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도종환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친문 핵심인 도종환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을 맡으면서 당 내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제기됐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친문 핵심인 도종환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을 맡으면서 당 내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제기됐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지난 8일 4·7 재보궐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총사퇴하면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했다. 민주당 비대위원장은 친문 중진인 도종환 의원이 오는 16일 예정된 원내대표 경선 전까지 맡는다. 새 원내대표 중심의 비상대책위원회는 내달 9일 전당대회에서 새 지도부를 선출할 때까지 가동된다.

김태년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 8일 오후 국회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열고 “새로 선출되는 지도부가 민심에 부합하는 혁신을 선도할 것”이라며 “이번 선거를 통해 국민께서는 민주당에 많은 과제를 주셨다. 철저하게 성찰하고 혁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가 사퇴하면서 언급한 ‘철저한 성찰과 혁신’은 물 건너 간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우선 비대위원장을 친문 중진인 도종환 의원이 맡으면서 당 내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노웅래 전 최고위원은 지난 9일 CBS 라디오에서 도종환 의원이 비대위원장을 맡은 것에 대해 “비대위원장을 국민의 눈높이가 아니라 당내 특정 세력의 눈높이로 뽑으면 쇄신의 진정성이 생길 수 있냐”며 “솔직히 면피성,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 될 것이고 국민들이 ‘아직도 국민을 바보로 보는 것 아닌가’ 이렇게 보일 수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친문이 민주당의 최대 계파라는 점에서 향후 선출될 원내대표와 당 대표도 친문 성향의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은 친문 핵심인 윤호중 의원과 비문 성향의 박완주 의원 간 ‘2파전’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당대표 경선은 송영길‧홍영표·우원식 의원 간의 3파전이 예상된다. 홍 의원은 친문 핵심으로 분류되고 송영길, 우원식 의원은 친문 색채가 상대적으로 약하다.

비주류인 조응천 의원은 12일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재선의원 모임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당내 경선에서 지금 그 나물에 그 밥으로 가면은 그냥 앉아서 죽는다”며 “혁신이 있어야 된다”고 강조했다.

◇ 재보선 참패 후 제대로 가고 있나

민주당 새 지도부가 또다시 친문 색채가 강한 인물들로 채워질 경우 민주당의 정국 운영 기조는 재보선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강성 친문 의원들도 기존 정책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친조국 성향의 김용민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개혁 때문에 선거에 진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그러나 지지자들과 국민은 검찰개혁 때문에 지지 않았다”면서 “검찰개혁, 언론개혁을 중단없이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재보선 패배 이후에도 당내 다른 목소리를 허용하지 않는 분위기가 여전해 당의 쇄신을 가로 막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20∼30대 초선 의원들은 재보선 참패 원인 중 하나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등을 거론했다가 강성 친문 지지자들의 격렬한 비난을 받고 있다.

강성 친문 지지자들의 커뮤니티에는 이들 20∼30대 초선 의원들을 ‘초선 5적’, ‘초선족’ 등으로 부르며 비난하는 글들이 올라왔고, 해당 의원들에게 비난 문자도 쇄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민주당이 제대로 된 쇄신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강성파들의 목소리에 휘둘려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상민 의원은 YTN 라디오에서 “당심이 민심과 부딪히는 경우도 많다. 문제의 원인은 일부 당심으로 대표되는 의견이 너무 과다 대표돼 있다는 점”이라며 “소위 강성 의원들의 의사, 일부 의원의 의견이 지나치게 과다 대표돼 거기에 휘둘렸다는 점에 대해서 성찰이 필요하다. 이 부분은 즉각 수정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박용진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민주 정당이라고 하면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고 합리적인 토론을 통해서 결과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며 “그런데 첫 마디를 내놓자마자 ‘당에서 나가라’는 문자를 받게 되면 제대로 된 논의를 진행할 수 있겠나”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민주당 분위기에 대해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재보선 민심은 그동안 모든 것을 결정했던 친문의 판단이 잘못됐으니 그것을 고치라는 것인데 지금 비대위원장을 친문인 도종환 의원을 세웠고 원내대표와 당대표도 친문 핵심이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며 “사람이 바뀌지 않는데 정책 노선을 바꾸겠나. 오히려 고집을 부릴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어 “그러면서 다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배신자라고 몰아세우고 있다”며 “민주당은 가면 안되는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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