내 여야 갈등의 원인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박 전 대통령의 유체이탈 화법을 두고) 누리꾼들이 ‘내로남불’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유행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민주당에서 쓰였던 이 관용어는 이제 여당과 청와대를 향해 쓰이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민주당의 참패 원인 중 하나로 ‘내로남불’ 논란 등이 결정타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으로 대선까지는 1년, 민주당과 청와대는 ‘내로남불’ 논란을 어떻게 탈피해야 할까.

◇ 민주당에 부메랑 된 ‘내로남불’

이번 재보선은 지난 총선과 분위기가 달랐다. 지난해 21대 총선 국면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민생 회복이 중요했고, 이를 강조한 여당이 압승했다.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선방 역시 이를 거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야당은 ‘정권심판’ 외에는 다른 메시지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이번 4·7 재보궐선거 국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방역, 민생, 경제회복은 빛을 바랬다. 그간의 노력은 ‘내로남불’ 프레임에 무기력해진 것으로 평가된다. 전임 광역단체장의 성추행 논란으로 발생한 선거임에도 민주당은 당헌당규를 고쳐 후보를 냈다. 자신의 잘못에는 관대한 모습을 보인 셈이다.

문재인 정부의 최대 실정(失政)이라고 비판받는 부동산은 여권의 최대 리스크로 작용해왔다. 그런 상황에서 선거를 앞두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 투기 사태까지 불거졌다. LH 직원들의 투기가 이번 정권만의 문제는 아니었지만, 현 정부 들어 부동산 시장이 요동치는 상황에 분노하던 민심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 됐다. 

게다가 임대차3법 등 부동산 정책을 시행했음에도,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박주민 민주당 의원의 전월세상한제 시행 이전 임대료 상승 논란은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했다. 이에 앞서 청와대 참모 및 고위공직자들의 다주택 문제도 있었고, 이보다 더 앞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가 있었다. 

한 여당 관계자는 “(김 전 실장이나 박 의원의 임대료 상승이) 시세보다 낮다는 것은 이미 중요하지 않게 됐다. 법 시행 직전 임대료를 올렸다는 것이 문제인 것”이라며 “결국 비웃음을 사게 됐고, 선거 패배의 결정타가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비상대책위원 회의가 처음 열린 가운데 도종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학영, 김영진 비상대책위원이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비상대책위원 회의가 처음 열린 가운데 도종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학영, 김영진 비상대책위원이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 ‘내로남불’ 탈피 고심하는 민주당

결국 진보진영의 최대 무기인 도덕적 우월성이 무너지면서 ‘민주당은 뭐가 다르냐’는 비아냥이 확산됐다. 특히 조 전 장관 사태 이후 누적됐던 불만이 터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내로남불’이 민주당을 비판하는 관용어로 쓰이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특정 정당이 연상된다”며 투표 독려 현수막에 해당 문구 사용을 제한하는 일도 벌어질 정도였다.

재보선 직후, 국내 언론 뿐 아니라 외신의 이번 재보선 평가에서도 ‘내로남불’은 등장한다. 뉴욕타임즈(NYT)의 경우 한국 유권자들이 문재인 정부 측근에게 느끼는 반감을 ‘내로남불’이라는 단어로 설명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내에서도 ‘내로남불 인식이 패배의 주 원인’이라는 인식이 많다”고 설명했다. 도종환 민주당 비대위원장도 9일 첫 공개회의에서 “저희의 부족함이 국민께 크나큰 분노와 실망을 안겨드렸다. 모든 책임은 오직 저희에게 있다”며 “내로남불의 수렁에서 하루속히 빠져나오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에 국정의 무한책임을 진 여당인 민주당이 진솔하게 사과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같은날 초선의원들이 공동으로 ‘반성문’을 내고, 민주당 비대위원들이 ‘민심경청투어’에 나서는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국민의 분노와 질책을 경청하는 것에서 다시 출발하겠다는 의미다.

또 민심의 분노를 촉발시킨 LH 사태의 해결과 부동산 정책의 수정이 필요해 보인다. 한 야당 관계자는 “청와대와 민주당은 ‘좋은 집’을 갖고 싶은 민심을 부정했다. 그런데 정작 고위 공직자들은 ‘좋은 집’을 갖고 있거나 시세차익을 보자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을 받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민심을 달래기 위해 규제일변도의 정책을 완화하는 1주택자 보유세 감면 등의 카드가 나올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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